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 클로즈 (Stay Close)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 원작: 할런 코벤 <Stay Close>
- 출연: 쿠시 점보, 제인스 네즈빗, 리처드 아미티지
- 장르: 스릴러, 드라마
할런 코벤의 스릴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그럭저럭 편안한 미국 스릴러 읽고 싶은데 페이지 넘기기 귀찮을 때 보면 된다.
종합평 : ★★☆
스테이 클로즈 줄거리
교외의 한적한 주택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 세 아이의 엄마 메건. 그녀는 데이브와의 사이에서 세 아이를 낳았음에도 결혼은 하지 않은 채 계속 함께 살고 있었지만, 오랜 고민 끝에 드디어 데이브의 청혼을 받아들여 결혼식 날짜를 잡는다.
그러나 결혼이 정해지고 나서부터 그냐 주위에 수상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메건은 감춰 왔던 17년 전의 과거와 관련된 사람들이 나타나자 불안함을 느낀다. 메건은 계속 비밀을 숨기고,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데..
한편 잭 브룬 경감은 최근에 일어난 한 남자의 실종 사건이 그가 오래전에 맡았던 미해결 사건과 관련이 있음을 직감하고 사건을 조사해 나간다.

소설처럼, 소설대로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드라마와 그 원작을 충실하게 살리는 작품은 그리 드문 편은 아니다. 하지만 <스테이 클로즈>처럼 정말 책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긴 것 같은 느낌을 드는 작품은 별로 없다.
배경 자체가 살짝 차분하고 어두운 톤이고,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으로 조금씩 사건에 대한 핵심으로 다가가는 방식이 매우 ‘소설적’. 특히 수사 과정이 꽤 섬세한 편이고 복선을 정교하게 깔아 두었다.
등장 인물들의 묘사에도 꽤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주인공인 메건은 솔직히 그리 호감을 주는 인물은 아니지만, 그녀의 행적은 호불호를 떠나 작품의 주제 의식과 맞물려 작품의 튼튼한 중심을 이룬다. 이렇게 주제 의식을 대변하는 확실한 주인공이 있다는 것도 소설적인 특징.
메건의 행동은 시청자로 하여금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메건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필사적으로 숨기는데, 사실 정확히 말하면 남을 위해서라기보단 현재의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이기적인 행동.
그러나 그녀가 일상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비밀을 숨기면 숨길수록 그녀가 지켜온 일상이 무너진다. 오프닝에서 (비록 연출이 좀 구리긴 하지만) 일상적인 집과 사물들이 천천히 무너지고 파괴되는 장면도 이를 상징하는 것.
메건 외에도 브룬과 에린 정도를 제외한 전원이 비밀을 가지고 있고, 그 비밀 때문에 파멸하고 남까지 해치게 된다. <스테이 클로즈>는 단순한 실종이나 살인 사건 이야기를 넘어 이런 비밀의 위험성과 아이러니에 대해 치밀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단점 역시 너무 소설 같다는 것. ‘차근차근’ 진행된다는 이야기는 곧 템포가 느리다는 뜻이다. 주요 인물들의 끝없는 거짓말과 노코멘트에 전개는 점점 더 늘어진다. 그나마 브룬이나 에린의 눈썰미와 직감이 일을 제대로 하기 때문에 이 정도 속도가 나는 것….
또 중간중간 시청자를 헷갈리게 하는 장면이나 클리프행어가 있긴 하지만, 단서를 아주 정직하게 주고 있다. 드라마를 제대로만 보았다면 초중반 즈음에 대충 누가 범인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눈치챌 수 있다.
깜짝 반전으로 놀라게 하기보다는 작품의 수사 과정과 묘사를 따라가는 것을 유도하는 작품인데,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거나 인내심이 없다면 그다지 인상적으로 느끼진 않을 듯.
그리고 사실 주제 의식과 알레고리 때문에 현실성이 다소 희생되어서 작정하고 파고들면 어설픈 개연성이 눈에 띈다.
엔딩 및 해석 *스포일러 주의
엔딩에서 레이는 17년 간 그를 괴롭혔던 비밀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게 새출발을 떠난다. 비록 기억상실 때문에 본인조차 그 ‘비밀의 내용’을 모르긴 했지만, 자신이 사람을 죽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레이가 얼마나 괴로워하면서 망가졌는지 생각하면 정말 잘된 일.
그리고 메건 역시 자신의 과거를 가족들에게 다 고백하고 용서를 받으면서 숨길 것 없는 삶을 살….
것 같았지만.
케일리는 메건에게 정신을 잃은 칼튼을 그의 차 트렁크에 넣었다는 것을 고백하고, 데이브는 메건에게 칼튼의 차를 호수에 밀어버렸다는 것을 각각 고백한다.
케일리와 데이브의 비밀은 각각 혼자 떨어져 있으면 전혀 위험한 게 아니다. 케일리는 자기를 덮치려는 남자를 제압한 것뿐이고, 데이브는 행여나 딸이 의심을 받을까 봐 버려진 차를 호수에 버렸다는 것뿐이니까.
그러나 이 두 비밀을 동시에 가지게 된 유일한 사람, 메건만은 그 위험성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현재 가족의 형태를 지키기 위해 아주 오랫동안, 어쩌면 영원히 다시 비밀을 지켜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평화로워 보이는 일상 아래에는 누구나 비밀을 가지고 있고, 그리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한번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면, 그것을 지키기 위해 끝없는 비밀과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바비는 필요하지 않아
<스테이 클로즈>는 사건의 전개 속도가 느리고, 스마트폰의 위치 추적이나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상대를 찾아가는 등 약간 답답할 정도로 현실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그런데 여기에 갑자기 뮤지컬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사이코패스 살인청부업자 커플이 등장.
과장된 스타일링과 발랄하고 오버스러운 행동으로 사람을 납치하고 고문하고 죽이는 커플은 착 가라앉은 배경 색감과 대조되어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 과연 필요했을까?
<엄브렐러 아카데미>라면 모를까 이 작품에서 이런 비현실적인 킬러 캐릭터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전혀 이해가 안 된다. 폭력성 담당이라고 쳐도 그 방식이 이렇게 오버스러울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이 둘은 의뢰 내용과 별 관련도 없는 사람들을 죽이는 것 외에 사건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 오히려 실력 있는 철저한 프로였다면 납득이나 했을 텐데 이 커플의 행동은 아마추어가 봐도 노답….
몽타주 작성이 쌉가능한 튀는 복장인 것부터 시작해서 자살로 위장시켜 놓았지만 경찰에게 한 큐에 살인이라는 걸 들킬 정도로 뒤처리가 허술하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자기 위치와 상태를 알리는 등 대체 뭐 하는 건지 모르겠음… 도망가는 노인과 여자도 붙잡지 못하고, 곁가지 인물만 죽이고 만다.
특유의 기괴한 콘셉트와 비주얼로 눈에 띄기는 하지만 그 눈에 띄는 것 자체가 작품의 실책이 되어버렸다.

심심한 맛에 먹는 평범한 스릴러 한끼
종합하자면, 그럭저럭 괜찮은 평작이지만 다소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것이 단점.
막 재밌고 자극적인 맛에 보기보다는 중간중간, 혹은 엔딩 후에 이것저것 생각해보게 되는 작품. 스릴러보다는 약간 긴장감을 더한 드라마의 색채가 강하고, 스토리의 살짝 부족한 개연성을 우중충한 색감이 묘하게 매력적인 화면과 섬세한 심리 묘사, 훌륭한 연기로 채운다.
또 작품의 주요 배경 중 하나가 스트립 클럽인데도 꽤나 건전(?)하다는 것이 특징. 고문 장면이나 베드신도 최소화했고, 불편한 장면도 거의 없어서 이런 장르치고 꽤나 편안하게 볼 수 있다.
깔끔한 미국 스릴러 소설 한 편 읽고 싶지만 페이지 넘기기 귀찮다 싶으면 딱 이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