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그러진 곰 망곰 캐릭터 두산 콜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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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는 정말 먹산일까?

두산 베어스를 나타내는 수식어는 여러가지 있다. 허슬, 미라클, 그리고…… 먹산.

‘먹산’의 뜻은, 뭐 짐작 가능하지만 많이 먹어서 그렇다. 팬들이. 두산 팬들이 야구장의 매점과 근처 식당을 거덜낸다며 붙은 별명이 바로 ‘먹산 베어스’다. 먹산이 진짜인지, 왜 우리가 먹산이 되었는지 한번 깊게 생각해보았다.

* 2007년 입덕한 두산팬의 개인적인 추측과 고찰입니다.



‘먹산’의 탄생 그리고 검증

‘먹산’이라는 말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애초에 먹산 밈을 알린 수많은 짤방들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대충 2015~2016년도에 도착한다.

먹산의 매진 기록, 어시장 에피소드, 매점매석

유명한 증언들을 정리해보면,

  • 좌석 매진은 아닌데 음식 매진
  • 잠실구장 편의점 컵라면 빼고 매진 (컵라면이 남은 이유: 뜨거운 물이 다 나가서;)
  • 문학구장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빼고 매진
  • 마산 어시장 횟집 쓸어버림 (feat. “회뜨다가 세상 뜨것네”)
  • 수원 위즈파크 요아정 먹산전 오픈 후 1분컷
  • 매장이 물량 2배로 준비했음에도 재료 소진
  • 전 응원단장이 응원할 때 치킨 먹지 말라고 했다가 잘렸다는 소문 (물론 이건 팩트는 아니지만, 많은 팬들이 이 잔소리를 싫어하긴 했다)
먹산 이벤트
2024년 문학 구장 초밥집에서 한 먹산 표적 이벤트

객관적인 연구 결과는 없지만 이렇게 많은 목격담과 증언들, 예전 기록, 타구장/지역 매장에서 두산 팬들이 원정 오는 경기 일정을 노리고 표적 이벤트를 거는 것으로 충분한 대답이 된다고 본다.

두산은 먹산이 맞다.


먹산의 이유:
두산 팬은 잘 먹는다

‘경기 매진이 안되었는데 음식 매진이 되었다’거나, 인기 구단인 기아 타이거즈나 한화 이글스 팬들이 자기들 지역 매장(인크커피/성심당)이 매진된 거 처음 본다고 하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먹산은 머릿수가 가장 많아서 많이 먹는 건 아니다.

그냥, 많이 먹는 거다.

그렇다면, 왜일까? 왜 유독 두산 팬들만 많이 먹는 걸까?

먼저, 먹산 밈이 처음 활성화된 2010년대 직전에 젊은 팬들이 대거 유입된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이나 프리미어 등 국제 경기에서 ‘국대 베어스’라 불릴 정도로 많은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활약했고(지금은……ㅠ), 이후에도 10여년이 넘게 한국시리즈를 단골로 가는 강팀, 특유의 허슬플레이로 인해 젊은 팬들이 많이 생겼다.

두산 여성 팬

또 두산은 예전부터 여성팬 비율이 높은 팀으로 유명했다. 지금이야 모든 구단에서 여성팬의 비율이 남성을 앞지르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2015년 KBO 리그 여성 관중 비율이 43%였는데 두산의 여성 관중 비율은 53%이었다. 그 유명한 정수빈의 옛날 응원가(Surfin‘ USA)와 양의지의 응원가는 남녀 파트를 나눠서 부를 정도다.

이렇게 수도권의 젊은 팬들, 그리고 여성층이 많다는 점이 ‘먹성이 좋고, 음식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특징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규범의 확산:
잘 먹는 사람이 두산 팬이 된다

팬들은 스스로 다시 트렌드의 확산에 기여한다. 실제로 SNS에서 보냉 텀블러를 가져가서 육회를 넣어 먹으면 하루종일 시원하게 먹을 수 있다는 꿀팁이나, 구장 근처의 맛집 정보 공유 등은 젊은 여성팬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X(트위터)나 인스타 등에서 바이럴이 쉽게 이루어지면서 수많은 먹산 에피소드는 더욱 확산되었다.

비하나 경쟁의 뉘앙스가 없는 유쾌한 밈이고, 야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재미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점도 확장에 한몫했을 것이다. 심지어 뉴스에서도 종종 등장해 두산 선수는 아무도 몰라도 두산 팬들이 밥을 잘 먹는다는 건 아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먹을 것에 진심인 팀(팬)”이라는 것이 일종의 광고 효과를 내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잘 먹는 사람이 두산 베어스 팬이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두산베어스 직관 음식

그리고 이미 형성된 팬덤의 분위기가 뉴비를 자연스럽게 먹산으로 이끄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경기 시작 전 잠실야구장 앞에는 배달 음식 기다리는 두산팬이 1472648명 있고, 경기 시작 전에 앉아서 다들 뭘 먹고 있고, 중간중간 우르르 나가서 또 음식 한 바가지 싸들고 돌아온다.

이는 일종의 규범이 되어, 새롭게 두산 베어스에 입덕한 뉴비들도 자연스럽게 야푸를 즐기게 되는 것이다.

(충격적이지만 다른 팀 팬들은 야구장에서 정말 ‘그렇게까진 먹지 않는다’고 한다…….)

또 중요한 것 한가지. 야구 입덕은 보통 친구나 가족을 따라 하기 마련이라는 특징이 있는데, 먹짱들의 지인은 대부분 먹짱이다.


전설의 공식화

구단도 예전부터 팬들이 잘 먹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2018년 한국 시리즈 당시 원정구장 푸드트럭의 대기줄 현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기도 하고, 비시즌 팬모임 때는 아예 그라운드에 팬들을 위한 푸드트럭을 들여놓기도 했다.

2020년대에 이르러 다시 한번 프로야구가 붐업되면서 각 구단은 활발한 콜라보를 진행하고 있는데, 두산 베어스는 ‘먹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연세우유 먹산 생크림빵
연세우유 먹산 생크림빵
참고로, 요거트크림에 달달한 블루베리 잼이 들어있어 꽤 맛있었다.

CU의 연세우유와 콜라보한 ‘연세우유 먹산 생크림빵’은 이름부터 먹산이 들어가 있다. 오로지 두산 팬들만을 겨냥한 제품이다.

먹산 생크림빵은 6일 만에 12만 개를 팔아치우고 일주일 사이 CU의 디저트 매출을 19% 증가시켰다는, 그야말로 먹산다운 결과를 냈다. 비슷한 시기 삼립에서 내놓은 일명 ‘크보빵’은 구단별로 다른 빵을 내고 랜덤 띠부씰을 증정하는 상술을 부렸지만, 먹산빵은 띠부씰도 없었다. 우린 그냥 먹었다.

이후 CU와의 콜라보는 끊이질 않아서, 아예 작정을 하고 하이볼, 나쵸, 양념치킨 등을 쏟아내 엄청난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다. 오로지 먹산만을 대상으로.

2025년 두산 베어스는 너무나 지난한 일들을 겪어서 팬들은 좀 예민해져 있는 상태였고, 지나치게 밈만 강조되고 상술에 이용당하는 것 같다며 짜증을 내는 팬들도 있었다. 그렇다고 물론 안 먹은 건 아니고.


새로운 즐거움을 위하여
feat. 잠실야구장 음식 추천

같은 두산팬 친구들과 직관 가기 전날이면, 단톡방에서 내일 뭘 먹을지 토론하느라 바쁘다. 참고로 잠실구장 안에 있는 매장들은 흔한 프랜차이즈들이라 솔직히 그리 맛있는 게 없다. (그러니까 맨날 우리가 원정을 털고 다니는 거야…)

통밥 삼겹살과 김치말이국수는 잠실의 근본 메뉴로 꼽히지만, 줄이 너무 길어서 아예 일찍 가서 미리 웨이팅을 걸어놓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콜팝은 그냥 인증용.

잠실 야구장 음식 추천
리빙 포인트: 마라샹궈같은 거 먹을 때 일회용 컵을 미리 들고 가면 먹기 편하다.

맛있는 걸 먹고 싶다면, 잠실새내의 시장에서 파는 파오파오 만두와 깻잎닭강정을 사오거나 건너편에 있는 잭슨피자에서 테이크아웃을 추천한다.

요새는 배달 먹거리가 워낙 발달해서 종합운동장 5번 출구 앞에서 음식을 받아서 들어가는 일도 많다. 최근엔 마제 소바나 로제마라샹궈같은 색다른 메뉴도 먹을 수 있다.

야구장에 일찍 도착해서 여유있게 음식을 가지고 들어가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야구 좀 보다가, 입이 심심해지면 간식도 먹고, 매점에서 콜라도 사오고, 해 떨어지면 커피 마시고, 디저트로 당 충전 좀 하고…

경기 끝나면 잠실새내 고깃집에서 뒷풀이하면서 건배 짠. 야무지게 인증샷을 남기고 후기를 공유하는 것까지, 그 모든 것들이 우리의 즐거움이다.

‘먹산’은 두산팬들이 야구를 즐기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야구장에서 맛있는 것 먹기’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지만, 팬덤이 스스로 이런 분위기를 형성하고 경험을 공유하며 유대감을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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