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목차
줄거리
닥터 스트레인지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한 자기 자신이 한 소녀와 함께 정체모를 괴물과 맞서 싸우는 꿈을 꾼다.
이튿날 옛 연인인 크리스틴의 결혼식에 참석하던 중 갑자기 도심에 나타난 괴물을 해치우러 간 그는 꿈속에서 보았던 소녀 ‘아메리카 차베즈’를 구해준다. 그리고 어젯밤의 꿈이 어딘가의 평행 우주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악당들이 노리는 것이 소녀가 가진 다른 우주를 넘나들 수 있는 능력.
스트레인지는 웡과 함께 아메리카를 카마르 타지로 데려가 보호하고, 도움을 얻기 위해 완다 맥시모프를 찾아간다. 그러나 완다는 뜻밖의 모습을 드러내는데……
개새끼 vs. 썅년

닥터 스트레인지와 스칼렛 위치는 어벤저스에서 가장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닥스는 아이언맨과 비슷비슷했으나 토니가 급 철이 들고 훅 가버리는 바람에…
스티븐은 잘났지만 오만하고 다소 비인간적이고, 기본적으로 남을 깔보며 ‘칼자루를 쥐고 싶어 하는’ 성격입니다. 대의를 위해서 다소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면도 있죠.
사랑하는 여자에게도 상처를 주고 거만하고 아슬아슬한 태도는 여전합니다.
한편 완다는 매우 순탄치 않은 비극적인 삶과 너무 강력한 능력 덕분에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이기적입니다. 원작 코믹스에서는 전 세계 뮤턴트를 멸종시킬 뻔한 사고를 쳐 엑스맨에겐 진짜 썅년으로 통했고, MCU에서도 이런저런 사고를 많이 일으켰습니다.
불행하게도 둘 다 각자를 정신적으로 지탱해주거나 이끌어줄 사람이 옆에 없습니다.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마법의 사용자이며, 금기를 저지른 적이 있고 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더 저지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공통적.
즉 닥스와 완다의 대결은 엄청난 스케일의 마법 전쟁이자 미성숙한 인격들의 대결입니다.
두 인물의 변화와 성장의 측면에 주목해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됩니다.
※※※작품 전체 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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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미성숙한 인격들의 성장기이기도 하죠.
닥스에게 닥친 모든 목숨의 위기는 성숙의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아메리카의 능력을 빼앗지 않았고, 크리스틴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인정했으며, 금기를 어기더라도 한 소녀의 목숨을 구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이렇게 다른 세계의 닥스들과 ‘아주 조금 다른 면’이 아메리카나 찰스, 크리스틴의 도움으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었죠.
… 꽤나 재미있는 점은, 스티븐은 성숙했지만 ‘인간적으로’ ‘더 착하게’ 변한 것은 아니라는 점.
웡에게 존중의 표시로 인사를 하거나 망가진 시계를 수리해서 소중하게 보관하는 그는 예전과는 정말 달라졌지만, 그렇다고 감성팔이에 휘말리거나 성격이 변한 건 아닙니다. 캡틴 아메리카나 호크아이, 훌쩍 어른스러워진 아이언맨 같지는 않습니다.
그저 이전보다 아주 조금 더 나은 스티븐 스트레인지일 뿐.
한편, 완다를 결국 변화시킨 것이 (직접적으로는) 스티븐이 아닌 것도 중요하게 보아야 할 지점인데요.
스티븐은 완다에게 별로 공감해주지도 않고 ‘감정’에 매몰되어 이성을 놓은 그녀에게 ‘논리적’으로 비판합니다. 그러니 들을 리가 있나… T형 인간이 F형 인간에게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걸 보는 듯함ㅋㅋㅋㅋ 검사 안 해봐도 둘의 mbti 상성은 최악일 듯..
뭐 진지하게 말하자면, 애초에 스티븐은 남에게 설교할 만큼 인격자도 아니고 완다와 깊은 교류를 해온 것도 아니라 어차피 하지도 못했고 본인도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완다의 공격에 맞서 아메리카를 보호하는 것, 그것이 닥스의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이었죠.
완다를 바꾸어 놓은 것은 그녀 자신입니다. 물론 과정을 살펴보면 스티븐이 아메리카를 살리고 능력을 보호해줬고→아메리카가 자력으로 완다를 평행 세계로 밀어 넣었고→거기에서 깨달음을 얻은 거지만요.
아메리카가 무슨 의도가 있어서 평행 세계를 조종한 게 아니므로…

어쨌든 완다는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비정상적이었는지를 ‘스스로’ 깨닫습니다. 그리고 다른 차원의 자신이 한 “사랑으로 키울게.”라는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면서 결국 물러나죠.
여기에서 우리는 완다가 정말 바랐던 것은 아이들을 가지는 것도 지키는 것도 아니고, 사실 그냥 아이들을 사랑하고 싶었던 것이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차원의 자신이 그녀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녀의 소원을 이루어주겠다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겁니다.
그 후 아무도 힘을 악용할 수 없게 책을 찢어버리고 희생하는 모습은 그녀가 이기적인 고집을 버리고 성숙했음을 보여줍니다. ‘애들이 아프기라도 하면 멀티버스를 다 뒤져서 약을 찾아낼 거다’라고 말했던 그녀는, 결국 그 삐뚤어진 사랑을 포기함으로써 (자신 같은 존재에게서) 궁극적으로 아이들을 지키는 것을 택하죠.
스티븐의 성장이 꽤 ‘현대적’이고 현실적인 반면, 완다의 경우는 상당히 동화적인 마녀의 최후.
광기 중에 제일가는 광기는 연기
앞서 이야기했듯 닥스와 완다는 둘 다 조금 복잡한 면이 있는 인물입니다. 드라마의 내용을 끌어오고, 멀티버스를 오가느라 묘사가 얄팍해지긴 했지만 다행히 이 인물상에는 크게 흔들림이 없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엘리자베스 올슨의 연기가 있죠.
사실 이번 편의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은 크게 보면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대충 예측 가능한 전개가 이어지며, 또 스토리 자체만 놓고 보면 어설프기 짝이 없어요. 그러나 이 둘의 연기는 불가해한 마력으로 관객을 끌어당깁니다.

세상 잘났고 거만하지만 정작 가장 소중한 사람은 놓쳐서 내심 혼자 속을 앓는 닥스의 모습에선 컴버배치의 특기가 유감없이 발휘됩니. 게다가 멀티버스의 다른 닥스, 다른 다른 닥스 등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주는 것은 덤.
그리고 완다는… 완다는 정말…..

드라마인 <완다비전>을 안 본 사람은 완다가 어떻게 타락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이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결점이죠) 얼만큼 흑화했는지는 이 영화만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섬뜩한 눈빛으로 사람을 찢어버리며 작중 호러를 담당하다가도 처절한 슬픔 어린 표정으로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합니다.
사실 영화의 스토리에서 중요한 부분인 완다의 동기는 드라마 <완다비전>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서사적으로 보면 한가운데 구멍이 뻥 뚫려있는 상태죠.
영화의 구성이 좋다고는 빈말로도 할 수 없지만 영화는 드라마 줄거리를 요약하는 대신 눈빛과 눈물로 그 구멍을 건너뛰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두 사람의 ‘광기’는 이 대혼돈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해주는 환한 이정표와 같아요.
‘그 외 서사’와 ‘기타 인물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전반적인 스토리의 수준과 (스티븐과 완다를 제외한) 캐릭터의 활용이 어설프고 대충인 건 사실이에요.
스티븐이나 완다가 화면을 강렬하게 휘어잡다가 비중이 낮은 캐릭터에 자리를 비켜주면 순식간에 마법은 깨지고 어설픈 뼈대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일루미나티의 등장도 다분히 팬서비스적인 장면이라 즐거웠고 출연진도 좋았는데, 이들을 너무 일회적으로 소모해버린 게 아쉬운 포인트.
실제로 완다 자체가 밸붕인 건 맞지만 이들이 얼마나 강한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서 잘난 척만 하다가 그냥 조져지는 일당 정도로 격하되었습니다. 액션이 매우 임팩트가 없었던 것도 한 몫하고….
방패 던지기나 빔 대결 너무 뻔하고 재미없어…

개인적으로는 스티븐과 아메리카의 교류가 아주 감정적이거나 너무 깊지 않은 점이 오히려 좋았습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자식들을 손에 넣기 위해 폭주하는 완다와 오늘 처음 만난 아이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건 스티븐이 더욱 강렬한 대비를 이룹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원작의 터프하고 거침없는 아메리카를 뻔한 ‘귀중한 능력을 지닌 틴에이저’라는 뻔한 서브 캐릭터로 소비해버린 건 무척 아쉬웠습니다.
좋은 재료들을 ‘아낌없이’ 쓰는 것과 ‘막’ 쓰는 건 좀 차이가 있는데 말이죠.
보는 것만으로도 본전

마법 액션신 자체는 대단히 화려하고 볼 맛이 납니다. 닥스가 나오면 일단 그 부분 액션신은 믿고 봐 왔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신박한 연출.
사실 러브크래프트의 <광기의 산맥>을 연상케 하는 제목과 <스파이더맨>이 있기 전 <이블데드>의 샘 레이미 감독이 맡은 작품이니만큼 분위기를 좀 기대하고 갔는데, 초반부는 약간 실망…..
…. 했습니다만.
중반부부터 슬슬 시동을 걸더니 막 굴러가기 시작합니다.

작중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마법(Magic)’은 양자역학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 반면 완다가 사용하는 마법(Witchcraft)은 좀 더 불길하고 불가해한 느낌으로, 이전 작들에서 보여준 것과는 상당히 느낌이 다릅니다.
게다가 1인칭 시점으로 토미와 빌리를 훔쳐보는 장면이나 스티븐이 조각조각나는 장면 등의 연출은 대단히 정통(호러)적이며, 피투성이가 되어 다리를 질질 끌면서 걷는 완다의 모습은 공포의 절정.
음향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공포 장르의 특성도 잘 나옵니다. 그 외에는 스포일러가 되므로 말을 아끼겠지만, 호러 장르를 좋아하거나 감독의 전작을 안다면 아주 즐거울 장면들도 몇 개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등급이 15세만 되었어도 진짜 기깔나는 게 나왔을 것 같은데 이게 너무 아쉬움…
진짜 괴물의 이름은 MCU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호러틱한 분위기와 독창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비틀린 동화책」 같은 작품.
이미 너무 많은 작품들과 연계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고유한 분위기와 존재감을 내뿜는 솔로(더블?) 무비입니다. 헐거운 스토리와 얕은 캐릭터 활용이라는 단점이 있어도 미쳐 날뛰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엘리자베스 올슨의 연기가 캐리하면서 감정적으로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러나 상당한 독창성과 확장 가능성이 있는 이 작품이, 결과적으로는 현실 세계의 난잡한 역학 관계에 갇혀버린 것은 두고두고 아쉽습니다.
MCU는 탐욕스럽게 모든 슈퍼히어로의 서사를 집어먹는 거대한 괴물이 되어가고 있어요.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예전 작품과의 연관성이나 후속작에서의 활약을 암시하는 것은 이제 반갑기는커녕 질립니다.
게다가 대놓고 “드라마에서 이어집니다”라는 말로 때우는 스토리의 큰 구멍과 오로지 다음 편 광고 기능뿐인 엔딩신은 하나의 영화로서 치명적인 단점.
말하자면 치킨 한 마리 시켰는데 중요한 부위는 몇 개 빠져온 거죠. 아무리 맛있게 먹었다고 해도 찝찝한 느낌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러다간 언젠가 MCU 치킨집에서 닭 목조각 하나만 오는 날이 올지도 몰라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이블데드 양념을 발라 바짝 구운 불닭치킨.
하지만 세어보니 다리가 하나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