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 마이 데드 바디 (Marry My Dead Body, 關於我和鬼變成家人的那件事)
- 감독: 청웨이하오
- 국적: 대만🇹🇼
- 장르: 코미디, 판타지
- 출연: 쉬광한, 린바이홍
- 개봉: 2023년 2월 10일
세련되거나 까리한 영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요즘 시대가 아니면 만들어질 수 없는 영화이기는 하다. 우리와 비슷한듯 낯선 대만의 면면을 볼 수 있는데, 결국 기저에 깔린 것은 뜻밖에 너무나 익숙하게 스며드는 동아시아의 정서다.
웃음 코드가 상당히 안 맞아서 거의 웃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쉬광한(허광한)의 하드캐리를 보는 건 꽤 재미있었다.
종합평 : ★★☆

메리 마이 데드 바디 줄거리
우밍한(쉬광한)은 정의감 넘치는 형사지만, 수사 도중 동성애자를 때려눕히는 과격한 행동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사고뭉치다. 그는 파트너인 린쯔칭(왕징)과 함께 마약 사범을 쫓다가 우연히 붉은 봉투를 줍는다. 이는 죽은 손자를 아끼는 할머니가 손자 마오방위(린바이홍)를 위해 마련한 영혼결혼식 봉투였다.
밍한은 봉투를 줍고도 영혼결혼식을 하지 않으면 평생 재수가 없을 거라는 말에도 이를 무시한다. 그러나 정말 재수없는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 밍한은 사고를 당하고 파출소로 좌천되기까지 한다. 결국 그는 억지로 영혼결혼식을 하게 되고 죽은 방위의 영혼을 만난다.
방위는 자신을 게이라고 무시하는 밍한을 영혼의 힘으로 골탕먹이고, 밍한은 그를 빨리 환생시키기 위해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그러던 중 이전에 쫓던 마약 조직의 거물과 방위를 죽인 뺑소니범이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되는데…
* 한국이나 일본 등에서도 옛날에 가끔 결혼을 못하고 죽은 젊은이를 위해 영혼을 혼인시키는 풍습이 있었는데, 중국이나 대만에서는 고인의 머리카락과 사주를 적은 종이 등을 넣은 빨간 봉투를 길가에 두고, 그것을 줍는 사람과 영혼결혼식을 올려야 한다는 미신이 있다.
그래서 대만 등지에선 길가에 놓인 빨간 봉투를 함부로 주우면 안된다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음…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 보면 충공깽일듯…

익숙한 듯 낯선 코미디
유령 성불과 계약 결혼이라는 소재, 초반에 가볍고 과장된 개그로 시작해서 후반에 눈물 쫙쫙 빼는 게 2000년대 한국 코미디 영화를 연상하게 한다.
그래서 서양쪽에선 좀 신선하다고 느끼는 평이 많던데 난 전혀 그렇지 않았고, 오히려 약간의 촌스러움만 느낌… 직관적인 개그가 취향에 맞는 사람이라면 즐거울지도.
하지만 트렌디한 소재를 전통적인 코미디 양식으로 풀어낸 건 인정할 만한 부분. 할머니가 게이인 손자의 영혼결혼식을 추진한다는 설정부터 꽤 웃기고 어이가 없는데, 영화 내내 전통과 현대성이 충돌하는 게 아니라 아예 합쳐지면서 기묘하게 힙하다.
개그의 주요 포인트가 근육질 남성의 여성스러운 포즈 등 다분한 스테레오타입과 배우의 노출에서 나온다는 것은 조금 아쉽지만, 이는 대중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타협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오히려 동성애를 다룬 작품 중에 이렇게 가볍게 날리는 코미디는 별로 없으니까.
영화는 동성 결혼에 대한 논의를 깊고 진지하게 다루면서 관객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단지 소재를 아주 가볍게 소개하는 것이 목적. 이를 위해 어떤 세련됨이나 정교함은 많이 포기했지만, 영화가 무해한 포지션을 자처하며 주류 관객(동성애에 익숙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느껴진다.

요즘 시대
대만은 2019년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국가다. 그렇다고 동성애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단번에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영화에서는 “요즘 시대에 동성애자라고 사람을 때리면 어떡하냐” “요즘 시대에 여자라고 꽃이나 달고 병풍이나 서냐”같은 말이 자주 나오는데, 이와 함께 여전히 차별이 존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대가 변했지만 그만큼 변하지는 않은 사회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의 전개가 좀 식상하긴 해도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방위의 아버지가 아들을 대하는 태도나, 경찰서에서 유일한 여성인 쯔칭이 당하는 일들, 밍한의 편견 가득한 발언은 아주 익숙하다. 왜냐하면 우리도 잘 알고 있는 풍경들이니까. 대만과 한국은 고작 비행기로 2시간 거리다.

이 영화의 큰 포인트는, 밍한이나 방위의 가족들이 퀴어를 받아들이게 되는 계기가 무슨 교육이나 계몽 덕분이 아니라 어떤 가족적 힘이고 인간 본연의 감정이라는 것.
방위의 할머니는 착하고 귀여운 손자가 결혼하는 것을 애타게 바란다. 상대가 남자인 게 문제야? 우리 애 장가를 보내야 한다니까? 친척들과 무당 역시 ‘죽은 사람하고도 결혼도 하는데 남자랑 못할 건 뭐냐’며 차별보다 전통적인 믿음과 가족을 아끼는 마음을 우선시한다.
마치 이 ‘열린 교회 닫힘‘같은 기묘한 상황에서, 영화는 전통적인 가치가 현대성과 무조건 대립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밍한은 동성애자를 일단 덮어놓고 싫어했지만 방위라는 인물을 개인적으로 알아가면서 그가 게이든 말든 상관없이 챙겨주게 된다.
다만 이 교류가 깊은 수준으로 발전하진 못하고, 영화가 전체적으로 너무 가벼워서 좋은 논의가 될 수 있는 지점들을 그리 깊게 파고들지 않고 후루룩 지나간다는 게 두고두고 아쉬움..

니가 상견니의 그 허광한이냐
(*외래어 표기법상 쉬광한이 맞으므로 아래부터는 쉬광한으로 표기)
<상견니>는 보지 않았고 배우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이 영화 보면서 상당히 인상적인 배우라 찾아봤는데 바로 그 대히트 라이징 배우라 납득함…
이 영화 자체가 쉬광한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수준은 아닌데, 그가 아니었다면 충분히 매력을 살리기도 어려웠을 것 같긴 하다.
주인공인 우밍한은 편견으로 가득한 근육질의 마초 형사지만 미워할 수 없는 성격의 소유자로, 쉬광한이 이를 꽤 열심히 살린다. 우스꽝스러운 표정이나 알몸으로 개그신을 소화하는 등 그야말로 몸을 날려서 영화 하나 만든 수준.
한편 개그에 임하는 적극적인 자세와 달리 마스크가 섬세해서, 정색할 때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는 것도 인상적. 특히 방위가 살살 긁어서 개그스럽게 화낼 때랑 진짜로 빡쳤을 때의 갭이 좋았음… 그리고 일부러 촌스러운 스타일링을 해서 그렇지 병원에서 얼굴 피멍 들고 붕대감고 앉아있을 때 진짜 ㄹㅇ 겁나 잘생겨서 어우 깜짝이야……. 너무 놀람…

아쉬운 점은 영화에서 캐릭터들이 케미를 발휘하기엔 밸런스가 별로라는 점.
밍한과 방위가 투닥대는 게 꽤 귀엽고 훈훈하긴 하지만, 사실 둘 사이에 의미 있는 감정적 교류는 얼마 안된다. 방위가 멋대로 부려먹거나 치대는 걸 밍한이 참아주는 패턴이 계속 이어질 뿐이라 비주얼이나 케미치고는 별 내용이 없는 편. (연애 감정이 아니라 순전히 인간 대 인간으로서)
그나마 방위는 밍한을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고 약간 설레는 것도 보이는데 그게 딱히 좋은 행동으로 이어지질 않는다. 대충 영화가 배우의 귀여움으로 승부를 보려는 느낌이 좀 있음….
밍한이 방위의 가족들과 가까워지는 것 역시 얼렁뚱땅 아시아적 가족 감성으로 대충 넘어감…

종합평 : ★★☆
<메리 마이 데드 바디>는 세련되었다거나 까리한 영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요즘 시대가 아니면 만들어질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낯설면서도 뭔가 친숙한 대만의 가족을 보는 것도 꽤 재미있었고, 유망한 배우를 만난 것도 좋은 기억.
다만 영화의 무게감은 너무 가벼워서, 짜임새있는 사건 수사나 깊은 감정적 교류는 볼 수 없다. 집안 문제는 그냥 동아시아적 가족애로 해결하고.
퀴어에 대한 논의는 그리 깊지 않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지 않을까. 동성 결혼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다소 비판적인 사람이라도 보고 웃기겠다는 야망이 있달까.
….아직도 조금은 갈 길이 먼, 이런 시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