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3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 전 10화
- 장르: 액션, SF
- 출연: 엘리엇 페이지, 톰 호퍼, 데이비드 카스타네다, 에이단 갤러거, 저스틴 민 외
- 공개: 2022년 6월 20일
공개되자마자 주말에 시즌3을 풀로 달렸다.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개인적으로 넷플릭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데… 그럼에도, 아니 오히려 그래서 더욱 아쉬운 점이 눈에 보였다.
시즌2가 9점, 시즌1이 7점이라고 했을 때 시즌3의 재미는 그 가운데 정도인데, 작품 전체의 퀄리티는 시즌1 이하.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매력은
- 하나같이 맛이 갔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
- 기가 막힌 선곡 센스
- 파이브
- 복선과 수수께끼가 쌓이고 쌓이다가 후반부에 터지는 플롯
…인데, 이것들이 전부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약해졌다. 각각의 요소가 시즌3에서 어떻게 유지되지 못했는지 살펴보면 팬으로서 상당히 안타깝…
그럼 이제 하나씩 조져볼까?
종합평 : ★★
캐릭터들의 아까운 낭비
시즌2는 엄브렐러 아카데미가 무사히 원래 시간대에 도착했지만 그곳은 레지널드 하그리브스가 ‘엄브렐러 아카데미’가 아니라 ‘스패로 아카데미’를 설립한 세계였고 자신들이 아닌 새로운 가족(+벤)을 보고 충격에 빠지는 장면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는 형제들이 1963년에 레지널드를 만났기 때문에 과거에 변화가 생긴 것. 레지널드는 엄브렐러 아카데미를 만나 노답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들이 아닌 다른 7명의 아이들을 입양해 키웠다.
엄브렐러 아카데미이기도 한 벤이 스패로 아카데미에도 있는 건 레지널드가 (당시에 이미 죽은) 벤을 보지 못했기 때문.

스패로 아카데미는 엄브렐러 아카데미와는 달리 범죄를 막는 자경단 역할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찐 슈퍼히어로팀. 엘리트스러운 슈트에 고급 트레이닝룸 등 엄브렐러 아카데미와는 전혀 다른 ‘위너’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나 그레이스를 로봇이라고 막 대하거나 CCTV로 서로를 감시하고 자신들의 상품성 이미지에 집착하는 등 삐뚤어진 일면도 보인다.
엘리트지만 인간미가 없고 쪼잔한 스패로 아카데미와 엉망진창이지만 서로만큼은 아끼는 엄브렐러 아카데미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즉, 스패로는 성공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엄브렐러 아카데미다.
특히 앨리슨과 빅터가 심하게 다툴 때 벤이 “야 너희들도 우리처럼 싸우네ㅋㅋㅋ”라고 하니까 디에고가 쓰디쓴 얼굴로 “아니. 우리는 이렇게 싸우지 않아.”라는 장면은 상징적.
그러나 이렇게 흥미로운 대비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성격이나 능력에도 불구하고 스패로스의 비중이나 개성은 조금 많이 아쉽다. 몇몇 캐릭터들은 순식간에 증발해버리고, 페이나 슬론은 성격이나 캐릭터성이 너무 뻔한 거 아닌가 싶고.

그래도 벤은 이번 시즌에서 가장 임팩트가 있던 캐릭터 중 하나.
엄브렐러 7명 분의 인성을 혼자 다 가지고 있던 착하고 순둥한 ‘우리 벤’과 달리 ‘느그 벤 아닌 벤’은 말할 때마다 쌍욕 기본 장착에 성격이 좀 쪼잔하고 허세도 부린다.
하지만 그의 유치한 성격은 인정 욕구의 결핍에서 비롯되었다는 게 일차적으로 보여서, 웃기고 안쓰럽고 미워할 수가 없다. 게다가 배우인 저스틴 민의 연기도 한몫하고.
스패로 아카데미에서는 형제들 간에 순위 싸움과 가스라이팅이 판치는데, 생판 남인 엄브렐러 아카데미가 자길 너무 촉촉하고 아련하게 쳐다보니까 짜증과 열등감과 부러움이 섞인 복잡한 반응을 보일 때라든가…
또 벤은 이 세계가 (엄브렐러 기준으로) ‘원래 있어야 마땅할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계속 상기시켜주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원래 세계와 지금 세계를 완전히 분리할 수 없다는 걸 상징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닌 벤이 은근슬쩍 엄브렐러 아카데미에 편입되는 과정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형제들은 벤에게 미련을 떨치지 못하면서도 동시에 외부인이라고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는데, 여기에 일관성도 설득력도 없다. 클라우스를 제외하면 아닌 벤이 엄브렐러 아카데미와 그리 큰 접점이 없었다는 것도 문제.
결국 가장 파고들 거리가 많았던 캐릭터였음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이건 그 뿐만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벤 정도면 활용하려는 시도 정도는 한 거고 나머지 주변 캐릭터들은 매우 얄팍하게 이용당하고 버려진다. 벤을 제외한 스패로 아카데미는 너무 평면적이며 굉장히 허무하게 소모되어 버리고, 라일라와 스탠은 솔직히 전혀 필요 없는 수준. 그리고… 레스터 역시 너무나 낭비된 느낌이 든다. 그저 캐릭터들 사이에 갈등과 상처를 주기 위해 만들어지고 내다 버려졌을 뿐.

그럼 적어도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기존 캐릭터들의 매력은 건재하냐면, 그것도 좀 애매하단 말이지. 기본적으론 이전과 비슷하긴 하지만 각자의 강렬한 개성과 색깔이 좀 옅어진 느낌.
클라우스와 루서는 너무나 여전해서 이전 시즌의 그 지리한 실수들을 답습하고, 애매한 액션 연출과 더불어 더욱 포스가 없다. 디에고는 의외로 이 드라마에서 제일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인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나 반대급부로 재미가 좀 없어진 측면이 없지 않아 있고. 빅터 역시 다소 뻔한 캐릭터가 되었다. 뭐, 그래도 예전 시즌에서 속을 실컷 썩이던 녀석들이 좀 철들었다는 건 봐줄 만한 부분이지만…
앨리슨의 변화는 지켜보기가 매우 괴롭다. 겨우 견디고 견디면서 피날레까지 보면 더욱.

그나마 파이브는 여전히 파이브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비중이 격하된 감이 없지 않아서 드라마의 재미를 떨어뜨린다. 다들 인정하시죠. 솔직히 이 드라마를 보는 목적의 5할 정도는 파이브잖아.
모든 캐릭터들이 각자의 매력을 발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내내 ‘뭔가 더 재밌을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이는 캐릭터 묘사의 문제만이 아닌데….
부족한 임팩트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강렬한 수위와 시의적절한 선곡이 어우러진 장면들이 큰 재미였는데, 시즌3은… 기억에 남는 게 하나도 없다. 1화의 ‘Footloose’ 대결은 인정할 만 하지만 그 외엔 다 김 빠지는 느낌.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였던 파이브의 능력 사용 장면이 확연하게 줄었다. 괜히 빅터의 에너지 방출만 자주 써먹고 쓸데없는 장면의 수위만 높다. 특히 피날레의 액션은 액션이라고 할 수 없는 단조로운 연출의 끝판… 이게 뭐야….

다 레지널드 하그리브스의 탓
레지널드 하그리브스가 매우 비밀이 많으며, 이 모든 일의 시작점인 중요 인물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피날레 이전까지 대체 레지널드가 어떤 인물인지 감을 잡을 수 없게 만드는 긴장감은 좋았다.
시청자는 레지널드의 꿍꿍이에 의문을 품었다가도 그의 약한 모습에 왠지 조금 마음이 흔들리기까지 하며, 그가 감추고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된다. 그리고 우리 모두 루서처럼 되는 거지 그러나 모든 비밀과 사건 전개가 레지널드를 위주로 돌아가는 플롯의 구성은 최악이다.
이전 시즌들에서의 파이브의 비중을 이번엔 레지널드가 다 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예전에 파이브가 비중이 높은 건 납득 가능했다. 파이브는 매우 매력적이고, 노련하며, 이해할 수 있는 목적(세계와 가족들을 구한다)을 가지고 가족을 하나로 모아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심인물이었다.
그러나 레지널드는 다르다. 레지널드가 파이브만큼 매력적이냐는 문제는 일단 제쳐두고, 그는 혼자만 알고 있는 목적을 위해 움직인다. 그에게 이입하거나 그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 게다가 그의 행동은 두 시즌 내내 계속 이어져 온 드라마의 주제와 분위기를 매우 해친다. 매우. 매우 매우 해친다고요. 이건 바로 후술할 문제점과도 바로 이어진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시즌1은 엄브렐러 아카데미가 얼마나 콩가루이고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를 알려주고, 시즌2는 아카데미의 가족관계가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시즌3은 좀 더 발전한 관계를 바탕으로 이들이 어떻게 하나가 되어 종말을 막을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되어야 했다.
시즌 피날레 전까지는 드라마가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것 같았다. 내내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형제들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예전엔 정말 제각기 따로 놀았던 것에 비하면 이젠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게 어색하지 않다. 파이브도 은퇴 후에 느긋해져서 클라우스와 가족 여행을 떠나는데 동참하는가 하면, 앨리슨이 빅터에게 폭언을 하자 (오히려 예전엔 바냐와 껄끄러운 사이였던) 디에고가 벌떡 일어나 그건 아니라고 하는 부분 등 이전과는 달리 서로를 정말 아끼고 생각하는 모습이 나온다.
여기에 드라마는 루서와 슬론이 사랑에 빠진다거나, 라일라가 나타나 디에고에게 난데없이 아들이라며 스탠을 맡기는 장면 등을 통해 ‘가족‘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더욱 부각한다. 오히려 작중에서 너무 가족이라는 말을 많이 해서 뻔하다 싶을 정도로.
그러나 결말까지 가면,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알 수가 없다.
디에고가 스탠에게 아빠 노릇을 하는 건 무슨 의미가 있었으며, 앨리슨은 꼭 그런 짓을 해야만 했을까?
시즌1과 시즌2에서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한번도 구성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언뜻 보면 다들 맛이 가 있고 사건 전개도 미쳐 날뛰는 것처럼만 보이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고 연결되어 있었다. 인물들의 모든 행동은 하나하나 피날레까지 이어지며, 진실까지 도달하는 길이 자주 꼬이고 엉키긴 했지만 그 길에서 한 순간도 벗어나진 않았다고.
하지만 시즌3에는 이런 촘촘한 개연성이 거의 전혀 없다. 자극적이고 과장된 반전(ex. 거래가 취소됐다, 내가 쟤를 죽였다 등)은 있지만 그것이 다른 중요한 사건으로 전혀 이어지지 않는다.
정말이지 비효율적인 10시간이었다. 이번 시즌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평행 세계였고, 다시 돌릴 수 있다면 좋으련만.

종합평: ★★☆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3은 팬들이 기대했던 것들을 대충 절반 정도는 충족시켜 준다.
호텔이라는 공간의 독특한 분위기(물론 ㅈ같은 쟈포네스크는 좋게 봐주긴 힘들지만), 수수께끼와 복선을 긴장감 있게 엮어나가는 구성, 형제들 사이의 꽁냥거림, 그리고 파이브의 정장 차림(!!!) 등 보면서 즐거운 적도 많았다. 실제 배우의 성전환을 작중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도 인상적이었고.
하지만 문제는 딱 50%라는 것에 있다. 90% 정도는 해줬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다는 걸 아는데.
떡밥을 회수하기는커녕 더욱 잘게 잘라 사방에 흩뿌리기만 하고, 끊임없는 미스디렉션과 자극적인 전개로만 이어가는 점은 정말 좋게 봐주긴 힘들다. (시즌1이나 시즌2의 “아, 그래서 그랬구나!”하는 순간이 시즌3엔 하나도 없음)
코로나 시국의 영향인지 액션 신이 줄어들고 연출 퀄리티가 하락한 것도 아쉬운 부분. 마지막화 보스전은 최악.
실망이 사랑에서 오는 필연적인 결과라고는 해도, 이번엔 너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