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빌 인 오하이오 리뷰: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 전 8화
- 감독: 다리아 폴라틴
- 출연: 에밀리 데이셔넬, 매들린 아서
- 공개: 2022년 9월 22일
우리나라에선 뒤집힌 십자가나 악마에 대해 그다지 무섭게 여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옥수수밭! 까마귀! 인신공양! 이런 배경을 좀 많이 좋아하는지라 모처럼 오컬트 호러를 볼 생각에 골랐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못 골랐지만…
목차

데빌 인 오하이오 줄거리
정신과 의사인 수잰 매시스 박사(애밀리 데이셔넬)는 사이비 종교 단체에서 도망쳐 온 신원불명의 소녀인 메이(매들린 아서)를 만난다.
수잰은 갈 곳 없는 그녀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겨 한동안 그녀를 자신의 집에서 보호하기로 한다.
수잰의 가족들은 낯선 소녀를 성의껏 돌봐주려고 노력하지만, 수잰이 지나치게 메이만 신경 쓰자 가족들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메이의 등장과 함께 그들 주변에서 점점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호러
일단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호러 주제에 무섭지 않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점점 무섭지 않아집니다.
초반엔 조금 무서워요. 로페즈 형사가 발견한 돼지머리 허수아비, 메이의 이상하고 섬뜩한 행동, 메이로 인해 생겨난 수잰과 가족 사이의 기묘한 긴장감은 상당합니다. 사이비 교단이 무슨 짓을 할지, 누가 배신을 할지, 메이가 진짜 악마가 들린 건지 아닌 건지에 대한 불확정성, 이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점이 상당히 쫄립니다.
그러나 호러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게 무서운 거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혹은 벌어지지 않을지) 알게 된 순간엔 공포가 반감됩니다. 모든 것이 밝혀진 다음에도 무서우려면 본능적이고 직관적으로 위험을 느낄 수 있는 진짜로 강력한 뭔가-엄청난 떡대의 살인마가 전기톱을 들고 달려오든가 머리 긴 귀신 혹 특수 분장 전문가나 영상 편집자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피투성이 살점과 내장이 있어야 하죠.
하지만 <데빌 인 오하이오>에는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이란 암시와 징조만 있을 뿐 실제 사건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마치 라잌 종말이 온다고 해놓고 늘 안 오는 사이비처럼.
1,2화를 볼 때는 뭔가 무서운 일이 생길지도 몰라서 콩닥콩닥하면서 봤지만 4화가 지나니까 수상한 인물이나 묘사가 나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확신 아닌 확신이 들어서 전혀 무섭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예감만 깔짝깔짝 주면서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다 보니 러닝 타임 대부분이 쓸모가 없어요. 30분짜리 8화 구성은 길지 않은 편성이지만, 이건 솔직히 2시간짜리 영화로도 충분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디에도 가지 않는 드라마
시작은 사이비 종교 단체+사건을 수사하는 형사+청소년 성장물+가족 드라마라는 매우 흥미로운 소재의 조합입니다. 또 각각의 소재가 전개되는 방향은 나쁘지 않아요.
극 초반에 메이가 한밤중에 줄스의 침대 옆에 옥수수 껍질 인형을 놓아두는 장면은 완전 오컬트 호러스럽고, 잘난 언니에게 주눅 들어 있는 소극적인 성격의 줄스가 메이가 함께 학교를 다니며 겪는 일들은 청소년 성장물의 정석이라 ‘대체 이 작품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까?’ 하는 기대감이 들죠.
하지만 어디로도 가지 않습니다.
드라마는 그 많은 요소들을 섞은 게 아니라 그냥 하나하나 다 따로 풀고 있습니다. 사이비 단체를 둘러싼 오컬트 호러이자, 수잰이 메이를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서스펜스물이자, 분열을 딛고 화합하는 가족 드라마이며, 줄스의 힘겨운 성장기죠.
참고로 로페즈 형사는 겁나 유능해서 아주 잠깐 나와서도 혼자 알아서 뚝딱뚝딱하기 때문에 오히려 ‘수사물’이라는 느낌은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동쪽으로 한 발짝, 남쪽으로 한발짝, 서쪽으로 한발짝, 북쪽으로 한 발짝이면 어디게요?
각각의 요소들이 충분히 깊지 않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드라마 전체를 통합하고 끌어나갈 수 있는 하나의 지배적인 아이디어가 없어요. 수잰의 심리 묘사나 반전은 나름 공을 들인 부분이긴 하지만, 다른 인물들의 경우에는 행동과 사건만 나열될 뿐 딱히 유의미한 전개가 이어지지도 않고요.
예를 들어 학교에서 인기가 없어 주눅이 든 줄스가 메이의 등장으로 더욱 혼란스러워하는 것이 이야기의 한 축인데, 줄스의 콤플렉스를 건드리는 전개만 나오고 스스로의 극복도, 가족과의 화해도, 주변의 도움도 없습니다. 줄스가 메이를 경계했다가 친해졌다가 다시 그녀와 거리를 두는 전개도 난잡합니다. 줄스는 예쁘고 잘난 언니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메이를 쳐내더니 둘이 편먹고 자매 관계가 회복되어 있는 그런 식입니다.
이 와중에 헬렌이 남친과 장래 문제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나 대니가 뮤지컬 노래를 뽑는 부분이 정말 필요했을까 싶고.
…. 종합하자면, <데빌 인 오하이오>는 좀 뻔해 보이는데 그 뻔한 것을 바란 관객의 기대치를 제대로 채워주지 못합니다. 그냥 쓴 맛나는 아무 커피라도 마시고 싶어서 시켰는데 옥수수수염차 맛이 나는 건 그래도 너무 하잖아.
저는 사악한 사이비 종교 단체의 정신 나간 제의나 악마 들린 소녀의 무서운 쇼를 보고 싶었다고요. 그리고 그런 걸 보여줄 것처럼 굴었잖아! 이건 사기야!
결말에 대한 호불호도 좀 갈릴 것 같고요. 이 반전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래에는 <데빌 인 오하이오>의 결말 내용이 있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결말 설명 및 해석
무도회날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며 학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메이는 교단의 상징인 흰장미 꽃다발을 받고, 불안정한 정신상태로 헤매다 결국 교단으로 돌아가고 맙니다.
수잰은 목숨을 걸고 결국 교단으로부터 그녀를 구해내지만, 그로 인해 나머지 가족과 갈라서게 됩니다. 남편은 딸들과 새출발을 하고 수잰은 메이가 살게 되죠.
그러던 어느날, 로페즈 형사가 전화를 걸어 진실을 알려주는데…..
무도회장 바깥의 CCTV에는 메이가 직접 흰장미 꽃다발을 준비하는 장면이 찍혀있었습니다. 즉 메이는 납치되거나 멘붕을 일으켜 돌아간 것이 아니라, 계획적으로 수잰이 자기를 구하러 오도록 유도한 것.
드라마는 수잰이 식탁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는 메이를 쳐다보는 장면과, 메이가 몰래 만들어놓은 제단에 수잰의 사진이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며 끝납니다.
…… 이 반전은 좀 소름끼치고 (수잰에게) 안타깝긴 한데, 문제는 그래서 뭐 어쩌란 건지.
결국 수잰은 자신의 어렸을 적 트라우마를 하나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메이를 자신과 동일시해서 그녀를 구하기 위해 다른 가족을 저버리고 스스로 버림받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매우 찝찝하죠.
한편 수잰의 다른 가족들도 별로예요. 그들은 메이와 수잰을 말그대로 ‘손절’함으로써 행복을 찾습니다. 아무리 잠깐 정신이 나갔다고 해도 그렇지, 나름 좋은 일을 하려고 시도한 엄마를 빼놓고 하하호호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것도 좀 뭔가… 이래도 되나…
게다가 헬렌이나 줄스가 가지고 있던 (진로와 자신감 등의) 문제는 메이 탓이 아니었음에도, 둘 다 메이를 철저하게 배척하고 쫓아내면서 ‘성장’했죠. 까놓고 말해 이 작품의 주제는 미친년이 아무리 불쌍해 보여도 받아주지 말자(…..)로 보입니다.
이 결말은 호러로서는 나름 괜찮을지 몰라도, 호러보다는 홈 드라마에 초점을 맞추던 작품의 완결성을 완전히 망쳐 놓습니다. 결국 이도저도 아닌 결과로 남게 되었죠.

종합평 : ★☆
상당히 형편없는 드라마긴 하지만, 호러 팬이 아니고 무서운 건 보기 싫은데 적당히만 쫄리고 싶다면 볼만할 지도 모릅니다.
또 전개나 연기가 워낙 클리셰적이긴 해도 배우들이 은근히 시선을 끕니다. 특히 메이 역의 매들린 아서는 비극적인 피해자부터 믿을 수 없고 사악한 의도를 가진 듯 보이는 소녀를 왔다 갔다 합니다. 다음 번에 다른 곳에서 만난다면 반갑겠네요. 더 무서운 드라마에서.
<데빌 인 오하이오>
커피인 줄 알고 마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