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TV

어둠 속의 감시자(2022) 리뷰: 미국 부동산 괴담

넷플릭스 드라마 어둠 속의 감시자 포스터

어둠 속의 감시자(The Watcher)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 전 7화
  • 장르: 범죄, 스릴러
  • 감독: 다리아 폴라틴
  • 출연: 바비 카나베일, 이사벨 그라빗, 나오미 왓츠, 제니퍼 쿨리지
  • 공개: 2022년 10월 13일

실화를 바탕으로 한 미국의 부동산 호러.

하지만 무섭기보단 짜증나고, 가볍게 보기엔 알레고리적인 주제의식을 깔고 있으면서 진지하게 보기엔 너무 엉성하다. 호러물도 수사물도 사회비판물도 아니고 그냥 그 사이 너무나 애매한 어딘가에 있는 재미없는 미국 중산층 드라마.

종합평 : ★☆

어둠 속의 감시자 줄거리

딸 하나와 아들 하나를 둔 부부, 딘과 노라는 꿈에 그리던 전원주택을 발견한다. 딘은 조금 무리를 하면서까지 집을 구매하고 온 가족은 불리바드 657번지로 이사한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그들은 불쾌한 이웃들과 마주치고, 우편함에는 ‘감시자’라는 정체불명의 발신인으로부터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협박 편지가 오기 시작한다.

계속되는 편지는 가족의 사생활을 언급하며 불길한 내용이 되고, 딘과 노라는 점점 주변에 대한 의심과 경계에 이성을 잃어가는데…

넷플릭스 드라마 어둠 속의 감시자 실화 배경 불러바드 657번지
‘진짜’ 657번지의 모습. 예쁘다..!

드라마가 된 실화

이 드라마는 실화 기반이다.

2014년 웨스트필드에서 일어난 일로, 이 집에 이사온 가족이 몇 년에 걸친 스토킹에 시달렸다. 8년이 지난 지금까지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고.

실화와 관련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뉴욕에서 부유한 교외 마을의 저택으로 이사 온 가족
  • 우편함에서 ‘감시자(The Watcher)’라고 자칭한 편지가 발견됨
  • 편지의 내용은 자신이 가족에 대한 신상을 알고 있다는 암시, 가족이 집을 개조한 것에 대한 비난
  • 두 번째 편지에서는 핏덩이(Young Blood) 라거나 지하실을 언급함
  • 가족은 카메라를 설치하고 FBI를 동원해 스스로 조사를 시작
  • 용의자1: 이웃집에 있는 90대 노파와 정신이 불안정한 아들
  • 용의자2: 60년대 웨스트필드에서 자란 집에 대해 글을 썼던 작가
  • 집주인은 집을 철거하는 조건으로 판매하려고 했으나 마을의 청문회에서 이웃들이 반대함
  • 사건이 신문에 실려 매우 큰 손실을 겪고 판매
  • 현재 가족은 657번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살고 있음

편지의 말투나 이웃 용의자 캐릭터 등 세세한 부분이 굉장히 일치한다. 하지만 다큐멘터리가 아닌 만큼 드라마적 양념도 많이 쳐져 있다. 실화 재현이라기보단 드라마로서 감상하는 것이 마땅하다.

어둠 속의 감시자 속 이웃들

미국식 부동산 호러

<어둠 속의 감시자>의 진정한 주인공은 ‘집’이다. 모든 사건을 불리바드 657번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며, 이 집에는 끊임없는 비밀과 수수께끼가 있다. 

다만 집 자체가 귀신 들려서 초자연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건 아니다. 

넷플릭스를 볼 때는 왼쪽 위에 뜨는 영상 등급 분류 결과로 작품의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데, <어둠 속의 감시자>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지만 상세 내용은 ‘언어 사용’과 ‘선정성’ 뿐. 참고로 선정성이라고 해도 대체로 언어의 선정성이 크고, 뭔가를 기대했다면 폭풍실망하게 될 듯.

즉, 호러는 아니다. 

……하지만, 정말 아닐까?

중산층 가정이 꿈에 그리던 아름다운 집을 샀는데, 이웃집엔 사이코들만 살고 가족의 안전을 위협하는 편지와 수상쩍은 침입자가 계속 들이닥치는 게 호러가 아니면 뭘까? (이 드라마가 무려 실화 기반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실제로 내가, 우리 집이 겪는다면 정말 끔찍하고 답답한 일이다.

그러나 <어둠 속의 감시자>는 아주 오싹한 방향으로 가지는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이 드라마가 관객에게 느끼게 하는 감정은 ‘두려움’이 아니라 ‘불쾌함’ 이다.

너무 무서워서 ‘나라면 당장 집을 팔고 떠나겠다’라고 느끼는 게 아니라, ‘와 그냥 저 이웃들 다 쏴 죽이고 감옥에서 살고 말지ㅅㅂ‘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는 거. (…)

사립탐정 시어도어와 딘

탐정 이야기와 현실 비판 드라마 사이

드라마는 ‘과연 감시자는 누구인가?’ ‘그가 어떻게 브래넉 집안을 괴롭혔는가?’ 같은 질문으로 극을 끌고 가며, 딘과 노라가 어떻게든 범인의 정체를 밝히려고 고군분투하면서 탐정물적인 색채가 짙어진다. 

진짜 사설탐정인 시어도라가 등장하면서 더욱 그렇다.

드라마는 많은 용의자를 내놓으면서 더욱 현란하게 관객들을 헷갈리게 만든다.

이웃집에 사는 불쾌한 부부, 음침한 노파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그녀의 아들,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는 보안업체 직원, 수상한 떠돌이 남자, 예전 집주인, 뭔가를 은폐하는 것 같은 형사 등… 모두가 수상하디. 거의 보드게임 클루

그런데 이 드라마는 답을 찾아가는 수사물 내지는 탐정물로서는 함량 미달이다.

중반부를 넘어가면, 계속해서 용의자와 단서는 늘어가는데 그 단서를 따라가는 방법이 매우 편중되어 있다. 남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거. 대부분의 정보는 시어도라의 이야기 보따리에서 풀리기 때문에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장르 특유의 쫄깃함은 거의 없다. 

게다가 이 이야기를 전달하는 톤이-뭐라고 할까, 범죄의 현실감을 낮춘다.

예를 들어, 이 집에 살았던 한 남자가 자기 가족을 학살하는 사건을 설명할 때 시어도라는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소설처럼 이야기하는데 그게 너무나 자세한 나머지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 

…뭐, 여기엔 이유가 있긴 하다. 사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실화 기반의 범죄 스릴러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 이 이상한 위화감을 추적하다보면 이 모든 것이 인위적인 상징과 암시로 가득한 비유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드라마 속 주인공 부부

<어둠 속의 감시자>는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만든 보드 게임 클루의 드라마 버전임과 동시에, 그런 척하는 사회 비판 메시지다. 이 렌즈를 한번 장착하고 나면, 좀 우스꽝스럽고 지지부진한 전개 아래 숨겨진 메시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주인공인 딘과 노라는 잠재적인 경제적 위기와 계급 상승 욕구 사이에 끼여 있는 전형적인 중산층 부부다. 그들은 실제보다 더 잘 사는 것처럼 보이려고 애쓴다.

그리고 딘은 이제 점점 성숙해지는 딸이 걱정스럽고, 노라는 욕망에 충실한 친구의 말에 휘둘린다.

드라마는 하고 싶은 말이 많다.

  • 중산층이 자신의 집에 가지고 있는 갈망과 신분 상승의 욕구
  • 교외에 대해 가지고 있는 도시인들의 막연하고 일방적인 환상
  • 실제로 만나면 불쾌한 시골 사람들
  • 지하실이나 식기 엘리베이터같은 음침한 과거의 그림자
  • 컬트 및 사이비 종교에 대한 소문
  • 옛것을 다 뜯어내려는 신세대가 불러일으키는 옛 공동체의 해체
  • 경제적 주도권을 둘러싼 부부 관계
  • 억압(내지는 무시, 혹은 폭주)당하는 여성의 욕망

그러나 이 모든 주제에 대해서 대충 겉만 핥고 지나간다. 어느 하나도 맛보기 단계에서 더 ‘나아가질’ 못한다. 부엌에 있는 모든 조미료를 다 한 방울씩 떨어뜨린 것 같다.

게다가 내가 도중에 몇 화를 빼먹었나 싶을 정도로 엉성한 전개는 이 온갖 맛이 나는 괴영상을 끝까지 참고 보기 힘들게 만든다.

가족
훈훈해 보이시나요? 작중 가장 얼탱이 터지는 장면입니다

대표적으로 얌전해 보이던 딸내미가 갑자기 남자에 미치더니 아빠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 시도한다. 그런데 그 다음 화에서 부모와 아무렇지도 않게 잘 지냄… 

…이게 뭐지? 아니, 중요하지 않을 거면 그런 막장 전개는 넣지 말든가?

다소 우스꽝스럽게 과장된 용의자와 현실적이라고 하기엔 묘하게 거리감 있는 연출은, 이 드라마의 사회문화적 시각의 날카로움과 진중함을 감소시킨다. (그렇다고 블랙 코미디인 것도 아님)

한편 진지한 느낌 없이 가벼운 장르물로서 보려고 해도 불쾌하고 짜증 나는 캐릭터들과 중구난방인 전개는 이를 방해한다. 대체 어쩌라는 것인지…?

주제 의식에 대한 방향성이나 소소한 부분에서의 발전 포텐셜은 있지만, 드라마를 계속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기에는 전반적으로 산만하고 불쾌하다. 정말이지 이도저도 아닌 것만큼 짜증나는 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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