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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오사: 매드 맥스 사가(2024) 리뷰 –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

퓨리오사 매드 맥스 사가 포스터

우리는 이 영화의 결말을 알고 있습니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맥스와 만나기 전 퓨리오사의 이야기를 다루는 프리퀄입니다. 즉, 영화가 끝날 때까지 퓨리오사는

  • 시타델에서 근위대장이 되고
  • 그간 탈주 시도를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고
  • 한쪽 팔을 잃을 예정입니다.

이 세 줄을 2시간 반짜리로 만든 게 바로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입니다.

*본 리뷰에는 작품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퓨리오사 과거 모습

줄거리

풍요의 땅에서 살고 있던 어린 퓨리오사는 바이크 군단에 납치되어 바이커들의 우두머리인 디멘투스에게 끌려간다. 

그녀를 구하려던 어머니는 퓨리오사에게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남기며 그녀의 눈앞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퓨리오사는 디멘투스의 소유물이 된다.

디멘투스는 시타델에 쳐들어와 임모탄 조에게 도전하지만 시타델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대신 가스타운을 탈취해 시타델에 기름을 제공하는 대가로 식량과 식수를 지급받기로 협상한다.

협상 과정에서 퓨리오사는 임모탄에게 넘겨지고, 임모탄의 아내인 브리더가 될 뻔했지만 도망친다. 그녀는 시타델의 화물 담당부터 시작해 홀로 생존해 나가다 근위대장 잭의 눈에 띄어 그의 가르침을 받으며 근위대장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한 번도 고향에 돌아가겠다는 다짐을 잊은 적이 없는데…..

퓨리오사 리뷰 안야 테일러조이

2시간 반짜리 부록

결론부터 말하면, 이 영화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배경 설정을 확인하기 위한 ‘부록’입니다.

<분노의 도로>에 나온 퓨리오사의 과거, 맥스가 도착하기 전 황무지에서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시타델에 자원을 제공하는 가스타운과 무기 농장의 풍경 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망해버린 세상의 세세한 디테일을 확인하는 것은 여전히 즐겁고, 쉴 새 없이 펼쳐지는 엄청난 박력의 전투신은 이 고물가 현실에서 티켓값이 아깝지 않습니다.

하지만 <퓨리오서: 매드맥스 사가>는 딱 거기까지로, 부록으로서의 가치 이상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부록은 부록일 뿐, 사실 안 봐도 됩니다.

<퓨리오사>에 나오는 대부분의 매력(퓨리오사, 시타델의 구조와 막장 아포칼립스 세계의 모습 등)은 이미 <분노의 도로>에 나왔던 것들이고, 새로운 파트는 그 자체만으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관객은 퓨리오사가 어떻게 시타델에 오게 되었으며, 얼마나 많은 좌절과 절망을 극복하며 그렇게 굳세고 강한 인물이 되었는지 알게 될 거라 기대했지만 전자는 너무 시시콜콜하게 다뤄지고 후자는 별로 나오지 않습니다.

개막장 시타델에서 여자가 근위대장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닌데, 그 지난했을 과정을 대충 ‘잭이 도와줬다’는 암시로 퉁칩니다.

또 임모탄의 아내들을 구하려고 마음먹게 된 계기 같은 것도 없습니다. 정말 궁금했던 부분들은 하나도 해소가 안됨…

퓨리오사 움짤

물론 할배표 액션은 정말 화끈해서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물량을 미친 듯이 쏟아부어 영화를 보고 나면 3박 4일 트럭에 타고 있었던 기분이 듭니다. 귀에선 엔진 소리가 아직 환청처럼 들리고 코끝에 맴도는 기름과 화약 냄새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

특히 글라이더와 낙하산을 이용한 굴욕자들의 신박한 강습이나 수백 대의 바이크가 몰려오는 장면은 정말 감탄할 만합니다. 스케일로 보면 확실히 전작을 넘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더 ‘재미있는’ 건 아니에요.

전작의 모든 전투에는 맥스와 퓨리오사가 ‘생존하고 탈출한다’는 알기 쉽고 분명한 목적이 있었고, 관객들은 주인공에 몰입해서 긴장감을 느꼈습니다. 반면 이번 작에선 중심이 될 만한 구심점이 없습니다. 퓨리오사는 전투에 휩쓸려서 그때그때의 상황에 대응하는 게 전부고, 목적도 매번 달라집니다. (살아남기, 잭 구하기, 디멘투스에게 복수하기..)

한마디로 전투는 ‘사건’이라기보단 ‘배경’이 되어버렸고, 계속 끝없는 길을 달리기만 하니 중반쯤 가면 슬슬 질리기 시작합니다. 고속도로 운전도 1시간 넘어가면 졸려…

황무지 40일 전쟁이 역사 다큐멘터리에서 지나가는 자료 화면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퓨리오사 디멘투스

미완성 캐릭터

<퓨리오사>가 <분노의 도로>의 10여 년 전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분노의 도로에 나오는 캐릭터나 설정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생체기술자’가 원래는 디멘투스의 부하였는데 협상하면서 임모탄에게 넘겨졌다는 사실. 전작을 열심히 봤다면 소소한 디테일을 알아보는 게 즐겁습니다.

그러나 이번 작에서 새로 등장한 캐릭터들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과 깊이가 부족합니다.

퓨리오사 디멘투스 크리스 헴스워스

크리스 헴스워스가 연기한 디멘투스는 바이커 군단의 리더로, 임모탄과는 상당히 다른 보스입니다. 대규모의 집단을 체계적으로 지배하는 법을 아는 임모탄이 군인 출신답다면 디멘투스는 그야말로 폭주족들의 왕.

유쾌하게 잘 나불대고 쇼맨십이 있는 편인데, 사람을 찢어 죽이는 잔인한 일을 가벼운 말투로 지시하는 광기가 더 돋보입니다. 퓨리오사에게 잘해주는척 하지만 그녀를 자신의 인형 정도로 여기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나름의 카리스마는 있지만 대규모 집단을 통솔할 그릇은 아니라는 점도 차별화되는 부분.

그러나 이런 차별화가 그를 매력적인 빌런으로 만들기보다는 약점으로 작용해 오히려 대결 구도가 좀 맥 빠지는 모양새가 됩니다.

특히 막판에 퓨리오사에게 하는 대사가 다소 뻔한 클리셰(“나와 같은 존재를 찾고 있었어”)라 감흥이 식는 건 덤.

퓨리오사 리뷰 근위대장 잭

아쉬운 건 근위대장 잭 역시 마찬가지.

시타델에서 유일하게 멀쩡한 인간이지만 너무 정상적이고 지나치게 호의적이라 거의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

전작과 비교를 해보면 맥스와 퓨리오사는 각자를 이용하려고하다가 생사를 함께하며 서로 점점 믿게 되는데, 그에 비해 이번 작에서 중요하게 작용한 건 잭의 호의뿐입니다.

또 퓨리어오사와 서로 목숨을 걸고 같은 꿈을 공유하는 사이인데도 교감을 나누는 장면이 거의 생략되어 있고, 특히 잭에 대한 퓨리오사의 심정 변화는 거의 읽어내기 힘듭니다.

퓨리오사 안야 테일러조이 연기

변화가 없는 주인공

퓨리오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습니다.

어떤 성장도 변화도 없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궁극적인 목표는 있지만 거기에 이르는 중간 목표들도 애매합니다. 탈출을 위해 근위대장이 되겠다고 결심한 것도 아니고 근근이 생존을 위해 싸우다 보니 어찌저찌 진급했다는 전개.

심지어 잭이 여러 가지를 가르쳐줬다고 하지만, 원래 어렸을 때부터 잘 싸워서 그닥 뭘 새로 배운 것 같지도 않음….

그래서 그녀의 행적을 쭉 따라가는 게 재미가 없어요.

안야 테일러 조이의 커다란 눈망울은 강렬하지만, 그 연기력에 비해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할 거리 자체가 부족합니다. 퓨리오사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후반부가 되어야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하는데 이게 너무 늦고 또 다른 장면들과 잘 연결되지 않아서 잭과의 관계나 디멘투스와의 대화는 갑작스러운 느낌이 있습니다.

종합평

과제나 면접 때문에 분량이 정해진 문서를 쓸 때, 할 말이 없는데 굳이굳이 늘려야 하는 것만큼 괴로운 작업이 없습니다. 쓸데없는 형용사를 덧붙이거나 글씨 크기를 키우거나 온갖 꼼수를 다 써도 분량 채우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그리고 그거 다 티 나고요.

이 영화가 그렇습니다.

할 말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그걸 늘리고 늘리느라 엄청나게 애쓴 느낌. 그러느라 정작 중요한 것, 퓨리오사라는 인물의 내면을 살피고 그녀에게 (<분노의 도로>에서 보인) 영웅성을 부여하는 일은 실패했습니다. 애초에 영화 자체가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다더라’ 정도의 레벨에서 스스로 벗어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게 정말 아쉽네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제 안에서 5점짜리 영화(5점 만점)라서 더욱, 더욱 더.

평가: 3/5

<퓨리오사: 매드 맥스 사가>

스스로 한계를 지은 부록형 블록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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