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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 태양의 몰락(2022) 리뷰 : 당신이 영국의 마동석인 것입니까

넷플릭스 루터: 태양의 몰락 포스터

루터 태양의 몰락 리뷰: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 감독: 제이미 페인
  • 출연: 이드리스 엘바, 닐 크로스, 피터 처닌,
  • 공개: 2023년 2월 24일

<루터: 태양의 몰락>은 이드리스 엘바 주연의 BBC 드라마 <루터>의 후속작을 넷플릭스 영화로 제작한 것. 꽤나 인지도 있는 시리즈였기 때문에 나름 기대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루터: 태양의 몰락> 줄거리

‘캘럼’이라는 이름을 지닌 한 청소년의 실종 사건을 수사하던 존 루터(이드리스 엘바) 경감.
그러나 그는 수사 도중 부패 경찰로 몰려 중형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된다.

2년 후, 캘럼의 엄마는 데리러 와달라고 울부짖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떨리는 마음으로 한 저택을 찾아간다.
그러나 그곳에는 캘럼을 비롯한 8명의 시신이 천장에 매달려 있고, 그들을 찾으러 온 부모들이 황망하게 자식을 끌어안고 있었다. 범인은 저택에 불을 지르고 부모들을 지켜보며 그들을 능욕한다.

교도소에 있던 루터 경감은 자신을 도발하는 범인의 연락을 받고 그를 잡기 위해 탈옥을 감행하는데…..

존 루터 경감 역을 맡은 이드리스 엘바

당신이 영국의 마동석인 것입니까

저는 그 유명한 BBC 드라마 <루터>를 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충 이드리스 엘바가 개쩌는 경찰이다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근데 실제로 보니 진짜 쩌는군요.

존 루터 경감은 큰 체격과 터프한 싸움실력, 엄청난 맷집, 작두를 타는 직감과 추리력을 겸비한 슈퍼 경찰입니다.

여기에 사람을 바라보는 그의 진지한 눈빛, 피해자에게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설득하는 모습은 더욱 비현실적이지만 아주 매력적인 요소이기는 하죠. 

영화는 스스로 조각조각 나 있고 개연성이 없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아주 빠르게 휙휙 달립니다. 그리하여 주인공을 쉬지 않고 몰아붙이는 상황이 이어지는데, 이 슈퍼 전직 경찰은 온몸에 멍과 상처 자국이 가득하면서도 심리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아무런 손상을 입지 않으며 결코 쉬지 않습니다. 

후반에 갈수록 조악해지는 스토리 덕분에 그의 치트키스러운 시원한 행보가 오히려 반갑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요. 어찌되었든 영화를 보면서 정 붙일 인간이 하나는 있어야 하는데, 그게 주인공이라면 그나마 낫지.

오데트 레인 경감과 마틴

존재 의미가 없는 캐릭터들

드라마의 후속작이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애초에 드라마의 이야기를 끌고 오는 데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습니다. 뭐, 영화 시작부터 주인공은 감옥에 가고 그 뒤를 새로운 캐릭터가 나타났을 정도니까요. 포맷과 플랫폼이 바뀌면서 사전 지식 없는 새로운 관객들을 맞을 준비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드라마를 전혀 모르더라도 영화의 전개를 따라가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결국 드라마에서 구축한 캐릭터성(루터와 마틴)을 제외하면 어떤 것도 새로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너무 뻔하고 획일적이기까지 해요. 작중 모든 여성은 구해야 할 대상이며 루터에게 소리 지르고 스트레스를 주기 위해 등장하고(심지어 경찰까지!), 거의 모든 남성은 찌질이 아니면 범죄자 아니면 둘 다입니다.

특히 오데트 레인 경감은 없으니만 못한 존재. 배우의 연기력과는 별개로 스토리상 그녀가 존재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없어도 될 위기감을 조성하기 위해서를 제외하고는.

루터에게 수사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은 다른 경찰이었어도 되고, 굳이 그녀의 딸이 인질로 잡히지 않아도 이미 범인은 수십 명의 피해자를 데리고 있는 상태. 이 상황에서 레인 경감은 루터를 도와주거나 그의 심정을 변화시키거나(혹은 그녀의 심정이 변하거나) 그 어떤 화학 작용도 일으키지 않습니다. 

루터: 태양의 몰락에서 범인 역 앤디 서키스

불쾌한데 진부하기까지

앤디 서키스가 맡은 범인에 대한 욕도 지나칠 수 없죠.

….아, 이거 스포일러 아니냐고요.

아니 시작부터 대놓고 범인 얼굴이 나오는데다 앤디 서키스가 선량한 행인일 리가 없잖아요.

하여간 피해자들을 협박하고 희롱하는 앤디 서키스의 사악한 연기는 정말 훌륭하다 못해 끔찍하지만 그의 열연은 보는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기 위한 것 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범인이 왜 이런 짓을 하는지 혹은 어떻게 이런 짓을 하는지 전혀 나오지 않고, 그의 범죄 행각은 점점 비현실적이고 진부해집니다. 그동안 온갖 매체에 나온 미친 사이코패스 이상성욕자만 1억 2천만 명은 넘을 텐데 이렇게 평면적이고 존재의 의미가 없는 놈 처음 봅니다.

각본이 캐릭터를 창조하면서 갈피를 못 잡았다는 게 대놓고 보여요.

초반엔 호화로운 실내에서 와인잔을 기울이면서 뭔가 묵직한 거물 같은 분위기를 풍기더니, 털모자 쓰고 직접 피해자를 납치해 트럭을 모는 등 전형적인 외톨이 범죄자 유형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무장경찰 한 다스를 따돌리는 체력과 슈퍼경찰을 제압하는 나이프 파이팅 실력을 지닌 귀재이기도 합니다.

..뭐지 이 새끼?

가공할 만한 범죄 스케일에 비해 적어도 4명 이상의 범죄 조직이 할 만한 일을 혼자 하고 있는(심지어 본인이 직접 방송 비제이도 함; 열정;;) 그의 이해할 수 없는 부지런함은 오히려 현실성과 개연성을 크게 떨어뜨리며, 범죄 스릴러 영화로서의 긴장감도 소멸합니다.

그리고 이건 캐릭터 하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영화가 갑자기 너무 뻔하고 재미없어지기 시작하는 지점은 범인이 비장의 홈페이지를 오픈할 무렵부터인데요.

대충 ‘억눌린 욕망을 분출하는 창구로서 인터넷의 위험성’이라는 테마가 드러나는 순간인데, 영화는 범죄에 카메라와 휴대폰, 인공지능 스피커를 활용하고 아예 한 시퀀스를 통째로 가정 카메라 해킹과 딥페이크 등 인터넷의 폐해를 길게 보여주는 데 소비하기까지 합니다.

이러면 뭔가 그럴듯한 말을 하려는 것 같죠?

그러나 여기에는 최소한의 고찰도 없고, 개연성도 없습니다. 

인터넷은 그냥 범행 수단이자 관음증과 가학성을 자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장치일 뿐이고, 거의 백신에 마이크로칩이 들어있어서 빌 게이츠가 사람들을 조종한다 수준의 공허한 편집증만 드러냅니다.

게다가 영화 클라이맥스에서 IP를 이용한 루터의 반격은 1999년도 아니고 너무 초보적인 수준이라 헛웃음이 날뿐… 그러니 설득력이 있을 리가 없고, 설득할 수 없으니 몰입이 될 리가 없죠.

루터: 태양의 몰락 중 한 장면

잔인하기보다 악질적

넷플릭스를 기준으로 해도 화면 수위 자체가 아주 잔인하진 않은데 꽤나 악질적입니다. 시작부터 자식을 잃은 부모를 조롱하는 장면이나 런던 한복판에서 단체 투신 등 상황 자체가 좀 셉니다. 대놓고 피칠갑인 것보다 상상력을 자극해서 오히려 더욱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구석도 있고요.

저는 초반엔 피해자가 정확히 무슨 일을 어떻게 당했는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것이 나름 예의를 지키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좋았는데요. 중반부터는 이게 배려의 결과가 아니라 걍 날린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피해자는 그저 무력하게 희생당하는 역할, 가해자는 그저 잔인하고 찌질한 역할이고 그 잔인한 장면들은 그들이 교차하는 부분일 뿐입니다. 

또한 장기 해체하는 장면을 직접 안 보여줬다 뿐이지 죽어가는 어린 피해자들이 다들 “엄마”를 외치고, 평범하고 찌질한 남성들이 침을 흘리며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는 장면은 매우 진부하고 불쾌하게 연출됩니다.

루터: 태양의 몰락 설원

종합평 : ★★

요약하자면 우락부락 짱 센 주인공 경찰이 시원하게 범죄자들을 박살 내는 소위 ‘마동석 영화’의 영국 버전. 장단점도 거의 똑같네요. 

뭐, 탈옥 시퀀스나 노르웨이 설원의 아름다운 풍광은 그럭저럭 보는 맛이 있고, 초반부의 연출과 분위기는 꽤 쫄깃했습니다. 직접적인 화면 묘사 없이 매우 잔인한 상상을 하도록 관객에게 떠넘기는 비열한 면모도 인상적.

그러나 영화는 시종일관 어둡고 잔인한 분위기를 풍기며 터프 가이인 척 하지만, 실상은 빈틈 투성이에 띨빵합니다.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비록 그 전개가 뭘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드리스 엘바만으로 단점을 가리기엔 그게 너무 커요.

유머나 유의미한 드라마도 없기 때문에 보는 내내 콱 막히는 답답한 느낌이 있고, 실온에 1시간 놔뒀다 먹는 맥주 같은 엔딩은 덤.

평가: 2/5

<루터: 태양의 몰락>

진부하게 불쾌한 영국의 마동석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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