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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o난감(2024) 리뷰: 톡 쏘는 블러디메리

살인자o난감 포스터 최우식 손석구

살인자o난감 리뷰: 참고로 저는 원작 웹툰을 안 봤어요. 드라마에 대한 사전 정보도 최우식, 손석구를 제외하면 없는 수준. 

주인공 이탕 최우식

줄거리

변변찮은 일상을 살고 있는 대학생 이탕(최우식). 편의점 알바가 끝나고 돌아가던 밤, 그는 자신에게 진상을 부렸던 남자가 골목길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탕은 그를 내버려두고 가버리는 진상의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친구는 갑자기 돌변해 오히려 그에게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탕은 얼결에 들고 있던 망치로 그를 죽이고 만다.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는 탕.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자신을 잡으러 오지 않는 사실에 의문을 느낀다.

한편 강력계 형사 장난감(손석구)은 골목길에서 남성 두 명이 죽은 사건의 수사를 하며 편의점 알바인 탕을 만난다. 특이한 이름을 가진 공통점으로 인해 난감은 탕을 눈여겨보지만, 딱히 그가 사건과 관련되었다는 정보는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탕이 죽였던 남자가 지명 수배 연쇄살인범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살인자o난감 스틸

스토리: 아이러니의 미학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죽이고 보니 죽어 마땅한 인간들이었다.”

설정이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찌질한 대학생이던 이탕이 얼결에 죽인 사람들이 다 범죄자였고, 마치 그런 인간 쓰레기를 청소하는 걸 하늘이 돕는 듯 그의 범행 증거는 하나도 남지 않습니다. 마침 폭우가 쏟아지고, 탕이 범행 도구를 들고 있는 순간 CCTV에 파리가 내려앉는다든가.

아이러니의 유쾌한 방식으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고, 정의의 의미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4화부터는 적잖이 다른 분위기가 펼쳐집니다. 

3화까지는 이탕이 얼결에 살인을 저지르고 우왕좌왕하지만 4화부터 그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고 노빈과 함께 죽일 사람을 찾아다니기 시작합니다. ‘죽였는데 나쁜놈이었더라’와 ‘나쁜놈이니 죽인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러다가 정진정명 나쁜놈인 ‘송촌’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또 한번 방향을 틉니다.

즉, 드라마는 이탕이 우왕좌왕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가벼운 초반부안티히어로물로 바뀌는 중반,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를 혼란스럽게 헝클어놓으며 하나로 묶는 후반, 이렇게 세 파트로 구분됩니다.

초반과 달리 중반부터는 개그도 거의 없고 분위기도 확 달라집니다. 처음부터 주제를 꺼내놓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서 핵심을 파악하기도 조금 어렵죠. 생각보다 ‘가볍게’ 보기에는 꽤 복잡하고 섬세하기까지 한 드라마입니다.

살인자o난감 개그 상상

연출: 웃으라고, 좀

연출도 인상적입니다. 연출이 좀, 쌈빡하달까…

굉장히……

웃기네?

쓰레기를 버리려고 쓰레기통을 열었는데 죽인 사람의 머리가 멀뚱히 쳐다보는 장면(환상)이나 협박을 받자 탕이 자신이 이제 평생 그녀에게 개처럼 매여사는 처지가 될 거라는 걸 상상하는 연출 등은 적잖이 삐뚤어진 개그 코드를 보여줍니다.

여기에 웃으면 약간 싸패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모든 개그의 기저에 깔려있는 날카로운 통찰력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연출이 꽤 섬세하고 인물들의 사정을 복선과 암시로 표현하는 디테일이 좋았어요.

예를 들어서 얌전하던 개가 안락사 여부를 결정짓는 시험 중에 갑자기 폭력성을 드러내는 장면은 난감이 살인의 압박을 받는 장면과 딱 겹치는 장면은 매우 핵심적인 묘사입니다.

살인자o난감 손석구 움짤

또 줌인이나 슬로우 효과를 자주 사용하는데, 이게 쌈마이한 느낌을 주면서도 특유의 경쾌한 템포를 형성합니다. 후반부에 웃음을 잃어버린 건 좀 아쉽지만.

….아, 하지만 1화에 나온 베드신과 노출 장면은 정말 왜 있나 싶습니다. 중요한 스토리와 관련이 1도, 진짜 1도 없어요. 게다가 나중에 오히려 민감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전혀 자극적이지 않은 연출을 보여주는 것과 큰 차이가 납니다. 굉장히 이질적으로 튀는 부분. 뭐지? 넷플릭스 청불드는 계약서에 반드시 여자 가슴을 까야하는 조항이 있나…

살인자o난감 손석구 연기

연기: 재발견 불필요

연기 잘하기로 유명한 배우들이라, 새삼 다시 볼 것도 없고 재발견한 것도 없는 탄탄하고 안정적인 흡인력을 보여줍니다.

최우식의 찌질한 연기는 역시 일등급(?). ‘평범한 인간인데 살인자’ ‘살인자지만 인간적’인 양면을 정말 잘 살려냈습니다. 사실 중간에 좀 캐릭터가 급변하기 때문에 따라가기 쉽지 않은데, 그의 변화상은 꽤 자연스럽습니다.

손석구도 뭐………..

굉장히 무섭게 생긴(….) ‘존나게 스마트’한 형사이면서도 아닌 척 동료들을 챙겨주고 고뇌하는 모습이 정말 자연스럽게 하나로 합쳐집니다.

특히 특유의 분위기로 압도하는 능력이 정말 뛰어나서, 가만히 노려보는 장면에서는 괜히 더 뜨끔하고 바들바들 떨면서 숨을 몰아쉴 때는 보는 사람의 호흡까지도 다 가져가 버립니다…

살인자o난감 송촌

가장 어려운 질문,  “너 확신할 수 있어?”

드라마를 누구에게 몰입해서 보느냐에 따라 상당히 입장이 달라져서 곱씹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살인자o난감>이라는 제목조차 사람마다 읽는 법이 다 다르죠. 모든 것은 확신의 문제.

– 확신할 수 있어?
– 네가 죽인 사람이 진짜 죽어 마땅하다고?
– 네가 하고 있는 일이 옳다고 확신하냐?

이탕은 처음엔 얼결에 사람을 죽이고 크게 당황하며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피해자들이 살인자였다는 사실을 알자 조금씩 자신을 합리화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죄책감을 느끼며 내면에서 점점 피폐해져 갑니다.

송촌 역시 마찬가지인데, 그는 “인간 쓰레기는 죽어야 한다”고 단언하며 살인을 망설이지 않지만, 피해자를 죽이기 전 반성문을 쓰게 하는 등 ‘확신’의 근거를 스스로 채우려고 합니다. 게다가 그는 ‘확신할 수 있는’ 이탕의 능력에 큰 관심을 보이며 질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송촌은 확신을 가진 척하지만 사실은 가지지 못했는데, 확신하고 있는 건 노빈입니다.

그러나 실행범인 둘과 달리 그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죄(해킹이나 위조)만 저지르고 실질적인 부담을 지지 않는지라 합리화가 상당히 쉽다는 면에서 기만적입니다.

그리고 노빈의 ‘확신’은 민폐입니다. 그는 연쇄살인범을 양산하고 주변 사람의 멘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며, 무고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피해를 확산시킵니다. 사실상 만악의 근원이에요?

나중엔 자기가 책임을 진다며 포장되긴 했지만, 그건 플러스가 아니라 자기 잘못을 자기가 책임지는, 플러스마이너스 0의 행동일 뿐.

한편 난감은 노빈과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습니다. 그는 늘 피해자, 가해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며 확신을 보류합니다. 

그는 내내 어떤 것에도 확신하지 않습니다/못합니다. 식물인간이 된 아버지의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데 동의했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마음을 바꿔 치료를 계속하죠. 

확신이 없어서 괴롭지만 그는 무엇이 옳은 일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옳지 않은 선택을 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확신을 가졌거나(노빈), 혹은 확신을 가지려고 발악하다가(송촌) 파멸한 인물들에 비해 이탕과 난감은 끝까지 모호함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둘 다 자신의 행동을 정의라고 포장하지 않습니다.

확신을 가지지 않는다는 건, 자신이 하는 행동이 무조건 옳다고 믿지 않는다는 것이고 따라서 거기에 따라오는 괴로움이나 고뇌를 받아들인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그게… 살인자라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이유인지도 모르죠.

살인자o난감 장난감

상실과 회복의 과정

‘하늘이 살인을 돕는다’는 꽤 도발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살인자o난감>은 사실 살인자들이 어떻게 인간성을 잃어가는가, 그리고 또…… 어떻게 그것을 회복하는가 를 다루고 있습니다.

송촌이 한탄하는 것처럼 이 세상에 너무 쓰레기가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그냥 세상 전체가 노답처럼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탕의 가족들, 탕에게 결국 월급을 가불해준 편의점 주인이나 걱정이 되서 찾아온 친구 경환. 평범하기 그지없고 좀 짜증나긴 해도 탕에게는 분명 그를 신경쓰고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탕은 이들을 전혀 살피지 못하고 자신의 상황에만 급급해서 그들과 거리를 두고 떠나버립니다. ‘히어로즈’가 되면서 그는 오히려 약간 고독해지고 차가워집니다.

한편 난감에게는 시종일관 잔소리를 하면서도 그를 아껴주는 선배 충진과 어리버리하고 도무지 미덥지 못하지만 정의감은 투철한 후배 용재가 있었죠. 난감은 충진과 용재가 주변을 떠나고 나서 점점 멘탈적으로 몰립니다.

(그리고 송촌이나 노빈의 경우엔 애초에 주변에 그런 사람조차 없었음)

평범하지만 인간적인 주변 사람들의 존재가 우리의 인간성을 유지해 줍니다. 살인자는 고독하고, 고독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어느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은 고독의 끝은 파멸뿐이죠.

그래서 엔딩에서 이탕과 난감의 선택은 인상깊게 다가옵니다. 그들은 각자의 관계를 회복(적어도 화복하려고 노력)합니다. 탕은 가족들 앞에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만 그가 그들을 잊지 않았음을 나름대로 표현하고, 늘 솔직하지 못하고 츤츤대던 난감이 솔직하게 그냥 병문안을 오죠.

그들은 인간성을 상실하고 살인자가 되는 위기에 처했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파멸하지 않고 다시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 대한 말 한마디 혹은 행동 하나만으로도.

살인자o난감 노빈

씹덕후를 사형해야 하는 이유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긴 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음……………

제가 사실 (지금은 휴덕중인) DC코믹스빠인데요.

노빈은 사방에 슈퍼히어로 피규어를 장식해놓고 배트맨 티셔츠를 입고 다닙니다. 심지어 이름을 배트맨의 사이드킥인 ‘로빈’과 비슷하게 개명까지 했습니다. 로빈처럼 자신은 정의를 관철하는 히어로(이탕)의 사이드킥이라 소개하죠.

하지만 개소리.

미국 코믹스는 수십년 동안 수백 명의 작가가 연재하는 거라 스토리가 왔다갔다 난리도 아니지만, 배트맨이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건 절대적으로 지켜지는 전제입니다.

뭐, 퍼니셔같은 찐 안티히어로로 도배를 해놨다면 모를까 다른 누구도 아닌 배트맨을 걸어놓고 살인을 정의라 우기는 것은 기만과 무식의 끝판입니다.

게다가 법과 정의의 경계를 논하면서 <왓치맨>을 쏙 빼놓은 게 굉장히 치사합니다. 슈퍼히어로 장르의 명작 중에 하나인 <왓치맨>은 바로 ‘법이나 기존 체계로 통제할 수 없는 자가 선을 넘었을 때 얼마나 위험한가’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거든요.

노빈은 진짜 덕후도 아니고 그냥 짭이에요.

그는 배트맨의 돈이 많고 천재적인 능력의 소유자고 법망을 넘어 범죄자를 잡는다는 설정에만 심취했을 뿐입니다. 난감이 노빈에게 “내가 니 장난감이냐?”라고 분노에 찬 말을 뱉은 것처럼, 그는 주변 사람들을 갖고 놉니다. 송촌에게 ‘법의 테두리 밖에서 범죄를 단죄하는 권한’을 주고 그가 폭주하자 사실상 방치해 버린 게 본인인데, 형사인 난감에게 부탁도 아니고 끝까지 거래, 제안을 하는 건 역겹기 짝이 없죠. 그의 편의주의적 설정놀이 성향이 제대로 드러나는 부분.

그래서 저는 솔직히 사람 죽이는 게 정의인지 나발인지의 판단보다, 배트맨 덕후를 자처하면서 그 따위의 이해도를 보인다는 점(혹은 기만을 위해 작품의 중요한 설정을 무시하는 점)은 덕후로서 용서할 수 없다고 봅니다.

사형.

최우식 손석구

종합평: 호불호

<살인자o난감>은 충분한 법도 완벽한 정의도 없다는 어려운 주제를 섬세하고도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좀 비틀린 센스도 개인적으로는 좋았고.

하지만 결정적인 단점은 있습니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똑같은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주제에 정작 작중에 나오는 가해자는 그냥 찐 가해자일 뿐입니다. 탕이 죄책감과 괴로움을 느끼는 묘사가 있다고 해도, 실제로 그가 죽인 모든 사람들은 거의 순도 100%의 나쁜놈이었습니다. 그들에겐 어떤 변명거리도 없습니다. 그냥 타고난 싸패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거짓말이고 좋아할 만한 구석이 1도, 진짜 1도 없습니다.

범죄를 미화하지 않는 건 좋지만, 범죄자를 이렇게 같은 인간이 아니라 동떨어진 하나부터 열까지 ‘죽어야 될 존재’로 타자화해버리니 인간의 양면성에 대해 논하던 주제의 설득력이 심각하게 떨어집니다.

그래서 그렇게 섬세하게 쌓아놨던 주제가 “응 나쁜놈이라 죽여도 돼ㅋ”로 오도될 가능성이 큽니다. 살인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난감이나 법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경찰이 우습게 보이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하고

또 노빈 관련해서는 전체적인 주제가 흐려지는 느낌이 없잖아 있고, 중반부에 이탕의 심리가 거의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히어로즈 활동을 하면서도 계속 죄책감을 느껴왔다는 건 잘 와닿지 않습니다. 엔딩도 좀 뒷문 안 닫아놓은 느낌이고.

사실상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섬세한 연출이 아니었다면 걍 반사회적 드라마 될 뻔함…

결론적으로 좋은 소재와 디테일, 표현력을 갖춘 작품이지만 마무리가 야무지지 못하고, 독특한 맛이 약간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뭐야, 뭐 이래?”와 “근데 자꾸 생각나네”의 반복. 하지만 그 호불호조차 ‘맛’으로 삼는 건 꽤 비범한 콘텐츠의 증거입니다.

평가: 3.5/5

<살인자o난감>

톡 쏘는 블러드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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