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의 시간 리뷰: 깨보기 전까진 상한 달걀인지 모른다

DRAMA, REVIEW

넷플릭스 드라마 낮과 밤의 시간 포스터

목차

낮과 밤의 시간 사라진 졸업생들

낮과 밤의 시간 줄거리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가득 실은 트럭은 졸업 파티를 위해 막 출발한다. 이다는 자신을 심하게 속박하는 엄마와 다투고, 가지 말라는 엄마를 뒤로 하고 트럭에 몸을 싣는데….

그리고 그날 밤, 졸업 파티 트럭에 타고 있던 21명의 졸업생은 사라진다.

21년 후 이다의 동생인 아스트리드는 작은 마을에서 미신을 소개하는 라디오 DJ로 일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라디오 방송에 한 남자가 전화를 걸어와 언니를 안다며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를 하고, 아스트리드는 당장 언니의 실종에 얽힌 비밀을 밝히기 위해 떠난다.

전화를 건 남자의 정체는 이다의 남자친구였던 야코프로, 졸업 파티 트럭에 타고 있었지만 살아남은 4명의 생존자들(운전 기사+학생 3명) 중 하나. 

운전기사는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정신 손상을 입었고, 3명의 학생들은 친구들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말만 할 뿐 경찰 수사에도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아 사건은 미제가 되었다.
주소를 추적한 아스트리드는 야코프의 형을 만나지만 야코프의 행방은 알 수 없는 상태. 

그녀는 조사를 계속하다가 반대편 건물에서 남자가 뛰어내리는 환상을 보고, 그 직후에 야코프가 죽었다는 사실을 듣게 되는데……….

숲 속의 의식을 치르는 이다

북유럽… 오컬트?

아스트리드가 사라진 언니를 뒤쫓는 과정은 익숙한 범죄 스릴러의 시작이다. 수십 년이 지나 떠오른 과거의 사건, 수사에 열정적이지만 불안정한 주인공, 단서를 찾아나가면서 점점 드러나는 반전들…

하지만 여기에서 <낮과 밤의 시간>은 오컬트라는 제법 신선한 방향으로 선회한다.

그것도… 음, 포크 호러?

뭐, 21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시작부터 초자연적인 방향으로 간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도 북유럽 스릴러 특유의 건조하고 냉철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오컬트로 간다는 게 좀 신선했다.

포크적인 부분은 짧긴 하지만 핵심적이고 강렬하고, 아스트리드가 차근차근 단서를 쫓으며 사건의 퍼즐을 맞춰나가는 과정은 정석적인 수사물의 톤이라 그 대비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아스트리드가 꾸는 섬뜩한 ‘꿈’이나 오래된 켈트 신화와 정령 등 초자연적인 현상과 존재를 인정하면, 사건의 전개가 굉장히 논리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꽤 인상적.

그러나 아스트리드의 아버지는 딸을 사랑하지만 그녀의 말을 전혀 믿지 않고 정신 질환으로 여기는데, 그래서 그에겐 진실이 보이지 않는다.

낮과 밤의 시간 이다

세련되게, 꽉 막힌

작중 연출이 트렌디…라기보다는 뭐라고 하지. 오히려 세월을 안 타는 깔끔함으로 언제나 말끔해 보이는 게, 그야말로 북유럽스럽다. 최신작이 아님에도 꽤 세련되어서 놀랐음…

이런 절제미가 넘치는 프레임으로 꾹꾹 눌러담은 감정을 담아내, 모든 장면에 감정과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극 중 전개는 상당히 불친절하지만 감정의 깊이와 강도는 상당히 높다. 북유럽 드라마는 감정을 절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절제하는 것이지 없는 건 아니라서 오히려 특유의 응축감이 있다.

<낮과 밤의 시간> 같은 경우엔 그렇게 응축된 감정 자체에 이유와 의미가 있어서 정말 꿉꿉할 정도로 치밀하다.

이다가 졸업식날 우울하고 반항적으로 보였던 것은 작품을 관통하는 중요한 사건과 연결되어 있고, 아스트리드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건지 실제로 다른 현실을 보는 능력이 있는 건지 아리까리한 것도 이유가 있다.

이다와 아스트리드를 안고 있는 아버지

주연 인물들의 연기는 거의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인데도 굉장히 섬세하다고 느껴졌는데, 인물의 눈빛이나 손동작으로도 감정이 전해진다. 그리고 말로 하지 않고 직접 보여주는 연출이 이 섬세한 연기의 장점을 극대화.

그리고 이 섬세함은 작품의 큰 축을 이룬다. 

드라마는 졸업식날 이다의 한없이 슬퍼 보였던 표정이나 굳세면서도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아스트리드의 눈빛을 먼저 보여준다. 그리고 그 다음에 거기에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천천히 풀어나가는데, 복선을 하나하나 정확하게 짚어가면서 실마리를 헤쳐나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시청자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다고 눈치챌 만한 부분은 전부 이상한 게 맞다. 아스트리드의 눈빛이 불안해 보였다면 불안한 게 맞고, 르네의 태도가 수상해 보였다면 수상한 게 맞다. 드라마는 그런 섬세한 표현들과 촘촘한 복선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꼼꼼하게 엮어나간다.

…끝나기 5분 전까지.

낮과 밤의 시간 주인공인 아스트리드

엔딩: 분노→곱씹음→인정

그러나 이 드라마의 마지막 5분은 그동안 쌓아왔던 정교하고 촘촘한 구성을 한방에 까버린다. 

뭐지???? 어??????????

여기서??????????

이, 이게 뭐야?!!!?!?!?!!!!!!!!!

어떻게 장장 6화 동안 쌓아온 걸 단 5분만에 날리지?!?!!!!!!!!

처음에는 엔딩을 보고 굉장히 분노했는데, 시간을 들여서 곱씹으면서 내용을 정리해보니 살풋 새로운 감정이 들었다. 물론 그럼에도 개연성 자체를 날려먹은 5분이 용서되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다양한 복선과 감정을 꼼꼼한 손길로 땋아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다가 돌연 칼로 잘라버린다. 흩어진 줄기들을 하나하나 다시 연결시켜 보니 말이 안 되는 건 아닌데, 아니… 이렇게 끝을 내야 했었나? 왜?? 하는 허망함과 의구심이 오히려 끝나질 않는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엔딩의 내용을 설명한 후에.

스포일러 주의※
※엔딩, 반전의 내용이 포함되
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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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코프, 이다, 팔케, 아멜리아

낮과 밤의 시간 엔딩 설명

▷ 이다에게 있었던 일

마법과 같은 비현실적인 것에 빠져있던 야코프는 여자친구인 이다와 친구인 팔케, 아멜리아를 꼬드겨 자신이 손에 넣은 마법서에 나온 섬에 놀러 가자고 꼬드긴다. 반신반의하면서 섬에 간 이들은 수상한 의식을 하는 무리를 만나 얼결에 의식에 참여하게 된다.

이중 이다가 여신인 ‘오스타라’로 뽑히게 되고 ‘토끼 왕’과 사랑을 나누는데, 의식을 지켜본 친구들은 이후 그녀를 멀리하기 시작.

그리고 1999년 졸업식날, 졸업 트럭 안에서 이다와 졸업생들은 사라지고 야코프, 아멜리아, 팔케만이 남는다.

▷ 아스트리드의 능력

아스트리드는 ‘악몽’ 속에서 주황색 숲, 이상한 토끼 머리를 한 남자나 사라진 이다의 모습을 본다. 아스트리드의 엄마인 르네는 아스트리드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며 최면을 걸어서 숲 안에 있는 이다를 찾아서 데려오라고 강요한다.

그러나 아스트리드의 아빠는 아스트리드를 병원에 데려가 치료하려고 하고, 아스트리드도 자신이 정말 아픈 건지 아닌 건지 확신하지 못해 정신과 약을 먹기 시작하고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아스트리드가 21년 만에 언니를 찾아 헤매면서 약을 먹지 않게 되고, 점점 실제 같은(야코프의 추락사 같은) 환상 아닌 환상을 보게 된다.

▷ 봄의 여신과 토끼 왕 

이건 실제로 있는 게르만족의 신화/전설이자 부활절 축제의 유래라고. 드라마와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드라마에서는 아스트리드의 아빠가 딸에게 동화를 들려주는데, 이 내용이 드라마 전반의 진실과 똑같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봄의 여신 오스타라와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인 새는 들판에서 토끼 왕을 만나는데 토끼 왕은 작은 새와 사랑에 빠진다. 둘은 밤새 춤을 추고, 다음날 아침 오스타라는 길을 떠나려고 했지만 새는 토끼 왕과 남는 것을 선택한다. 그리고 다음 해, 봄의 여신이 다시 돌아왔을 때 초원에는 (새와 토끼 왕이 결합한 결과물인) 달걀이 가득했다는 이야기.

오스타라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여신이라는 것, 토끼가 다산과 번식의 상징이고 달걀은 생명 그 자체라는 것을 연결해보면 이 신화가 의미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드라마에 적용된 부분 역시 상당히 일목요연. 

▷ 르네와 헨리크의 계약

이다와 아스트리드의 어머니 르네, 그리고 이다의 학교 선생님이었던 헨리크는 처음부터 수상한 인물이었다. 초반부에 잠시 의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가 다른 증거의 발견으로 시선이 옮겨지긴 했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다시 이 둘로 돌아왔다. 

일단 헨리크는 인간이 아닌 존재로 신화 속의 토끼 왕이다.

학교 교사인데도 기록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과, 아스트리드가 헨리크의 집에 갔을 때 묘한 감정을 느낀 것이 복선.

참고로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건 정말 수상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아이들을 왜 해치겠냐, 나도 괴로웠다.”는 헨리크의 감성팔이에 어영부영 넘어갔는데 나중에 돌이켜보면 정말 의미심장….

하여간 헨리크가 토끼 왕이라는 사실은 이다가 그의 집에서 토끼 가면을 발견한 것 (헨리크는 딱히 숨기려는 기색도 아니었고) 그리고 야코프가 헨리크에게서 마법서를 훔쳤다는 사실을 고백함으로써 완전히 밝혀진다.

한편 르네는 큰 딸은 매우 과보호하면서 작은 딸을 대놓고 이용하려는 등 명백하게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막바지에 밝혀진 그녀의 비밀은…

르네는 아이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토끼 왕과 거래를 했다. 그녀가 이다를 ‘빌려서’ 18년 동안 키우고, 18살이 되면 돌려준다는 거래. 그러나 키우다 보니 이다를 잃고 싶지 않았던 르네는 거래 조건을 수정해서 이다가 낳는 아기를 이다 대신 돌려주기로 한다. 그래서 토끼 왕은 마법서(를 훔친 야코프)를 이용해 이다를 섬으로 꾀어내 의식을 치르게 하고 이다는 임신을 한다.

그러나 이다는 아이를 낙태시켜 버리는데, 결과적으로 이 행동은 토끼 왕과의 계약을 파기하는 것에 해당해 토끼 왕을 분노하게 한다. 르네는 이 사실을 알고 이다가 졸업 파티에 가는 것을 그토록 말렸던 것. 

그러나 이다는 떠나고, 토끼 왕은 졸업 파티를 위해 떠난 트럭에서 이다를 포함한 졸업생들을 저세상(저승X, 또 다른 현실)으로 데려가 가둬버린다.

한 번의 주기가 도는 21년 후, 또 다른 오스타라가 나타날 때까지.

▷ 졸업 파티에서 3명이 살아남은 이유

이다를 포함한 학생들은 사라졌지만 운전 기사와 야코프, 아멜리아, 팔케 3명은 돌아온다. 그러나 운전기사는 혼수상태였다가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로 깨어나고, 나머지 3명은 고통스럽게 살아간다. 

토끼왕의 마법서에 적힌 예언과 그들이 의식에 참여하게 된 경위를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은 처음부터 짜여있던 운명. 3명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다를 의식으로 이끌고 제물로 바치는데 일조했으며, 나아가 아스트리드에게까지 진실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이다를 상처입힌 일종의 대가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된 것.

▷ 마지막까지 숨겨진 반전

이제 대충 이야기의 전말이 다 드러난 것 같은데, 여기까지’만’ 알면 엔딩을 보고 나도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왜 토끼 왕은 (수정 전의 거래대로) 이다를 데려갔음에도 21년이 지나 이 난장을 피우는가,
아스트리드의 능력은 대체 뭔가,
엔딩 신에서 왜 갑자기 아스트리드의 옷이 바뀌고 심상찮은 분위기를 풍기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다가 아닌 아스트리드가 오스타라였다.

초반에 어린 아스트리드가 이다를 위해서 새 모양의 장식을 만들어주는데, 아스트리드의 아빠가 들려준 동화를 연결시켜 보면 꽤 명확해진다.

아스트리드가 오스타라고, 이다가 작은 새였던 것. (실제로 토끼 왕과 관계를 맺은 것이 이다인 것도 설명 가능)

‘봄의 여신이 자신을 희생하여 세상에 번영을 가져온다’는 신화와 예언 그대로, 아스트리드는 현실이 아닌 토끼왕과 함께 하는 안개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자신을 희생했고 21년간 현실 너머의 숲에 갇혀있던 학생들은 다시 돌아온다.

…. 단 한 사람, 동생과 함께하는 것을 택한 이다를 빼고.

혹은 이 장면은 현실에선 이해받지 못했던 아스트리드가 자신의 원래 정체성, 있을 곳을 찾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엔딩에서 아스트리드는 삶을 포기했으며, 이다 역시 돌아가는 대신 토끼왕, 아스트리드와 함께 남는다. 다소 암울하게 보이지만 아스트리드나 이다가 원래 정체성을 찾고 자신을 이해해 주는 서로의 곁에 남았고, 실종되었던 죄 없는 학생들도 돌아왔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낙관적이기도 하다.

약간 소름끼치는 종류의 해피 엔딩이라고 할까.

마지막 5분의 중요성

엔딩이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문제는 호불호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미드소마>나 <다크>스러운) 엔딩 자체는 꽤 좋았는데, 그 엔딩 앞뒤로 엄청나게 불만이 많음… 엔딩 이전까지 드라마는 모든 복선을 다 회수하고 이야기를 촘촘하게 구성했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게 헝클어진다.

일단 스토리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큰 혼란을 야기하는 게 문제. 

르네는 아이를 못 낳아서 거래를 한 끝에 이다를 갖게 되었는데 아스트리드는 어쩌다 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고, 르네가 한 ‘낮과 밤의 자매’란 뜻도 밝혀지지 않는다. 또 헨리크가 아스트리드를 볼 때 그의 눈에는 작은 새가 비치는데, 다음 장면에서는 아스트리드가 걸어가는 길에 새싹이 피어나면서 봄의 여신이라는 것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둘이 같은 존재인가? 떼어놓을 수 없다는 뜻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인 아스트리드가 자신의 정체를 받아들이는 장면에서는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스트리드가 오스타라로서 바다로 들어가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유일하게 자신을 받아주는 언니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연출 자체도 밋밋하고, 서사도 그다지 연결이 되지 않음.. 

아스트리드의 심리는 자신을 환자로 몰아가려는 주변 사람(아빠&전남편)에 대한 분노만 지속적으로 드러날 뿐, 그 외의 것은 삭제되어 보이지 않는다. 이다가 소중한 것은 알겠지만 얼마나 소중한지는 잘 가늠이 되지 않고, 마지막 장면에서 희생정신 혹은 저 너머의 현실에 편안함을 느낀다는 등의 당위성도 부족. 

처음부터 엉망인 드라마였다면 이게 아쉽지도 않을 텐데, 마지막화가 2시간짜리였던 걸 갑자기 줄이라고 해서 마지막 장면만 잘라다가 중간에 붙인 느낌이라 아쉽고 불만스럽다.

정말이지 괜찮았는데! 끝나기 5분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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