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2021)
- 장르: 범죄, 스릴러
- 감독: 김선
- 출연: 변요한, 김무열, 김희원
- 개봉: 2021년 9월 15일
보이스피싱 사기 예방 교육 비디오치곤 재미있지만, 영화치곤 재미없다. 주인공과 피해자들을 결백하게 만드느라 너무나 몸을 사린 나머지, 미쳐날뛰는 빌런만이 인상에 남게 되었다.
★☆

목차

줄거리
경찰을 그만두고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한서준(변요한). 곧 승진을 하게 되어 고생한 아내에게 기쁜 소식을 알릴 생각에 들뜬다.
그러나 서준의 아내 미연은 서준의 친구 변호사에게서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일어나 서준이 입건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미연은 변호사의 말대로 합의금으로 7천만원을 입금하지만 그것이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녀는 보이스피싱범에게 울면서 애원하다 차에 치여 입원한다.
그후, 서준이 일하던 공사 현장의 현장소장이 자살한다. 그가 보험 회사를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개인정보를 넘겼고, 보이스피싱 조직이 이 개인정보를 이용해 서준을 비롯한 건설현장 인부들에게 작업을 건 것. 피해자만 50명이 넘어가고 피해액만 30억에 이르는 사건이지만, 중국에 총책이 있어 잡기 힘들다는 이유로 경찰 수사가 좀처럼 진척되지 않는다.
이에 서준은 자신이 직접 보이스피싱 조직에 침투할 것을 결심하는데…

이건 영화인가 교육자료인가
조선족이 어눌한 말투로 허접한 사기를 치는 것은 이미 옛말이 된지 오래. 보이스피싱 조직은 크고 철저하고 더욱 악랄하게 진화해왔다.
<보이스>의 가장 큰 의의는 조직적인 보이스피싱 수법을 사실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으로, 그냥 영화를 통째로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 자료로 보여줘도 되는 수준. 영화에 등장하는 보이스피싱 기법이나 조직의 운영 방식은 실화에 기반한 것으로, 상당한 충격을 선사한다.
….그런데.
영화는 의의만 있으면 안되는데. 재미가 있어야지?
하지만 재미 면에서는 좀 뭐랄까… 애매하다. 뭐, 없는 건 아닌데. 보이스피싱 업계의 악랄한 수법과 작업장 풍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느라 주인공의 서사는 뒷전.
일단 ‘정의감 넘치는 전직 형사’라는 설정부터가 뻔한데, 한서준이 직접 보이스피싱 조직에 뛰어들게 만들기 위한 빌드업도 한심하기 그지없다.
서준이 콜센터에서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얘기가 좀 흥미롭긴 하지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도 계속 패턴이 똑같고 상당히 작위적. 결정적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을 잡는 과정 자체가 별로 재미가 없다. 조직이 크고 철저한 만큼 그걸 무너뜨리기 위한 반격도 무게감이 있어야 하는데, 수사라곤 그냥 한서준이 팔로미를 시전하며 단서를 남긴 걸 따라가는 게 전부.
머리에 형광 브릿지 넣은 MZ 해커가 챱챱 재주를 부리는 것만으로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아무리 전직 에이스라 한들 경찰이 무조건 나믿한믿 수준으로 주인공 한 명에게 의존하는 장면은 헛웃음이 날 정도.
영화적으로 그럴 듯해 보이기 위해서 만든 장면들이 몇 보이는데, 너무 뻔하고 별로 효율도 좋지 않다. 특히 아내가 차에 치이는 장면은 안타깝다기보단 약간 어이가 없다. 굳이.. 굳이 횡단보도 한가운데 서서 전화를 받으며 울어야 했을까?
소름끼치게도 영화에서 제일 재미있는 부분은 곽 프로가 판을 짜고 보이스피싱 작업 들어가는 장면임…..

미지근한 결백
흥미로운 소재와 그럭저럭 평타치는 구성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내내 어중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범죄 영화 주제에 너무 몸을 사려서 그렇다.
영화는 피해자들이 나름대로 확인을 해보려고 하지만 조직이 그것까지 예상하고 이용하는 모습으로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강조하고, 경찰이 조직을 잡아들이는 게 어려운 이유 등을 꾸준하게 어필한다. 그래, 착하다. 아주 교훈적이고 예의가 바르다.
착한 건 장점이다. 하지만 착해서 할 일을 안 하면 안되지….
영화가 교훈을 주기 위해서만 노력하고, 서사에 집중하지 않다보니 정말 사기 예방 교육 비디오같은 느낌이 되어 모든 캐릭터와 서사가 정말로 재미가 없다.
억울한 피해자들을 대변하는 정의감 넘치는 주인공, 뒷세계 해킹에 빠삭하지만 착한 해커,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는 경찰… 심지어 주인공의 결백성을 위해 영화가 너무 몸을 사리다 보니, 범죄 조직의 핵심에까지 들어가면서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음… 때린 놈 하나 빼고.
곽 프로의 존재감만 미쳐 날뛰는데, 이것도 딱히 서사적으로 뭔가 쌓았기 때문이라기보단 디테일에서 그나마 다층적인 면이 돋보이기 때문. (+연기력)
반면 보이스피싱 조직의 핵심인 천 본부장이나 다른 인물들은 전혀 중요하지도 않고 황사장은 그냥 ㅈ밥….
눈에 보이는 캐릭터의 얄팍함이 몰입을 방해하고, 엔딩을 위한 준비 과정이며 전개도 너무 호로록이라 카타르시스라곤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모르는 전화 받지 마시고 돈 얘기 나오면 끊으세요.”라는 게 영화의 끝이자 전부입니다.
결국 예의를 지키고 교훈을 주기 위한 요령없는 노력이 영화 전체를 미지근하게 만들고 말았다.

없는 것도 있어보이게 하기
그래도 이렇게 어중간하고 뻔한 상업 영화이기 때문에 극을 이끌어나가는 배우의 연기력이 더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주인공 한서준의 캐릭터는 굉장히 얄팍한데다 레파토리마저 뻔해서 그다지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변요한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는 믿을 만하다. 의외로 액션 파트가 꽤 많은데, ‘그래도 범죄 영화에 이런 액션은 있어야지’라는 의도가 드러나는 게 좀 뻔하긴 하지만 배우가 잘 소화해서 나름의 볼거리다.
눈이 너무 순해서 “죽일 거야.”라고 말해도 그다지 무섭진 않지만. 눈을 봐라. 그럴 사람이 아니다.

한편 곽 프로 역의 김무열은 올백머리에 안경, 터틀넥이라는 희안한 착장과 독특한 말투를 가지고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사람을 가지고 노는 지능형 빌런이라는 설정부터 좀 어렵고, 잘못하면 유치하게 튈 법한 장면도 적지 않은데 이걸 너무 완벽하게 살려내버림.
그리고… 목소리. 특히 직접 보이스피싱 걸 때의 목소리가 ㄹㅇ인데, 서준 앞에서 장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능욕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진짜 악마 그 자체.
그렇다… 괜히 쓰릴 미 레전드가 아닌 것이다…

영화보단 교보재로
종합하자면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 자료치고는 상당히 재미있지만 그 재미의 수준은 트렌디한 소재를 가진 영화에 기대한 것에 비하면 좀 모자라다. 인형놀이마냥 얄팍한 캐릭터와 뻔하고 작위적인 전개는 전혀 몰입을 끌어내지 못하는데, 그나마 지옥도같은 보이스피싱 콜센터의 풍경과 주연배우들의 인상적인 연기가 몇몇 볼만한 장면을 만든다.
영화는 영화로서 즐겨야 하는데, 굳이굳이 교훈 주려고 몸 사리는 바람에 이도저도 다 애매해진 느낌.
뭐 교훈만큼은 확실하다.
모르는 전화는 받지 말고, 돈 얘기 나오면 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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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솔직한 평 잘 봤습니다 😂😂 정말 재미가 없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