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 (舞妓さんちのまかないさん)
- 넷플릭스 오리지널 / 전 9화
- 장르: 드라마
-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 출연: 모리 나나, 데구치 미즈키
- 공개: 2023년 1월 12일
감독의 이름값을 하는 아름다운 교토 풍경과 눈부신 요리 때깔, 사랑스러운 소녀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화류계의 미성년자 착취와 연관되어 있다는 어두운 현실을 도저히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개념있는 척 문제를 곁눈질하다 결국 두루뭉실하게 기만해 버린다는 점에서 더욱 불쾌하다.
요리물, 힐링물이라고들 하는데 이게 힐링 같다면 너, 개념이 없는 거야.
종합평 : ★☆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 줄거리
마이코가 되기 위해 아오모리에서 교토로 온 두 소녀, 스미레와 키요. 둘은 절친한 사이로 꼭 함께 최고의 마이코가 되자는 결심을 나눈다.
두 소녀는 수련을 시작하지만 뛰어난 재능과 노력을 인정받는 스미레와는 달리 키요는 수업보다는 다른 곳에 더 관심을 보인다. 결국 키요는 마이코의 길이 아닌, 숙소의 식사를 담당하는 요리사(마카나이)가 되어 숙소의 모든 이들을 돕는 길을 선택하는데….

마이코와 마카나이의 뜻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이라는 제목은 상당한 의역이다. 원제인 <舞妓さんちのまかないさん>를 직역하면 ‘마이코네 요리사’ 정도.
마이코, 게이코는 흔히 ‘게이샤’라고 부르는 일본의 전통 여성 예능인으로, 특히 마이코는 어린 나이의 소녀가 정식 게이코(게이샤)가 되기 위해 수련을 거치는 단계. 드라마나 애니를 보면 알겠지만 시스템이 좀 특수한데, 마이코는 숙소(오키야) 소속으로 이 숙소가 거의 하숙을 겸한 연예기획사 느낌.
한편 마카나이(まかない)는 ‘요리사’라고 번역되지만, 마카나이라는 단어가 그냥 요리를 뜻한다기보다는 일반적으로 가게 직원들이 먹는 식사, 휘뚜루마뚜루 해먹는 집밥이라는 뜻으로도 쓰여서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라 좀 더 푸근하고 소박한 인상이다.
즉 ‘마이코네의 마카나이’라는 제목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화류계를 가장 일상적인 공간(부엌)에서 바라본다는 작품의 특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키요야 간이 싱겁다
드라마는 일본 요리 일상물 특유의 아기자기한 흐름에 마이코의 생활상을 소개해주며 진행되는데, 이게 잔잔하다 못해 좀 싱겁다.
키요는 친구만 마이코가 되고 본인은 재능이 없다는 소리를 들었음에도 질투나 조바심 따위는 전혀 느끼지 않는다. 마냥 순진하고 착할 뿐. 또 스미레는 타고난 천재에 노력까지 아끼지 않는 성격인데 주변에 스미레의 재능을 질투하거나 못되게 구는 사람도 전혀 없고, 시련이라 할 만한 것도 없다. 이혼하고 돌아온 요시노의 존재나 결혼에 대한 모모코의 고뇌 등이 있긴 하지만 이건 냄비에 맛간장 1/2 티스푼 정도 더한 거지 국물 색깔도 변하지 않는다.

감독의 명성답게 화면 때깔은 굉장히 좋아서, 키요의 요리는 소박하면서도 빛으로 가득차 있다.
말간 얼굴의 배우들이 정말 예쁘고 흐뭇한데 특히 주연을 맡은 모리 나나의 환한 미소는 정말 버틸 수가 없을 정도.
또한 마이코의 생활상과 기예의 묘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연기나 연출 면에서도 마이코가 무척 아름답게 그려진다. 사실 마이코나 게이코는 특유의 진한 화장과 낯선 음악 때문에 처음 보면 뭐가 그렇게 예쁘고 특별한가 싶은데, 이 작품을 보다보면 그 아름다움에 대해 어렴풋하게 인정하게 된다.
종합해보면 싱겁긴 해도 잔잔하고 무난한 성장물에, 말갛고 예쁜 화면까지, 편하게 틀어놓고 볼 수 있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드라마의 전제부터 잘못되었다는 거지만.

학생, 연습생, 노동자 그 무엇도 아닌 소녀들
먼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문제는, 게이샤가 전통 문화라고는 해도 현대의 인권 의식과 현행법상으로 빼박 문제가 많다는 것. 까놓고 말하면 중학교를 갓 졸업한 소녀들이 술시중을 드는 거라서.
이게 아동복지 및 노동법에 정통으로 걸리는 지라 일본에서는 마이코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노동자로 인정하면 이 산업 자체가 불법이 되어버리니까. (원래 마이코는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했는데 이젠 중졸 이후의 소녀들을 받는 것도 그나마 나아진 것)
마이코의 일 자체가 직접적인 성매매는 아니라고는 하지만 매우 위험한 사각지대에 있는 것은 사실이고, 드라마 방영 전에 전직 마이코가 업계에 성추행과 아동 학대가 횡행하고 있다는 폭로를 해서 큰 논란이 되었다. 감독이 이 논란에 대해 인터뷰도 했고, 드라마도 화류계에 대한 세간의 안 좋은 인식을 언급하며 다분히 의식하는 것처럼 보인다.
드라마는 모모코와 스미레의 직업에 대한 존중과 자부심, 노력이 끊임없이 강조하며 ‘마이코는 전통 문화의 계승하는 존재‘라는 주장을 펼친다. 그리고 동시에 료코나 주변 사람들의 입을 통해 교토 화류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는……. 척을 한다.

미화보다 더 악한 기만
문제점이 없다는듯 아예 미화만 때려부은 것도 아니고, 개념있는 척하면서 기만하는 게 이 드라마를 더 불쾌하게 만든다. 특히아동 인권 침해로 고소하겠다는 개그씬은 제작진이 뇌가 있는건가 싶을 정도로 쓰레기같은 장면.
스미레의 아버지가 교토까지 올라와 스미레가 마이코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장면이 기만과 사기의 끝판왕. “미성년자가 술시중을 드는 게 이상하다” “당신들이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냐”란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이 나오면서 마치 이 드라마가 어느 정도 비판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굴지만, 정작 이에 대한 반박은 매우 추상적이고 두루뭉실하다.
스미레의 아버지가 스미레의 춤을 보고 인정하는 장면은 꽤 훌륭한 연출이었지만 솔직히 그건 스미레가 케이팝 아이돌이었더라도 똑같이 해결될 수 있는 부분.
그 외의 문제-그러니까 마이코가 정말로 물장사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아이들의 교육이나 생활 면에서 인권 침해적인 부분이 없는지 하는 문제는 전혀 다뤄지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결국 스미레의 아버지가 갑자기 키요의 요리를 먹고 울음을 터뜨리더니 다들 하하호호 웃으면서 모든 게 해결되는 장면은 황당하다 못해 기분이 나빠질 정도.

특히 오키야에서 유일하게 마이코가 아닌 소녀, ‘료코’의 존재는 이런 기만을 위한 장치인데 이마저도 성공적이진 않다. 료코는 갑자기 나타나서 분위기 깨는 말만 할뿐. 료코의 대사는 폐쇄적인 마이코의 세계에 대한 외부의 시선처럼 표현되지만, 사실 알맹이라고 할 것도 없다. 게다가 후반부에 갈수록 료코는 그냥 삐뚤어진 사춘기 소녀에 불과해서 마이코를 비판하는 그녀의 말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또 이혼하고 돌아온 요시노를 통해 결혼하면 은퇴해야 하는 화류계의 여성차별적 제도에 대한 고찰이나, 모모코가 절분 무대를 마이코들과 꾸미면서 전통을 개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어디까지나 그런 ‘척‘.
개념있는 척하는 말 한마디 내뱉고 근본적인 문제는 얼렁뚱땅 전통이니 짝사랑이니 하면서 넘어가는데 이게 막연한 미화보다 더 질이 나빠.

본질은 밥이거늘
게다가 마이코 쪽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정작 주인공인 키요와 그녀의 요리에 대해선 묘사의 깊이가 턱없이 얕은 것도 문제.
초반에는 키요가 ‘평범하고 맛있는 요리’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등 그녀가 중심이 되는 장면이 많이 나오긴 한다. 하지만 “키요는 마이코 포기하고 부엌에 있는 게 좋대”라는 게 확정난 순간 그냥 스미레의 밥셔틀로 전락.
원작이나 애니에서는 키요가 마이코를 지켜보는 관찰자적 입장이면서도, 충분히 주체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마이코들의 체력을 보충해주기 위해 스태미나 요리를 해준다든가, 교토 요리를 연구하거나 고향 음식을 소개하는 등 요리에 대한 디테일이 있었는데 드라마에선 완전히 마이코들에게 초점이 옮겨갔다. (그나마 가장 요리물 느낌이 나던 우동 에피소드 등은 원작을 차용한 거고)
옴니버스 형식의 원작을 그대로 살리긴 어려워서 각색한 거라 해도, 이건 좀 멋대로 방향을 바꿨다는 느낌. 그래놓고도 인물들의 성장과 갈등의 해결을 기대하는 드라마라고 보기엔 갈등 구조가 매우 단순하고 해결 방식이 나이브하기 짝이 없어 실망스럽다.

종합평: ★☆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의 비주얼은 정말 훌륭하고, 몰랐던 별세계의 일상을 엿보는 드문 기회가 되어준다. 시간이 멈춘듯한 교토 특유의 분위기나 전통 일본 기예에 대한 연출은 상당한 흡인력을 발휘하기도 하고. 또 완전히 다른 시간의 흐름 속에 사는 기온 사람들 역시 소소한 일상과 여러가지 고민을 안고 있는 보통 사람이라는 사실을 내보인다는 점에선 의의가 있다.
그러나 그 모든 노력이 결국 ‘얄팍한 교토 소개’에만 그치며, 논란이 되는 지점을 어설프게 접근하고 이용한 무책임한 태도는 이 아름다운 화면에 내내 찝찝함을 남긴다.
드라마는 열심히 “우리들은 가족처럼 지내면서 열심히 일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라고 주장하는데, 보다보면 은근히 기분나쁜 포인트가 한둘이 아님… 스미레가 선배의 집에서 설거지까지 하고 수발을 드는 것이나 나이든 남자와의 동반 식사 등이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하는 장면들을 보면 과연 이게 맞나 싶어지는 거.

또 원작을 각색한다며 츠루코마의 행방이나 아즈사의 결혼 여부 등 많은 것이 바뀌었는데, 원작 팬들이 섭섭해할만한 부분인 건 둘째치고, 문제는 이런 추가점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살짝 의문.
아즈사의 비중이 특히 그렇습니다. 게이샤 출신인 중년 여성의 데이트는 꽤 재미있는 포인트지만, 아즈사의 개인적인 고민이나 심리가 잘 드러난 건 아니다. 딸인 료코의 서사도 솔직히 뭐 어쩌라고 싶음…
이렇게 뜯어고쳐놔서 원작과 드라마는 상당한 방향성의 차이를 보인다.
- 원작&애니: 스미레와 키요의 스토리
- 드라마: 스미레와 키요가 머무는 숙소에서 벌어지는 일, 관련자들의 이야기
…에 가까운데, 이야기의 배경을 확장하고 다양한 인물을 추가했지만 아무리 해도 이뻐보이는 고루한 인형놀이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잘 읽었습니다.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분명한 문장으로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