
인비테이션 리뷰:
넷플릭스에서는 홈 화면을 끝없이 스크롤하다 지쳐 가끔 별 생각 없이 그냥 아무거나 눌러서 보게 되곤 합니다. 특히 좀 마이너한 스릴러나 호러 관련해서는 넷플릭스 측에서 제공하는 작품 정보가 쓸모도 없는 게 많아서 그야말로 눈감고 찍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그런 선택은 주로 망하죠.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목차
<인비테이션> 줄거리
부모를 모두 잃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 살고있던 뉴욕 소녀 이비(나탈리 엠마누엘)는 재미삼아 해본 유전자 검사로 자신에게 영국에 사는 친척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비의 새로운 육촌인 올리버는 그녀를 만나 매우 반가워하며 집안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사촌의 결혼식에 초대한다.
영국에 도착한 이비는 고풍스러우면서도 어딘가 음산한 저택에 깜짝 놀라고,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집주인 월터와 가까워지게 되는데….

유치한 로맨스로 시작해….
넷플릭스의 성의없는 작품 설명은 고딕 호러라고만 말했지 뱀파이어물이라는 것은 설명하지 않아서 저는 이게 <드라큘라>에 영감을 받은 영화인 줄 모르고 봤습니다. 뱀파이어물이 고딕 호러의 세부 장르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가르쳐줬어야지! 성분 표시 사기야!
…아무튼 그렇습니다.
<인비테이션>은 <드라큘라>의 뼈대에 <트와일라잇>을 끼얹고 살짝 피맛을 곁들인 영화입니다.
트와일라잇 언급이 나왔다는 것에서 대충 눈치채겠지만 매우 유치하고 팬픽스러운 설정의 향연이 좀 보기 괴롭습니다. 특히 초반부는 그냥 소녀 판타지를 잔뜩 끼얹은 로맨스물이라 진심 5백 번 끌까말까 고민함… 껐어야지
부모가 없는 천애고아로 생계를 근근히 꾸려가지만 뉴욕의 널찍한 아파트에 살고 있고, 용모가 단정하고 불타는 예술혼과 힙스터 패션 감각도 가지고 있으며, 낯설고 위협적인 상황에서도 당차게 대꾸할 줄 아는 흑인 소녀가 갑자기 돈이 겁나 많은 유서깊은 영국 가문의 후계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그리고 찾아간 저택에서는 부유하고 섹시하고 약간 까칠한 젊은 주인이 화끈한 드레스를 선물해주고, 무도회에서 함께 춤추고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저는 약간 토할 것 같은데, 소녀들을 위한 팬픽풍 취향을 가지고 있다면 꽤 즐겁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무엇보다 주인공인 나탈리 엠마누엘이 상당히 예쁘고, 섹시한 의상 디자인 정도는 봐줄 만 합니다.
…밍밍한 호러로 끝나다
아무튼 처음에는 로맨스물인 줄 알았는데, 중반부에는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 스포일러 주의 ※

월터 드빌은 진짜로 뱀파이어로, 이비를 신부를 맞겠다고 선언합니다.
애초에 올리버가 말한 사촌의 결혼식같은 것은 뻥이었습니다. 세 가문은 월터의 힘을 나눠받는 대신 돌아가면서 가문의 딸들을 그에게 신부로 바쳐왔는데 알렉산더 가문의 에멀린이 (영화 초반에) 자살해 버리자 올리버 알렉산더가 그녀를 대신할 핏줄인 이비를 찾아낸 것.
빅토리아와 루시가 각각 그의 첫번째, 두번째 신부였고, 이비는 월터와 결혼식을 올리고 그의 피를 마시면 그녀들과 똑같이 뱀파이어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비는 한번 탈출을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강제로 결혼식을 올리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는 월터의 피를 마시고 뱀파이어의 초인적인 힘을 얻은 다음 월터를 공격하고 결혼식장에 불을 지른 후, 인질로 잡혀있던 하녀 디야와 함께 도망칩니다.
심장을 찔려 급속도로 노화한 월터가 그녀를 추격하지만 이비는 그를 살해하는데 성공하고, 월터가 사망하면서 그녀도 다시 인간으로 돌아옵니다. 끗.

하지만 호러라고 하긴 민망합니다. 분위기를 잡기는 하는데 무섭진 않고 너무 깜깜해서 안 보이는데다, 창밖에서 지켜보는 여자 그림자라든지 창문밖에 손톱이 긴 손이 퐣!!! 나타나는 장면 등 호러 연출이 쌍팔년대 수준.
후반부에 나오는 CG도 매우 어색하고, 이런 것들에 놀라는 척 하는 배우의 연기력이 감탄스럽습니다.
호러로 쳐주지 않아도 남아있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원전이 1897년에 나온 책이라는 걸 감안해도 전개, 캐릭터, 연출이 너무나도 유치하고 예측 가능. 로맨스물의 가면을 쓰고 있었을 때에는 너무나도 뻔한 전개긴 했지만 그래도 클리셰라 그나마 납득은 가는 수준이었지만… 내러티브가 본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너무 형편없어집니다.
영화는 나름대로 100년도 더 전에 나온 이야기를 2020년대에 끼워맞추기 위해 이런 저런 현대적인 요소를 넣었습니다. 유전자 검사로 친척 찾기, 꿋꿋하게 자신의 미래를 자신이 개척하려고 하는 여주인공의 소신, 스마트폰으로 떠들어대는 친구(완벽한 겟아웃 베끼기) 등. 그러나 어울리지 않는 혼합 결과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 모든 것이 다 초딩 소녀들을 위한 팬픽 속 설정처럼 보이며, 보고 있으려니 마치 초딩 조카가 가장 좋아하는 순정 애니를 몰래 훔쳐보는 듯한 부끄러움과 자괴감이 듭니다.
호러인 척 했다가 로맨스인 척 했다가 이도저도 아니란 것이 나름대로의 반전이라면 반전일 순 있겠지만, 이렇게 솜씨없는 혼합은 밍밍한 뒷맛만을 남길뿐입니다.

종합평 : ★
요컨대 <인비테이션>은 여태까지 2000번쯤 리메이크된 고전 <드라큘라>의 2001번째 리메이크. ‘드라큘라의 신부’를 주인공으로 삼고 현대 배경으로 옮기려고 시도했으나, 고풍스러운 고딕 로맨스와 MZ세대의 주체성을 같이 살리려다 깜냥이 안돼 둘 다 망했습니다.
전혀 무섭지도 않기 때문에 호러를 기대하고 볼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주인공 역의 나탈리 엠마누엘(<왕좌의 게임>에서 그 미산데이)이나 스테파니 코넬리우센(<미스터 로봇>)의 매력과 섹시한 드레스 정도는 이 영화의 미덕이라고 남겨둘 수 있겠네요.
<인비테이션>
낡아빠진 19세기와 유치한 MZ 세대의 혼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