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둠 속의 미사 리뷰: 원제는 ‘자정 미사’를 뜻하는 Midnight Mass.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 전 7화
- 장르: 호러
- 감독: 마이크 플래너건
- 출연: 해미시 링클레이터, 케이트 시걸, 잭 길퍼드
- 공개: 2021년 9월 24일
목차

<어둠 속의 미사> 줄거리
라일리의 인생은 그가 음주운전을 일으켜 한 소녀를 죽게 만든 후 송두리째 바뀐다.
형을 마치고 나와 고향인 크로킷 섬에 돌아온 라일리.
그는 독실한 부모의 권유를 받아 마지못해 성당에 나가기로 하지만, 이미 쇠락해가는 어촌 풍경과 계속되는 악몽으로 인해 그의 마음을 편안해지지 못한다.
한편 마을의 작은 성당에 갑작스럽게 새로운 젊은 신부가 도착한다.
그리고 어느날, 신부가 마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믿을 수 없는 기적을 일으키자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하는데…..
등장인물 소개
라일리 플린(잭 길퍼드): 주인공.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스타트업 사업을 하고 있었으나, 음주 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일으키고 징역을 선고받았다.
4년 후 형기를 마치고 가석방 상태로 고향인 크로킷 섬에 돌아온다.
매일 밤 죽은 소녀의 얼굴을 보는 악몽을 꾸고 있으며, 사건 이후 무신론자가 되었다.
에린 그린(케이트 시걸): 라일리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이웃집 소꿉친구. 16세 때 홀연히 마을을 떠났다가 임신한 상태로 홀로 돌아왔다. 현재는 마을의 학교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 씩씩하고 정의감이 있는 성격.
폴 힐(해미시 링클레이터): 성지순례를 떠난 마을의 나이 든 몬시뇰을 대신해 섬에 온 젊은 신부. 새로 왔지만 마을 사람들을 친근하게 대하며 그들을 성심껏 도와주려고 한다. 예배 도중 기적을 일으켜 마을에 큰 반향을 몰고 온다.
베브 킨(사만다 슬로얀): 에린과 같은 학교 선생이자, 미친듯이 독실한 신자로 마을 사람들의 신앙 모임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매우 보수적이고 고압적인 성격이나, 신부만은 철저하게 따른다.
핫산 보안관(라훌 콜리): 마을의 보안관. 책임감이 강하고 올곧은 성격이지만 크로킷 섬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신실한 이슬람교도라는 점 때문에 베브 킨과 보수적인 마을 사람들에게 은근히 차별받고 있다.
아들인 알리는 아버지의 엄격한 태도와 주변 친구들과는 너무 다른 종교 때문에 불만을 가져 종종 다툰다.
리자 스카보로(애나 시몬): 웨이드, 돌리 스카보로의 딸로 라일리의 남동생인 워렌 플린과 친구.
조 콜리가 술에 취해 그녀에게 총을 쏘는 사고를 일으켜 두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되었고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부모님과 함께 꼬박꼬박 성당에 가는 충실한 신도.
사라 거닝(애나베스 기시): 마을의 의사. 아버지 없이 자랐고, 현재는 치매 증상을 보이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임신한 에린을 진료하고 돌봐준다. 마을의 독실한 분위기와는 달리 신앙심에 기대지 않는 과학적인 성격이라 성당에는 가지 않는다.
조 콜리(로버트 롱스트릿): 알코올 중독자이자 부랑자로, 마을의 문제 인물. 총기 사고로 리자를 불구로 만든 후 마을 사람들에게 더욱 기피되고 있으며, 늘 술에 취해 막장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보안관의 각별한 감시를 받는 중.

불경한 성당의 신성한 계시록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지만, 작중 주요 배경은 성당이며 전반적으로 매우 종교적인 색채가 강합니다. 성경 구절과 기도와 찬송가가 밑도 끝도 없이 나오므로 이런 분위기 자체에 거부감을 느낀다면 주의.
하지만 이건 아주 독실한 신자에게도, 완벽하게 냉소적인 무신론자에게도 그리 권할 만한 물건은 아닙니다.
굳이 말하자면 느슨하고 관대한 신앙심을 지닌 중도층을 위한 작품이라고 할까요.
사실, 초반부는 으스스한 장면 몇 개를 제외하면 종교로 하나 되는 시골 마을에 대한 휴먼 드라마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잔잔합니다. 차분하고 소박한 분위기에 종교적 가르침이 많이 나오니 ‘이건 뭐 종교 계열 작품인가?’ 하면서 쉽게 드롭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지 마시길..)
그러나 이 작품의 장르는 어디까지나 호러고, 이 작품이 추구하는 주제는 구원이지 종교가 아닙니다.
배경이 되는 소재가 가톨릭이긴 하지만 특정 종교를 찬양하거나 마구 비판하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서로 다른 종교관(라일리-에린/폴, 보안관-베브 등)을 지닌 인물들의 대화를 보면 이 작품이 종교를 섬세한 접근 방식과 다양한 관점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의 생명을 경시한다는 점에서) 가장 불경한 장르일 터인 호러 안에서 이런 진지한 논의를 펼쳐 보임으로써, <어둠 속의 미사>는 상당히 독특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 까놓고 말해 그냥 호러 드라마라고 하기엔 종교와 구원에 대한 접근이 너무 심도 깊고 진지하고, 심약한 종교인이 보기엔 너무 끔찍한 호러예요.

솔직히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애물은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다는 부분이 아니고 그냥 베브의 존재 그 자체임….
제가 진짜 웬만해선 안 이러는데 이 년이 개소리하기 시작하면 스킵이 너무 말려서 띄엄띄엄 봄…

드라마는 3화부터, 무서운 건 6화부터
이 드라마는 매우 매우… 늦게 끓기 시작합니다.
사실 3화까지는 거의 호러물도 아니에요. 우중충한 어촌을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의 서사와 감정선을 차곡차곡 쌓아 나가는데 집중할 뿐입니다. 드라마를 나눠보면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 1~3화: 안 무서움
- 4~5화: 오 이제 뭔가 시작되네
- 6~7화: 제대로 된 호러
중반부까지는 철저하게 사건의 전말을 숨기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잡는데 그칩니다. 오히려 일부러 자제하는 듯한 뉘앙스가 강해서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이러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 답은 마지막 두 화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호러 드라마다운 모습이 나온다고 해도, 조금 속이 불편해지는 묘사가 있는 걸 제외하면 다른 잔인한 호러물과 비교할 때 눈에 띄게 보기 힘든 장면은 없습니다. 중간중간 깜짝 놀라게 하는 점프 스케어가 있기는 한데 이 역시 꿈에 나올 정도는 아니고요.
클라이맥스는 상당히 시원시원하지만 너무 좀 짧음….
이건… 뭐랄까. 비유하자면 신라면 정도? 안 매운 건 아니지만 신라면을 먹는다고 해서 매운 걸 잘 먹는 수준은 아니듯이, 딱 ‘안 무서운 건 아닌데 그렇다고 세상 끔찍하게 무서운 건 아닌’ 정도입니다.
노련한 사운드 효과나 억압적인 분위기는 상당히 그럴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지만, 쫄리는 것과 별개로 무섭지는 않아요….. 아마도.

아름답고 감정 서린 설명충의 세계
<어둠 속의 미사>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호러 요소보다는 다른 쪽을 많이 이야기하게 됩니다. 실제로 비율적으로도 호러가 적고요.
이 드라마의 대사 중 반은 성경 구절이고, 나머지 반은 그것에 대한 다면적인 해석입니다.
단순히 성경 구절의 기계적 의미를 설명한다는 건 아닙니다.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경험, 감정,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크게 보면 모두 드라마의 주제와 관련되어 있다는 거죠.
대사에 꽤 신경을 써서, 종교나 현실에 대한 섬세하고 감정적인 대사들이 정말로 마음을 울립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도 너무 많다는 겁니다.
이 드라마 속 인물들은 둘이 마주 앉으면 자신의 사정을 얘기하고, 얘기하고, 또 얘기합니다.
예를 들어 작중 어느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거예요?”라고 물었을 때, 네여러분이것은제가뉴욕에서근무하고있었을때의일인데요동료경찰들이저에게인종및종교차별을…. 이런 식이 됩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갑자기?” “거기서부터?” 싶은 거죠.
그 행동에 이르기까지의 많은 동기와 감정을 얼마든지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서사를 전부 대사로 처리합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상당히 섬세하고 감동적인 구석까지 있지만, 서로 마주 앉아 10분씩 자신의 과거사와 장광설을 줄줄 늘어놓으니 안 그래도 느슨한 템포가 더 늘어지고 지쳐요. (물론 몇몇 대화 신은 정말 좋았지만)
고해성사나 알코올 중독 치료 모임의 패턴을 가져온 연출의 일부라는 생각은 드는데, 이 넘쳐나는 대사들은 미니 시리즈 호러 드라마라는 영상 매체가 담기엔 너무 과하고 사실 ‘그냥 소설로 읽었으면 더 재미있었겠다’란 생각을 꽤 많이 했습니다.
화면과 연출이 그렇게 근사한데도!

네, 연출에 대해서 말하자면, <힐 하우스의 유령>이나 <블라이 저택의 유령>으로 스스로를 증명한 마이크 플래너건이 이번에도 제대로 합니다.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샷의 구도는 굉장히 안정적입니다. 거의 모든 순간의 화면이 주제나 상징을 직관적이면서도 오버하지 않고 담아내고 있습니다.
주변 인물을 화면 구석에 두고 뒤에 있는 배경을 크게 비추는 불안정한 구도나 아무것도 없는데 너무 무서운 사운드(….)도 너무 좋았어요.
하지만 대사-정확히는 ‘설명’이-가 넘쳐흘러서 이 화면과 영상까지 침식해 버립니다. 분위기가 설명에 잡아먹혔어요.
덕분에 중반부까지는 상당한 인내심을 요하는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뭐,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언제나 시험에 들기 마련인 법.

<어둠 속의 미사> 엔딩 설명 및 해석
※ 아래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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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신부의 정체
폴 신부는 사실 성지순례를 떠난 늙은 몬시뇰이었습니다. 치매 끼가 있어서 정신적으로 불안정했던 몬시뇰은 투어 일행을 놓치고 사막을 헤매다 어느 유적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거기에서 천사(라고 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전혀 아닌)라는 괴생물체에게 공격당해 피를 빨리고 그의 피를 나눠마셔 회춘하게 됩니다.
그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생물체를 밀수해 섬으로 돌아옵니다.
이는 자신이 사랑했던 밀드레드와 숨겨둔 딸인 사라와 함께 영생을 누리기 위해서.
▶ 천사의 정체
… 는 아무도 모릅니다.
폴은 ‘천사’라고 말했지만 아무리 봐도 사악한 생김새를 하고 있고, 그의 피를 먹으면 영생을 얻는다고는 하지만 그 결과 이성을 잃고 사람의 피를 마시기 때문에….
흡혈 욕구가 강하고, 햇빛에 닿으면 타버리는 모습을 보아 종류(?)는 아마 뱀파이어.
▶ 감염 사태
일단 천사의 피를 마시면 감염되고, 많이 들어가면 회춘+아예 죽지 않게 됩니다.
폴, 아니 존은 천사의 피를 미사주에 섞어서 신도들에게 먹여 왔습니다. 리자가 휠체어에서 일어난 것, 밀드레드가 극적으로 회춘하고 마을 사람들이 건강해진 것은 다 감염되었기 때문.
다만 에린이 유산한 것도 이로 인한 결과입니다. 몸이 태아를 이물질로 인식해 공격했고, 아예 임신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은 몸으로 돌아감….
많이 마시거나 천사 본체에게 피를 빨리면(존, 라일리처럼) 아예 그냥 바로 변이되는 듯.
시야를 비롯한 감각이 변해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고 사람의 맥박도 그냥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를 마시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렬해지며, 햇빛에는 타버립니다.
마지막 화를 보면 그래도 의지력에 따라 몇몇 사람들은 흡혈 욕구를 참을 수는 있는 듯.
▶ 결말
감염이 점점 심해져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진 존은 실수로 조를 밀치고 조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크게 다칩니다.
존은 욕구를 참지 못하고 죽어가는 그의 피를 마셔버리고 뒤늦게 멘붕하는데, 시체를 발견한 베브는 성경 말씀을 이용해 범죄를 합리화, 조의 시체를 숨기고 존을 조종합니다.
한편 라일리는 폴 신부가 조의 행방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를 의심하다가 ‘천사’와 마주쳐 그에게 공격당하고 바로 변이되고 맙니다.
그러나 이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그는 에린을 불러내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그녀에게 다른 사람을 구해줄 것을 부탁하며 이 모든 것이 실제임을 증명하기 위해 에린의 눈앞에서 일출을 맞으며 온몸이 불타 사망합니다.
부활절 자정 미사 때 존은 천사를 성당으로 불러들이고 모인 신도들에게 피를 마실 것을 권하며 다 같이 영생을 누리려고 합니다.
제정신이 박힌 소수의 사람들(에린, 세라, 밀드레드, 보안관)을 제외한 사람들을 피를 마시고 곧 흉포해져 서로를 공격하며 성당 안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립니다.
게다가 베브가 문을 열어버려 감염된 사람들이 뛰쳐나가 성당 밖에 있던 마을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하는데…
플린 부부, 에린, 세라, 밀드레드, 보안관, 리자, 워렌은 함께 도망치지만 리자와 워렌만 마지막 보트가 있는 곳으로 향하고, 나머지 어른들은 스스로를 희생해 뱀파이어들이 섬 밖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기로 결심합니다.
베브는 지금 일어나는 사태가 성경 말씀과 일치한다며 성당을 제외한 온 마을에 불을 지르고, 존은 걷잡을 수 없어진 상황을 보면서 그제서야 제정신을 차리고 후회합니다.
에린과 세라, 보안관은 각각 마을 시설을 파괴하고 베브의 삽질로 모든 건물이 불타는 바람에 살아남은 뱀파이어들은 햇빛을 피해 숨거나 도망칠 방법이 사라집니다.
에린은 자신을 희생해 천사를 공격하고, 세라는 자신에게 피를 먹이려는 존을 거부하고 끝까지 인간으로서 죽습니다.
그리고 플린 부부를 위시한 마을 사람들은 찬송가를 부르면서, 존과 밀드레드는 함께, 보안관과 알리는 이슬람식 기도를 올리면서 각각 죽음을 마주합니다.
한순간에 권력을 잃고 죽게 된 베브는 마지막 순간까지 죽음을 두려워하고 거부하다가 비참하게 타버리고, 크리킷 섬에 남아있던 모든 이들은 일출과 함께 사망합니다.
바다에 떠있는 작은 카누에 타고 있던 리자와 워렌만이 일출을 바라보고, 리자는 다 나았던 다리의 감각이 다시 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 엔딩의 의미
결국은 ‘구원‘에 대한 이야기.
죄를 짓고 괴로워하던 라일리는 햇빛을 마주한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죽인 소녀가 미소를 짓는 것을 보고 편안하게 사망합니다. (비록 그걸 본 에린은 멘붕이었지만…)
라일리가 신을 믿지 않는 것은, 자신이 저지른 죄를 신이 허락하고 용서할 수 있을 리가 없다는 생각에 기반한 것입니다. 그는 구원을 찾아 헤맸으나 그것을 종교에서 얻지는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의미가 없다는 냉소적인 무신론도 그를 편하게 해주진 못했죠.
그러나 마지막 순간, 그가 비록 과거에 죄를 지었으나 미래에는 죄를 짓지 않으리라는 선택을 한 순간, 존이나 베브와는 달리 어떤 사심도 어떤 욕심도 없이 그저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순간 그는 웃으면서 떠납니다.
한편 에린은 라일리와 반대로 신앙심이 독실하고 유산의 아픔도 믿음으로 승화시킵니다. 그녀는 태어나지 못한 자신의 딸이 천국에서 행복할 것을 생각하며 스스로 위안을 얻습니다.
다만 라일리가 그랬듯이 이 역시 그녀를 위한 완전한 구원은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믿음’ 자체가 사실상 딸을 유산시킨 원인이라는 게 밝혀지기도 했고)
그러나 에린은 마지막에 자신을 희생하면서 천사에게 치명상을 입하고, 종교와 과학의 경계를 뛰어넘어 자기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느끼며 역시 미소를 띠고 죽습니다.
기도하는 보안관이나 찬송가를 부르는 주민들에게서 볼 수 있듯이 구원은 종교(어떤 것이든)를 통해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종교 자체가 구원은 아닙니다.
신부였던 존이나 마을에서 가장 ‘신앙심’이 뛰어난 베브가 가장 큰 죄인이라는 점은 이를 분명히 하죠.
사실 이들의 문제는 특정 종교를 믿어서가 아니고, 오히려 그 종교의 가르침을 본인들이 저버렸기 때문입니다. 둘은 종교를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키는 근거로 이용했습니다.
존의 욕심은 사랑에서 비롯되기는 했지만, 자신의 망상으로 합리화를 하기 시작하더니 나중엔 자신이 사람을 죽여놓고 양심의 가책이 없는 것까지 신이 한 일이라며 정신 나간 소리를 해댑니다.
그전까지는 좀 수상쩍긴해도 젠틀하고 본성은 괜찮아 보였던 그는, 자신의 양심을 버린 순간부터 타락 직행열차를 탑니다.
라일리가 그에게 남긴 “먼지로 돌아가리라“라는 성경 구절을 보고 화를 내는 장면은 그가 분명히 이제 하느님의 신부가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막판에는 밀드레드에게 구원받긴 하지만, 그가 욕심을 부렸던 대상인 세라를 잃죠.)
베브의 경우 더욱 소름 끼칩니다. 그녀는 그냥 처음부터 종교인도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성경을 줄줄 외고 다니고 자신이 신에게 선택받아 ‘큰 일’을 해낼 인물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이기적이고 오만한 행동은 성경이 가르치는 본질적인 의미와 전혀 반대됩니다.
막판에 애니가 “하느님은 너도 죄인(라일리)도 똑같이 사랑하셔.“라는 말에 무섭게 정색하는 모습을 보면 그녀의 근본은 권력욕이지 신앙이 아니라는 게 분명하죠.
그래서 모든 권력을 잃은 그녀는 홀로 가장 비참하게 최후를 맞습니다.
베브가 작중 모든 일을 성경 구절에 끼워 맞추는 장면은 정말 개소리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저런 막장 상황에 해당하는 성경 말씀이 진짜로 다 있다는 점은 관객에게 경악과 동시에 종교 자체가 얼마나 오용되기 쉬운가를 보여주죠.
작중에서는 여러 가지 형태의 구원이 나왔습니다.
무신론자인 라일리도, 신자인 에린도, 찬송가를 부르던 마을 사람들도, 이슬람교도인 보안관도, 심지어 큰 죄인인 존도.
이들이 모두 같은 곳으로 갔을 수도, 아닐 수도, 어떤 곳으로도 가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답을 알 수 없겠죠.
우리도 그 순간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종합평 : ★★★★☆
보고 있을 때는 답답하고 지루한 순간도 적지 않았는데, 다 보고 나니 <어둠 속의 미사>는………..
상당히 보기 끔찍하긴 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너무나 구구절절하긴 하지만 그래도 깊이있는 대사들입니다.
그 어떤 구질구질한 단점으로도 절대로 깎아내릴 수 없는 것, 그런 것을 ‘의미’라고 하는 거겠죠.
<어둠 속의 미사>
끔찍하고 아름다운 신성의 공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