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2 리뷰 : 까르보나라 카레 김치찌개 정식

DRAMA, REVIEW

스위트홈2 시즌2 포스터

목차

스위트홈 엔딩

줄거리

군대에 의해 구조되어 생존자 캠프로 향한 그린홈 주민들.

도중에 은혁이 살아있을 것이라 믿고 오빠를 찾으러 다시 그린홈에 돌아간 은유는 결국 은혁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고 군인인 박찬영(진영)과 함께 캠프로 도착한다.

한편 죽은 줄 알았던 상욱과 만난 현수는 신인류로서 인류를 지배하자는 상욱의 말을 거절하고, 괴물화의 원인을 찾고 인류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연구소로 향한다.

1년 후. 생존자들은 대부분 야구장 지하로 피신해 지하 생활을 하는 중. 괴물을 처리하는 특수 합동부대인 까마귀 부대가 수호대라는 이름으로 스타디움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은유는 혼자 바깥을 나가 생존 물품을 찾던 중 수수께끼의 소녀와 마주치게 되는데…

스위트홈2 이진욱 송강

이거 그냥 딴 드라마

솔직히 원작이나 시즌1에 대한 큰 애착이 없는 입장에서는 사실 실망했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드라마가 왜 이렇게 삐그덕대나 살펴보는 나름의 재미가 있었음… 

일단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인다. 스케일이 매우 커졌고, 연출도 번듯하다. 시즌1의 극단적인 조명이나 애니/게임스러워서 호불호가 갈리는 연출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무난하게 트렌디해서 당황스러울 정도.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고. 이거 그냥 시즌1이랑 딴 드라마….

심지어 장르도 묘하게 좀 달라졌고? 잘 보면 서로 다른 이야기 3개가 다 섞여있다.

  • 1~3화는 그린홈에서 밖으로 나온 이들이 어떻게 되었는가를 다루고 있고,
  • 4~6화까지는 괴물화 사태로부터 1년 후 스타디움에서 살아가는 생존자들의 이야기. 
  • 7,8화에서는 다음 시즌을 위한 떡밥과 새로운 정보가 쏟아진다.

문제는 이게 다 따로 논다는 거. 심지어 같은 화 안에서도 서로 다른 파트의 분위기가 판이하게 다르다. 

밤섬 파트는 거의 뭔 바이오하자드고, 수호대와 스타디움 파트는 밀리터리를 끼얹은 워킹데드에 가까우며, 은유나 이경 파트는 무슨 라스트 오브 어스+서던 리치임…

이렇다보니 도무지 어디에, 누구에게 집중을 해야할지 알 수가 없다.

시즌1에서도 현수, 이경, 두식, 지수와 재헌, 은혁과 은유, 상욱 등 다양한 인물들이 각각의 이야기를 풀어놓았지만 어쨌든 ‘그린홈에서 괴물과 싸워 살아남는다’는 틀 안에 있었고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현수였다.

다들 모로 가도 현수와 접점이 있고, 그에게 크고작은 영향을 미치면서 작품을 하나로 만들었다.

하지만 시즌2는 드라마 전체의 중심이 되는 주인공이 없고, 파트마다 분위기가 확확 달라지니 이게 뭐 어떻게 봐야하는지 헷갈린다.

예를 들어 수호대 스토리의 중심축은 탁 상사와 김 중사인데 둘 다 현수나 은유와 직접 만난 적도 없다. 중간에 갑툭튀한 초능력 아이와 거의 <데드 스페이스>급 후반부의 분위기도 정말 같은 작품이라고 볼 수 없는 수준. 

게다가 크고작은 떡밥을 시원하게 풀지도 않고, 심리 묘사도 여전히 날림이다 보니 진짜 보는 내내 “뭐지…? 뭐지? 뭐지 이거???”

스위트홈2 리뷰 송강

1~3화: 슬로우에 걸린 시작

일단, 시즌2를 시작하면 스케일이 너무 커져서 얼떨떨할 정도다. 건물 하나(그것도 활용 가능 공간이 그리 넓지도 않은)에 한정되었던 배경은 서울 전역이 되고, 생존자들이 수백명씩 몰려다닌다.

그러나 전개되는 이야기에 비해 쓸데없이 신파나 잔인함을 강조하는 군더더기가 너무 많고, 연출을 엿가락처럼 늘려서 모든 신이 필요한 것보다 2배씩 길다.

사람들이 울부짖고, 멈춰서고, 슬로우 걸리고 소리지르고 음악 나오고… 무슨 통제 구역에 차들 들어가는 신이나 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신도 조오오오올라게 길어. 지수가 캠프에서 검사를 받는 장면은 정말 대놓고 질질 끌고 있음… 심지어 송강이 홀딱 벗고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는데도 너무 느릿느릿해서 지루하다.

이 지리멸렬한 연출에다 시즌1의 캐릭터들이 허무하게 소모되거나 이상하게 변형되어 ‘시즌1의 후속’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발레 배운 여고생인 은유가 군인에게 능숙하게 총을 들이대고 협박하는 장면이나, 전 시즌에서 그렇게 진중하고 멋졌던 상욱(의 껍데기만이긴 하지만)이 비열하고 쪼잔하게 나오는 부분은 실망을 준다. 이진욱이 그 얼굴로 깝치는 연기를 너무 잘해서 더 킹받음….

액션의 방향성도 조금 바뀌어서 괴물과 괴물의 싸움이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데 연구실 복도에서 서로 촉수를 뻗어내며 싸우는 장면은 이미 시즌1과 상당히 이질적. 여기서부터 나는 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인가…

어쨌든 이 복장 터지는 전개는 그나마 잠실 불바다로 화려하게 끝을 고한다.

스위트홈2 김무열

4~6화: 누가 누구를 지키는가

4화 시점에서는 괴물화 사태가 시작된 지 거의 1년. 탁 상사가 이끄는 까마귀부대가 안전 캠프에 모여있던 생존자들을 잠실 야구장 지하로 피신시키고 지하에서 살아가고 있다.

여담인데 ‘스위트 홈’의 배경이 야구장인 건 꽤 재미있는 포인트였다. ‘홈’이니까.

다름아닌 나의 홈구장이 날아간 걸 보는 게 조금 슬펐지만.

하여간 스타디움에는 수백 명이 살고 있고, 군대가 질서를 유지하니 시스템이 좀 팍팍하면서도 체계적. 주민들은 딱히 생존이나 괴물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고 그냥저냥 몰래 화투나 치면서 살고, 오히려 물자 부족과 괴물과의 전투에 신경을 쓰는 것은 수호대다.

특이하게도 스타디움 파트에서 주인공에 가까운 비중은 군인 집단인 수호대가 가져간다. 이 바닥에서는 군대가 악의 세력이 아닌 건 드문 일인데, 수호대가 주민들을 통제하긴 하지만 특권을 누리긴 커녕 오히려 더 지치고 스트레스 받는 상황.

잡졸(?)들은 스트레스 받는다고 좀 치졸하게 민간인들을 괴롭히는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작중 김 중사가 동료들의 희생과 군인으로서의 임무 사이에서 고뇌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가는 부분.

스위트홈2 수호대
참고로 여기 나오는 군인들 전원 노빠꾸…

‘지키는 입장’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서 조명하는 건 꽤 신선한 포인트였다고는 생각한다. 서로 다른 관점을 지닌 탁 상사와 김 중사의 대립은 충분히 납득 가능하고, 둘 다 상당히 일리가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도 하다.

생존자들보다 수호대가 오히려 더 가족같은 느낌이 나는데, 정확히 말해 애가 스물 한명 딸린 김 중사와 시아버지 탁 상사같은 느낌.(…) 민 중사는 걍 철없는 애아빠

특히 생존자들에겐 시종일관 다나까체로 차가운 태도를 보이는 김영후가 부대원들 이름을 부를 땐 말투부터 달라지고, 서로 농담을 하거나, 티격태격하다가도 굳건한 신뢰 관계를 보이는 디테일은 몇 안되는 훈훈한 장면.

그러나 이런 감정의 교류는 부대 안에서만 돌고, 생존자들의 환장스러운 민폐와 맞물려 폐쇄적인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버린다. 수호대의 이야기는 현수와 은유 일행과는 전혀 어우러지지 않고 허망한 엔딩으로 인해 주제의식도 약해진다.

한편 수호대의 특성상 총을 쏘고 폭탄을 터뜨리는 현실적인 액션이 많이 나오는데, 이 역시 지난 시즌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라는 것도 위화감을 조성하는데 한 몫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밀리터리 소재를 빡세게 잡아놓은 건 좋았다. ‘괴물 전문 특수 합동부대’에 걸맞게 전투가 상당히 전문적이고 효율적이며, 각기 다른 부대들을 모아 놓고 물자를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거라 다들 묘하게 군장이 다르다는 디테일까지 있다. 또 장비가 맛깔나서 이런 쪽 좋아한다면 드라마 재미와 별개로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을듯.

스위트홈2 리뷰

4~6화: 민간인따위 장식입니다

하지만 안그래도 극 구성이 산만해서 정신이 없는데 스타디움에는 굉장히 쓸데없는 캐릭터들이 많다. 호감이 가거나 중요하게 다뤄지는 인물이 거의 없고, 비중이 있는 건 이기적이거나 비호감 민폐캐. 

지반장이나 베드로처럼 임팩트 있는 캐릭터는 있지만 이들이 딱히 뭔가 의미있는 서사를 제공하진 않는다. 지반장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너무 질질 끌어서 후반부 가서는 그게 뭔지 딱히 궁금하지 않다. (솔직히 너무 쉽게 예상 가능하고) 

스타디움의 생존자들이 스토리의 중심 인물들과 거의 전혀 교류가 없다는 것도 문제.

그린홈에서는 선영이나 유리 등 비중이 크지 않은 인물들도 주연들과 교류하며 유의미한 신을 가져갔다. 임팩트가 매우 약한 지은만 하더라도 현수에게 가장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걸로 기억에 남았고. 하지만 스타디움에서는 대다수가 은유를 배척하고 있고, 그린홈 생존자들도 자기 앞가림에 바빠서 은유와 접점이 없다. 어린 영수마저 좀 짜증나게 커가는 것은 덤이고.

은유의 유의미한 관계는 전부 스타디움 바깥에 있다. (당연히 현수나 이경 등도 스타디움과 관계가 1도 없음)

심지어 스타디움을 지키는 수호대조차 생존자들과 그다지 감정적으로 가깝지 않다. 생존자들이 군인들 뒷담까는 부정적인 묘사가 한두번 나오는 게 아니고, 탁 상사나 모두를 지키겠다고 하는 거지 현장 뛰는 애들은 현타 제대로 맞는중…

K-신파 팍팍 넣은 준일 모자나 시한부 커플 등으로 자기 목숨 앞에 초라해지는 평범한 인간상을 보여주었지만, 이들에게 몰입을 하거나 납득하기엔 의미있는 장면도 없고 민폐의 정도도 너무 심하다.

시즌1고 비교해보면 진옥같은 경우는 트롤러이긴 했지만 나름 납득 가능할 이유가 있었고, 다른 소시민들도 감초 역할을 하거나 갱생한 모습을 보여줬다. 근데 시즌2의 생존자들은 단 한명도 이런 사람이 없어서 감정 이입을 못하겠음.

그러면 뭐, 감동적이기라도 하나?

그것도 아님…. 뒤끝마저 매우 찝찝하다. 대체 이 드라마는 뭘 말하려는 것인가…? 죽을 때 되면 그라목손 마시고 혼자 가라?

스타디움의 거의 모든 민간인은 김영후와 이은유를 괴롭히기 위해서만 존재하고, 자극적이고 답답한 전개를 만들기 위한 배경 소재일 뿐.

탁 상사는 스타디움이라는 공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박찬영이 작중에서 스타디움을 “집”이라고 칭했지만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여긴 집이 아니야. 여기 있는 사람들도 전부, 아무것도 아니고.

스위트홈2 이은유 주인공

은유-찬영, 실패로 끝난 주인공 변경

사실상 시즌2의 주인공은 비중으로 보나 분량으로 보나 이은유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게 과연 시즌1과 같은 캐릭터인지는 살짝 의문스럽긴 하다. 갑자기 라오어의 엘리마냥 빨간 나시티에 칼 하나 들고 혼자 밖을 돌아다니는 미친 생존력을 보여주는데, 여전사의 캐릭터성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이런 변화가 갑작스럽고 이 바닥에 너무 뻔한 스타일링과 대사로 표현되는 게 아쉬운 점.

내내 마녀니 날 쫓아다니지 말라니 치명적인 대사들을 치는데 이 역시 지지부진한 스토리 전개와 맞물려 지루함을 불러일으킨다.

그나마 시즌1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역할은 제대로 하고, 자신을 지켜주던 존재와 재회하는 장면은 나름의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뿜어내긴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시즌1에서 못했던 재회를 지금에서야 하는 느낌이고, 시즌1의 관계성에 매여있느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찬영과의 케미도 별 의미가 없다는 건 아쉬운 점.

스위트홈2 진영 박찬영

그리고 찬영인 정말 정말 착한 애이긴 한데, 극중 하는 일이라곤 은유를 쫓아다니는 것뿐.

전직 운동선수인 군인이 스무살 될까말까한 여자애보다 신체 능력으로도 상황 판단력으로도 밀리는 한심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건 은유한테 너무 버프가 들어간 탓도 있지만.) 게다가 현수가 나타나면서 은유의 과거에 전혀 끼지 못하고 겉돌면서 0고백 1차임…

초반만 해도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관심병사 ‘인간적인 군인’의 포지션이었지만, 수호대와 생존자들 사이에서 애매하게 끼어 은유의 키링남으로 전락해 버린다.

심지어 온건한 성격의 군인이라는 점은 강석찬 하사와도 캐릭터성 겹친다. 여러모로 캐릭터 낭비가 심함 이 드라마.. 사실상 없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에서 캐릭터의 역할이 붕 뜨고 만다.

스위트홈2 리뷰

이경-아이-현수, 포스트 아포칼립스 갬성

연구소 지하에서 바이오하자드를 찍다 밀리터리 워킹데드를 거치더니 수수께끼의 소녀가 나타나면서 장르는 또 한번 바뀐다.

소녀는 괴물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며, 사람과 접촉하면 괴물과는 또다른 무언가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전형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질적인 능력을 지닌 소녀’인데, 소녀의 특수성이 너무 부각되는 갑자기 생판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연구소나 스타디움 파트는 어울리진 않아도 뜬금없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이경과 소녀의 파트는 완전히 다른 작품을 오려 붙인듯 위화감이 든다. 기존의 문제(현수의 정체성이나 괴물화의 진실)를 전혀 해결하지 않고 냅다 새로운 문제를 늘려나가니 피로감이 더해지는 건 덤이고.

캐릭터적으로도 썩 매력적이지 않다. 아이는 꽃밭 한가운데서 잠을 자고 평화롭게 포스트 아포칼립스 풍경을 즐기는 등 혼자 감성샷을 찍으면서도 불사의 능력과 킹왕짱 강력한 능력을 가졌으며, 작중 핵심인물과 혈연 및 지연 관계로 얽혀있다. 그야말로 그린 듯한 메리수.

현수의 안티테제로서 인간을 적대할 만한 동기는 있지만, 자신의 인간성을 유지하고자 처절하게 노력하는 현수에 비해 그 고뇌는 크지 않고, 까놓고 말해 생후 1년도 안된 괴물 소녀의 사춘기에 모든 인물들이 휘말리는 모양새.

여기에 현수가 좀 수동적인 성격이다 보니 스토리의 중심이 현수가 아닌 아이에게 가고 있는 듯한 인상이라, 예쁘게 봐주기 어렵다.

3화 이후 아예 실종되어 버린 현수가 오랜만에 등장하는 장면은 짜릿하고 (많이 늦었지만) 기대가 되는데 그 공백을 채워주기는 커녕 소녀의 곁다리 인물로만 나오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그나마 현수가 인간과 괴물 사이에서 고뇌하면서 인간성을 관철하려 하는 모습이 강조되고, 괴물들이 가진 환상을 볼 수 있다는 엄청나게 중요한 설정도 나온다. 이 중요한 게 후반부에 대사로 대충 튀어나와서 빡치지만 어쨌든.

아무튼 현수와 은유가 만났고, 소녀와의 대립 관계도 가시적으로 떠올랐으니 이야기는 다음 시즌으로 토스.

스위트홈2 리뷰
신파와 빡침은 종이 한장 차이….

감당하지 못할 주제

‘인간이 될 것인가 괴물이 될 것인가란 주제는 <스위트홈>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다. 바꿔말하면 ‘인간과 괴물을 어떻게 가르느냐’가 중요한 논제.

그리고 이 드라마는 은근히 거창하게 계속 ‘신’을 언급하는데, ‘신’이 인간과 괴물 사이를 가르는 약간의 기준선이 되어준다.

스위트홈 시즌1 재헌

시즌1에는, 물론 재헌이 있었다. 종교는 재헌의 동기와 신념이 되어, 그는 ‘그분’의 가르침대로 나보다 남을 위하고, 끊임없이 사람을 믿는다. 그리고 그의 이런 행동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그들을 변화시켰다.

재헌은 ‘괴물’도 사람으로 봐주는데 그중 첫번째가 현수고 두번째가 상욱이었다. 현수야 뭐 빼도박도 못하는 진짜 괴물이고, 상욱은 괴물화가 된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거의 비슷한 취급을 받는다. 그리고 상욱 본인도 스스로를 괴물로 자처하며 그린홈의 바깥에 나가려고까지 하지만 재헌이 그것을 막는다. 재헌은 현수를 구해주고, 상욱에게 있을 곳을 마련해주었다.

말하자면 재헌은 괴물(로 취급되는 이들)을 사람으로 포용했고, 그 자신도 끝까지 사람으로서 살다 갔다. 그가 막 전도를 한 건 아니지만 신의 가르침을 몸으로 실천했던 그의 행동은 현수와 상욱에게 전파되어, 그들을 변화시킨다.

그러나 시즌2에서는 이처럼 인물의 행동이 주제 의식과 긴밀하게 연결되지 않는다. 순진하고 죄없는(?) 괴물 vs. 서로를 괴롭히고 사냥하는 인간’이라는 작위적인 구도만 반복되고, 끝끝내 인간성을 버리지 않으려는 현수의 처절한 발버둥은 그다지 심도 있게 다뤄지지 않으며 그냥 송강의 순진한 얼굴로 홀려서 ‘현수는 착하니까…’로 넘어가려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면서도 ‘신’이나 ‘믿음’이라는 키워드로 새로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감당 못할 거면 새로 시작하지 말라고…

하지만 이왕 얘기한 걸 좀 들여다보면 시즌2에서도 신에 대한 언급이 종종 나오는데, 뉘앙스는 좀 달라진 편. 재헌에게 종교가 삶의 자세였다면, 시즌2에서는 신앙이 삶의 도구처럼 해석된다.

찐신부인 베드로가 여는 모임은 괴물화를 늦추는 수단 정도로 인식되긴 하지만, 강석찬 하사가 성호를 긋는 것처럼 믿음은 사람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주는 방편 중 하나다.

특히 수호대 안에서는 ‘믿는다(민서진이나 강석찬이 김영후에게)’ ‘믿지 않는다(김영후가 탁 상사에게)’는 말이 꽤 자주 나오고, 그 절정을 찍는 게 후반부 밤섬에서 김영후와 강석찬이 나누는 대화.

영후가 “네가 믿는 분(=신)에게 물어봐라”라고 하자 “그러니까 중사님께 묻지 않습니까”라고 대꾸하는 장면은 (종교와는 별개로) ‘당신이 저의 신’이란 소리나 마찬가지고, 석찬은 그 강한 믿음 덕분에 작중 내내 전혀 흔들리거나 불안해하지 않는다. 그리고 망설임없이 자신의 목숨을 바쳐 그를 살린다.

한편 ‘아들을 신으로 여겼던’ 준일 모친이 결국 아들에 의해 살해당한 것을 생각해보면, 시즌2는 사람을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결국 다른 사람이라는 새로운 주제로 넘어간다.

은유가 은혁에 대한 그리움과 그를 다시 찾으려는 의지로 버틴 것도 크게 보면 오빠가 살아있을 것이란 믿음의 문제고, 의지할 수 있는 현수와 재회하면서 은유는 전에 없던 안정을 찾는다. 한편 현수도 자신을 인간으로 받아주는 은유를 만나 자신의 인간성을 확인하고.

….이런 논의가 분명 흥미로운 지점이 없는 건 아닌데, 문제는 이게 다 너무 따로따로 논다는 거. 수호대의 믿음은 서로에게만 해당하고, 은유와 현수의 관계는 시즌1에서 넘어온 거지 더 나아가지는 않는다.

사실 ‘믿음’이란 단어를 이렇게 해석하는 것도 내가 과대해석하는 건가? 싶음… 하여간 문제는 작품을 가로지르는 하나의 핵심적인 주제, 컨셉 혹은 키워드가 전혀 없다는 것.

….그리고 시즌1부터 계속 인간성에 대한 핵심을 ‘엄마와 아이’로만 다루는 것도 너무 그렇지 않아? 작가 어머님은 잘 계시냐?

스위트홈2 송강

★★

와! 어떻게든 시즌3 공개되기 전에 리뷰 다 썼다. 사실 애저녁에 다 보긴 했는데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오래 걸렸음..

전작이 ‘마이너한 향신료를 잔뜩 쏟아부은 세상 과한 마라탕’이었다면, 이번 시즌은 좀 더 대중적이지만 서로 같이 먹을 수 없는 3가지 음식을 한꺼번에 내놓은 정식 같다. 까르보나라와 카레와 김치찌개를 동시에 먹을 순 없어.

개인적으로는 시즌1에 딱히 큰 애착이 있진 않았지만, 주인공이 3화만에 실종되고 전혀 다른 얘기가 절찬리에 펼쳐지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 다른 얘기들이 완성도가 높은 것도 아니야.

스위트홈2 아이

각각의 파트는 ‘SF 서바이벌 호러’, ‘포스트 아포칼립스 군중물’, ‘판타지 초능력물’이라는 나름의 장르적 특성을 살리고 있긴 하지만 세 파트를 모두 좋아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이게 특정 드라마의 시즌2인데 ‘오컬트를 가미한 크리쳐 호러물’에 가까웠던 시즌1과도 다른 분위기라는 건 좀 치명적.

난잡하고 산만한 구성 때문에 ‘집’이라는 배경과 ‘인간과 괴물의 경계’라는 전체적인 주제 의식도 매우 희미해졌다.

뭐, 큰 스케일과 아주 세세한 디테일까지 살린 비주얼은 볼만하다. 서울 거주민으로서 밤섬과 잠실 일대가 완전 나가리된 풍경이 아주 가슴 뛴다. 초반이 좀 심하게 지루하긴 했지만 깔끔한 화면은 나쁘지 않았고, 특히 개인적으로 후반부 밤섬의 호러 묘사는 오싹했고 좋았음…. 데드 스페이스같은 느낌… 그리고 스토리가 이렇게 산만한데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도.

아깝다, 재미만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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