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씨왕후 (파트1)
-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 전 8화 (파트1 4화)
- 장르: 역사, 액션, 스릴러
- 감독: 정세교
- 출연: 전종서, 지창욱, 김무열, 박지환, 이수혁, 정유미
- 공개: 2024년 8월 29일
고구려판 <왕좌의 게임>이 되고 싶었던 것 같은데, 훌륭한 소재와 괜찮은 세팅을 가지고도 형편없다. 과한 노출 신으로 화제를 모아보려고 발악했는데, 갑작스럽고 과하고 필요도 없는 걸 넘어서 너무 추접스럽게 찍어놔서 꼴리지도 않음…
그리고 1년 반이 지난 2026년에도 아직 파트2를 볼 마음이 안 든다.
★

목차

줄거리
한나라에 빼앗긴 고구려의 땅을 되찾기 위해 국경에서 긴 전쟁을 치르는 중인 고국천왕 고남무(지창욱). 그의 왕후인 우희(전종서)는 국상 을파소(김무열)와 함께 왕궁에서 지낸다. 그러나 왕에게 후사가 없는 틈을 타 왕후를 폐위시키려는 다른 부족들의 움직임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
마침내 고국천왕은 전쟁에 승리해 돌아오지만, 곧바로 급사하고 만다. 왕의 죽음이 알려지면 부족들이 들고 일어날 것을 우려한 우씨 가문과 을파소는 궁을 폐쇄하고, 우희는 형사취수제를 이용해 왕의 동생과 결혼하여 다시 한번 왕후 자리를 이어가기로 결심하는데….

장래희망은 왕좌의 게임
장대한 전쟁신, 어둡고 잔혹한 묘사와 치열한 정치 싸움, 여기에 신녀나 흰호랑이족 등 한 꼬집의 판타지스러운 양념까지. 전반적으로‘고구려판 <왕좌의 게임>’을 표방한 티가 난다.
우씨 왕후의 취수혼에 대한 역사 기록은 짧지만, 여러가지 상황을 덧붙여 복잡한 구도를 만들어냈다.
왕위를 노리는 태자와 3왕자,
왕후를 죽이고 자신들의 딸을 왕비로 삼고자 하는 왕비족,
아예 고구려를 차지하려고 하는 졸본의 연비,
국상 을파소도 왕가에 원한이 있다는 암시가 있는데
우희가 살아남기 위해 남은 시간은 24시간.
상당히 야망 넘치는 세팅. 그러나 능력이 부족… 24시간이라는 시간 제한이 무색하게 템포는 그리 빠르지 않고, 연출이 묘하게 세련미가 없다.
특히 공공연하게 “왕이 죽으면 그 자리 우리 거”라는 대사들이 너무 직접적이라 촌스럽게 느껴지고, 미약을 이용해 왕을 꼬시려고 하거나 시체가 타이밍 맞게 연못에서 떠오르는 상황 등도 좀 투박하다. 등장하는 세력은 많고 다양한데 화면은 어두컴컴하고 연출이 밋밋해서, 눈치가 없으면 지금 누가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건지 헷갈리기까지.
특히 우희가 3왕자를 선택하지 않고 떠나는 장면이나 을파소가 서신을 보내는 장면 등 파트1의 절정까지도 그냥 상황 나열로 평탄하게 흘러간다. 결국 세팅해놓은 상황에 비해 포스가 없어.
가장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지만.

왜 그녀들을 벗겼을까
솔직히 요즘 웬만한 노출이나 베드신 정도에 (욕은 할지라도) 크게 당황하는 사람은 없다. 19금 사극이면 어느 정도 감이 오는데다, 고구려는 성적으로 개방적이었다는 기록까지 있으니까.
그런데 <우씨왕후>의 노출은 정말로 갑작스럽고, 필요가 없으며, 구리기까지 하다.
예를 들어, 1화부터 왕의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빤스만 입은 여자들이 입에 얼음을 물고 몸을 할짝할짝하는 괴랄한 신이 등장한다. 작중 설명으로는 몸의 열을 식히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고, 고국천왕이 우희에게 거리를 두려고 일부러 더 난잡하게 보이려는 의도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이유를 아무리 붙여봤자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로 귀결된다. 무엇보다 얼굴을 가린 조연 여배우들의 알몸을 훑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명백하게 싸구려 에로영화의 의도를 담고 있다.
한 화에 한 두번씩 꼬박꼬박 이런 신이 있는데, 가신들 다 모아놓고 회의를 하는 와중에 라이브로 야동을 찍질 않나, 저잣거리에서 도망치다가 안으로 뛰어들었는데 남녀가 한창 떡을 치고 있었다든가 하는, 정말 갑작스럽고 창의적으로 구린 시츄에이션을 만들어 놓는다.
어떤 개연성을 위해서라기보단 <왕좌의 게임>처럼 대충 야만적인 시대 분위기를 내려는 장치일 뿐. 그런데 그 연출의 저열함을 보면 제작진이 드라마 찍으면서 어떻게든 조연 여배우들 벗은 몸을 좀 봐야겠다 싶었던 게 아닐까 의심스러움…
그리고 진짜 까놓고 말해서 야하다기보다 너무 추접스럽게 찍어놔서 꼴리지도 않음… 그냥 황당할 뿐.
문제는 촬영 윤리나 성적 대상화에 대한 저급한 의식 수준과 거기에서 느껴지는 불쾌함을 제쳐두고도,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신들이 명백하게 드라마의 흐름을 끊는다는 것. 우희의 급박한 행적이나 궁 안팎의 치열한 정치 수싸움이 고조되어 가는 순간…!
갑자기 할짝할짝 쿵짝쿵짝
드라마 내용에 몰입 좀 할까 싶으면 황당한 씬이 무슨 가로등 없는 국도로 튀어나오는 고라니마냥 나타난다. 결국 한화 한화 드라마 내용을 되짚어봐도 남는 건 ‘와… 노출씬 구렸지…’ 가 되어버리는 실정.

주어가 아닌 목적어가 된 주인공
(거의) 유일하게 벗지 않는 여자인 우희는, 실존인물이기는 하지만 드라마적 상상력이 크게 덧붙여진 캐릭터다. 드라마는 분명 우씨 왕후를 주인공으로 삼으면서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스스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여성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적어도 이런 식으로 암시하면서 광고함.
원래 2왕자인 고남무에게 시집가기로 한 것은 언니인 우순이었지만, 태자가 아니면 왕후가 될 수 없어 싫다는 언니를 대신해 우희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선왕이 태자가 아닌 남무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언니 대신 왕후가 되어버린 아이러니.
우희의 왕후 자리에는 가문을 위한 장기말 역할, 왕후로서의 책임감, 자신을 질투하는 언니와의 관계가 무겁게 얽혀 있으며 여기에 고남무와는 찐사인데 을파소와도 묘한 텐션이 있고, 셋 다 어렸을 때 만난 적이 있다는 서사도 있다. 그러나 이런 풍부한 설정치고 캐릭터가 밋밋하고 연기는 딱딱.
옛날부터 무예를 연습했고 지략이 국상 못지 않다는 묘사도 있지만 우희가 하는 일은 무표정으로 노려보는 게 전부다. 심지어 형사취수제 얘기를 먼저 꺼낸 것도 을파소인데 그걸 우희의 주체적인 선택으로 포장하는 건 좀….
우희의 행동은 ‘도망가기 vs. 취수혼하기’, ‘3왕자랑 결혼하기 vs. 5왕자 찾아가기’처럼 뭔가의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하나를 선택하는데 그치고, 그마저도 을파소나 무골이 돕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 심지어 무골을 우희의 호위로 붙여준 것도 을파소고, 무골이 충성을 다하는 이유는 우희를 위해서라기보단 ‘선왕의 명을 받들기 위해서’.
우희가 드라마의 주인공이지만 묘하게 중심에서 빗나가 있는 느낌. 드라마는 ‘왕후를 노리는 자들’과 ‘왕후를 지키는 자들’의 이야기고, 우희는 여기서 주어가 아니라 목적어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에서 그녀의 감정이나 심리가 세밀하게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우희는 원하지 않았지만 왕후가 되어 국정을 책임지고, 발기의 잔학한 성품을 보고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등 능력도 책임감도 있다. 그러나 거기에 어떤 행동이 받쳐주지는 않는다. “나는 고구려의 왕후다.” “내 명에 따르거라.” 식의 딱딱한 대사와 배우의 눈빛으로 퉁칠 뿐.

특히 전종서의 연기는 좀 실망…. 특유의 날카로운 눈빛과 강단있는 무표정은 매우 독특하고 강인한 인상이라, 처음엔 상당히 감탄했다. 비주얼이나 임팩트는 상당했으니까.
….그 표정이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모든 씬의 표정이 다 똑같아서 캐릭터에게서 감정을 읽어낼 수가 없다. 입 꾹 다물고 카메라 보고 사납게 노려보는 그거. 화낼 때도, 슬플 때도, 근엄할 때도, 고민할 때도, 명령할 때도, 남편을 볼 때도, 언니를 볼 때도, 국상과 장기를 둘 때도.
심지어 고국천왕과는 찐으로 사랑하는 사이인데도, 감정 표현이 (무표정)-(무표정)-(활짝 미소)-(무표정)-(무표정)이다 보니 손을 잡는 등 세세한 장면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편 고국천왕 고남무를 맡은 지창욱은 북부대공(찐) 역을 제대로 소화한다. 저번에도 느낀 건데, 지창욱은 뭐랄까… 이목구비 자체는 별로 무섭지 않은데 거기서 굉장히 날선 포스가 나오는 게 매력적인 듯.
여기에 우희를 사랑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녀와 거리를 둬야 하는 복잡한 감정과 애틋한 눈빛으로 작중 필요한 케미를 채워준다.

을파소를 맡은 김무열은 특유의 섬세한 뉘앙스를 살리는 연기가 볼거리. 그리고 배역마다 목소리 바꾸는 거 진짜 신기함…
을파소는 비중은 크지만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이 없는데, 그런 만큼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이 많다. ‘우희에게 사심이 있는듯 없는듯 있는 것 같지만, 그의 행보를 완벽하게 믿을 수 없는 묘한 쎄함’… 같은.

그 외에, 우희의 가장 든든한 아군이 되어준 무골 장군 역의 박지환은 장이수를 못 알아볼 정도로 진중하고 멋지다. 실제로 초반에 못 알아본 사람1…

이수혁이 맡은 3왕자 고발기는 치명적인 싸패. 인물의 매력 자체는 그럭저럭인데 독특한 발성과 해석으로 캐릭터를 자기 것으로 만든 느낌. 시대 배경이 조금 낯설고 액션 스릴러적인 경향이 강하다보니 (정통 사극보다) 캐릭터들의 자유도가 높은데 그런 장점을 잘 활용했다.
다만 지창욱이나 이수혁이나 별 그지같은 장면들 때문에 캐릭터 이미지에 다소 손해본 느낌이 없지 않음….

좌표만 남은 파트1
정통 사극이 씨가 말라가고 있는 요즘 <우씨왕후>는 대규모 전쟁씬이나 고증에 꽤 신경을 쓴 것도 보이고, 꽤 독특하고 신선한 포텐셜을 가졌던 사극이다.
그러나 파격적인 베드씬 따위로 화제를 모아보려는 20년쯤 된 촌스러운 술수와 <왕좌의 게임>에서 잔인함과 야함만 베껴온 피상적인 흉내, 캐릭터성의 설득을 배우의 연기에 몰아넣는 안일함 등이 작품이 원래 가졌던 포텐셜을 다 깎아버린다. 주인공이 주체적인 중심이 되지 못한 점도 크게 아쉽다. 전종서의 딱딱한 연기 때문에 감정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정치적 암투도 충분히 세련되게 표현되지 못했다.
그래도 솔직히 과도하고 비상식적인 노출만 좀 자제했으면 그럭저럭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만한 작품이라고 할 만했겠지. 하지만 결국 이런 씬을 노리고 찍고 집어넣은 것도 제작진의 선택인만큼 아쉽다기보다는 짜증이 날뿐.
굳이굳이 파트1과 파트2를 분리했는데, 아직도 파트2는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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