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TV

스위트홈 시즌1(2020) 리뷰 : 세상 과한 마라맛

스위트홈 시즌1 포스터


스위트홈 시즌1 줄거리

스위트홈 줄거리

서울의 오피스텔 ‘그린홈’에 이사 온 차현수(송강). 밖에 나가지 않고 홀로 게임에만 몰두하던 그는 갑자기 옆집 여성이 기괴한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목격한다.

인터넷에 코피를 흘리며 공격적으로 변하는 사람들에 대한 뉴스가 퍼지고, 그린홈 주민들은 건물의 출입구가 완전히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당황한다. 은혁(이도현)은 동생인 은유(고민시)를 포함해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그린홈을 지휘하게 되고, 방송을 통해 건물 안에 남아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1층으로 내려와 힘을 모으자고 한다.

현수는 대량의 코피를 흘리며 괴물화의 조짐을 보이지만, 아래층에 사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서는데…

스위트홈 시즌1 리뷰

과함x과함x과함

봐봐.
이 드라마는 시작한 순간부터 과해.

그린홈의 외견은 일단 실존했던 아파트지만, 완전히 마개조되어 무슨 구룡성채에 가깝다. 여기에 하늘은 노랗고 빨갛고 난리 부르스에, 무덤으로 눈이 내리거나 과다출혈로 죽고도 남을 코피를 잔뜩 쏟고, 화면에서 녹슨 쇠냄새와 썩은내가 진동을 하고 있다.

현실성을 구현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다.

저게 어딜 봐서 대한민국의 오피스텔인지, 독실하고 성실한 국어 교사가 왜 장검 마스터인지 등등 깊게 생각하면 안된다. (검도를 수련했다는 설정이 있지만 작중에선 언급이 되질 않아 위키의 캐릭터 소개로 알게 됨)

대사 쪽에서도 다소 부자연스러운 문장과 실생활 구어체가 아닌, 그야말로 만화같은 대사들로 가득하다. (ex. “다시는 네 심장이 나대지 못하게 해주지”)

원작이 웹툰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실사화할 때도 ‘드라마처럼’ 보이기보단 ‘만화 감성’을 살리는 쪽에 초점을 두었다.

근데 진짜 이 모든 게 맛탱이 나가 있어서 오히려 그게 이 드라마의 ‘맛’이 된다. 

컨셉을 잡을 거면 끝까지 말고 나가는 게 답이라는 걸 보여준달까. 어느 정도 주요 인물의 서사와 감정선이 쌓이기 시작한 후반부는 보는 사람이 익숙해져서 그럭저럭 괜찮기도 하고.

스위트홈 헬창 괴물

넷플릭스라서 가능한 장르

보면 볼수록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가 아니면 불가능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대놓고 고어한 대규모의 디스토피아 호러 크리쳐물이라니, 확실히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쓰긴 함…

이전까지 괴물이나 귀신이 등장하는 한국 드라마는 애초에 그 수도 매우 적었고, 자본의 한계상 CG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분위기로 승부보는 경향이 강했다. 또 고어나 호러의 정도도 좀 TV 기준에 맞췄고.

하지만 <스위트홈>은 괴물의 모습을 자신있게 드러내며, 매우 징그럽고 고어한 유혈 장면을 거리낌없이 펼쳐낸다.

앞서 말했듯 과한 판타지적 미감은 잘못하면 유치하고 웃겨보일 수 있는데, 이를 정교한 CG와 큰 자본적 스케일로 받쳐줘서 보는 재미로 승화된다.

기존의 드라마와 결을 달리하는, 좀 튀는 연출은 호불호가 갈릴만한 부분이긴 하지만.

영상물에 대고 ‘게임같다’는 말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드라마 전체가 정말 게임 컷씬 같다. 과장된 액션 연출도 그렇고, 가끔 나오는 1인칭 시점이나 파티를 짜고 장비를 준비해서 스테이지를 격파해 나가는 구성 등.

오르간과 락비트를 사용하는 등 약간 오버스러운 음악도 게임적인 특징이다.

특히 문제의 워리어스.

팝송이나 락을 삽입곡으로 쓰는 건 스타일리쉬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자칫 너무 붕 떠서 아마추어틱하게 보일 수 있다. D.P.는 매우 좋았고 리바운드는 그럭저럭이었는데 스위트홈은 단연 최악….

Warriors는 자체는 가슴이 웅장해지는 명곡이다. 그러나 이 곡을 드라마에 끼워넣으려고 한 건 정말 무리수.

일단 이 곡을 아는 많은 사람들은 이 노래를 LOL 결승전 노래로 기억하기 때문에(아니면 락밴드 이매진 드래곤스를 떠올리거나) 전혀 다른 드라마에서 듣게 되는 사실에 몰입을 하기 힘들다. 전주를 듣자마자 “어? 이건 롤 그거 아니냐…?”하는데 그 순간 몰입이 와장창이 된다고. 

롤이나 이매진 드래곤스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한국 드라마 보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해외 밴드 노래가 흘러나오는 게 낯설 수밖에 없다. 심지어 1화에의 상황에 비해서 음악이 좀 과하고.

그외에도 음악이 좀 극과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하고 “야!!!! 우리 지금 음악에 힘줬다!!!!!!”라고 외치는 것 같아서, 마치 게임 팬메이드 매드 무비같은 인상을 준다.

그나마 1화에 비해서 후반부는 좀 낫긴 하지만… 그래도 계속 심각한 상황에 ‘야 음악이 이게 뭐냐….’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질 않으니, 음악에 대해선 정말 과유불급이란 말이 딱.

스위트홈 시즌1 송강

크리쳐

<스위트홈>의 괴물은 전염이 아니라 ‘내면에서 발현하고 사람의 욕망에 따라 드러난다’는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약간 묘하게 오컬트 느낌도 있고.

하지만 드라마에선 그 점이 크게 강조되지 않는다.

괴물화를 겪은 선영이 그제야 현수의 고통을 안아주거나 두식이 추하게 변할까 봐 두려워하는 장면은 잠깐 나올 뿐이고, 그마저도 좀 늦다.

처음에는 맨 처음 나온 옆집 여자나 회사원(연근 괴물)의 변화는 적나라한 편이지만, 그 다음에는 그냥 기괴한 크리쳐일 뿐…

이렇다보니 괴물은 분명 인간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뭔가 중요한 설정인 거 같은데 작중에서는 이에 대해서 거의 고찰하지 않는다.

특히 현수의 내면은 뭐 좀 있어보이는 연출을 해놓았지만 현수 본인의 심리는 전혀 읽을 수가 없다. 현수가 왜 이렇게 착한지, 그가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심약한 히키코모리가 어떻게 점점 모두의 보호자가 되어가는지보다는 그냥 ‘누가 먼저 변하나’ ‘얼마나 오래 버티나’에 초점을 맞춘다.

인물의 내면적인 갈등은 거의 제대로 묘사되질 않고, 괴물에 관련해서는 굉장히 표면적인 접근만 하고 있다.

원작을 안 본 입장인데도 ‘이거 분명 원작에서 이러지 않았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

….맞지?

스위트홈 시즌1 리뷰

인간관계는 벼락치기로

주적은 괴물들이긴 하지만, 이런 아포칼립스물에서 흔히 그렇듯 인간들끼리의 갈등이 크게 부각된다. 생각보다 생존자가 많고, 각자의 스토리를 가진 주요 인물도 몇 명씩이나 되어 약간 군중물의 느낌도 난다.

그러나 문제는 다들 좀 따로 놈…….

인물 간의 유대관계를 그리는 장면이 너무 띄엄띄엄 있고, 주요인물끼리의 교류가 부각되는 장면이 몇 없다. 스토리 전개를 위한 인연을 벼락치기로 처리하기 때문에 보면서 뭐 내가 30분씩 잘못 빼먹은 줄 알았어…

예를 들어 이은유는 내내 썅년처럼 구는데 9화 동안 그렇게 개싸가지없게 굴었던 이유는 오직 마지막 단 한 장면을 위해서인 등 낭비가 심하다.

은혁이나 현수는 그린홈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희생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혼자 꾹 참는데, 그게 거의 타고난 책임감으로 그려질 뿐 별다른 묘사가 없고. 그나마 재헌은 지수, 상욱, 현수와 고르게 인맥을 맺는 편이고, 그가 지수나 상욱에게 미친 영향은 매우 분명하게 드러나 감동을 준다.

등장 인물들이 다 만화같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 아니, 원작이 웹툰이니까 애초에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설정도 좀 쎈 편이고, 이에 따라 대사나 연기도 다소 극단적이고 과장되어 있다. 

스위트홈 지수 상욱

다행히 배우들의 열연으로 이런 과장스러움이 2D미로 승화한다. 캐릭터가 비현실적이고 대사가 기묘한 만화체인데 배우들의 진지한 연기가 어찌저찌 커버를 해서 신기. 

이진욱과 김남희는 되게 말도 안되게 비일상적인 대사를 특유의 톤으로 처리하면서 ‘겉바속촉 살인청부업자’나 ‘성호를 긋고 검을 들고 싸우는 국어 교사’라는 캐릭터를 어색하지 않고 완전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림….

다만 일부 캐릭터는 여전히 심리 묘사나 활용이 좀 아쉽다. 특히 서이경은 정말 멋진 여캐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중에 알고 보니 드라마 오리지널 캐릭터라고)

그리고 주요인물들은 좀 만화적인 포인트를 넣어 그것을 개성으로 살린 데 비해, 기타 그린홈 거주민들은 그냥 떨거지. 좋게 말해 소시민적이고 현실적인 거지 나쁘게 말하면 다들 닭대가리같은 저능함을 자랑한다.

이게 인간 집단의 리얼한 민낯을 드러내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런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좀 작위적으로 나누는 경향이 있다.그래서 잘난 은혁이나 재헌, 현수 등이 왜 이 떨거지들을 구하기 위해서 이리도 희생해야 하는가(….)란 근본적인 질문이 솟아오른다. 

특히 후반부에 오로지 현수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억지스러운 전개는 정말 너무 나갔음…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다루려고 노력했지만, 밸런스 면에 있어서는 많이 아쉬움이 남는다.

스위트홈 시즌1

종합평 : ★★☆

처음엔 과한 화면과 음악과 대사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서(…) 적응하느라 애를 좀 먹었는데, 7화쯤 되니까 슬슬 꽤 재미있다고 느꼈다. 정작 10화는 억지 전개에 신파를 팔다가 갑자기 클리프행어로 끝났지만…

시즌1이 너무 지대로 된 클리프행어라서 시즌2를 곧바로 시작했는데, 시즌2에 대한 실망과는 별개로 시즌1만 봤을 때에도 그다지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아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과한 연출과 비현실적인 설정을 애절한 연기로 대충 때우는 미친 드라마… 정도?

이렇게 말하니 좀 평이 박한 것 같지만, 의외로 칭찬임(?). 어떤 컨셉을 극한으로 밀고가는 것에는 개인적으로 큰 점수를 주는지라, 꽤 재미있게 봤다. 단점이 매우 적나라한 만큼 장점도 분명하다.

솔직히 말해서 주제나 스토리를 찬찬히 감상하기보다는 특정 캐릭터나 장면을 움짤로 만들어 소비하는데 적합한 드라마라는 생각을 종종 했지만, 그만큼 캐릭터성이나 공간감은 꽤 인상적이었다는 이야기.

“와, 한국에서도 이런 (미친 2D미 넘치는 유혈 고어 장르물) 드라마가!”라는 포인트도 있었고, <스위트홈> 이후로 대담한 장르물들이 꽤 쏟아져 나오는 것은 확실히 유의미한 부분.

그 원조답게, 피는 더 많이 흘려도 좋으니까 다음에는 좀 더 쫀쫀하게 완성된 걸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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