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Film

최종병기 활(2011) 리뷰: 화살보다 날카로운 눈빛

최종병기 활 포스터

최종병기 활

  • 감독: 김한민
  • 출연: 박해일, 문채원, 류승용, 김무열 외
  • 장르: 액션, 역사
  • 개봉: 2011년 8월 10일

15년이 넘은 옛날 영화지만 보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무엇보다 ‘활’이라는 무기를 한국 대중 영화계에 각인시켰다는 역할이 크다.

촌스럽고 약간 상도덕이 없다는 단점도 있지만, 그 단점들마저도 대중성에 기여했다.

결국은 노리던 과녁을 맞추고야 만 영화.

종합평 : ★★☆

최종병기 활 박해일

최종병기 활 줄거리

인조반정 때 역적으로 몰린 사대부 집안의 자식인 남이(박해일)는 여동생 자인(문채원)과 함께 살아남아 아버지의 친우인 김무선에게 거두어진다. 

뛰어난 활솜씨를 지녔지만 역적의 자식이라는 자격지심 때문에 사냥이나 하면서 세월을 보내는 남이. 김무선의 아들인 서군(김무열)이 여동을 사랑하여 혼인하고 싶다 할 때도 역적의 자식과 혼인해서 무엇하냐며 다투기도 한다.

자인과 서군의 혼례날, 남이는 씁쓸한 마음으로 참석하지 않고 산으로 사냥을 나갔다가 청나라 군대가 쳐들어오는 것을 목격한다. 남이는 서둘러 마을로 돌아오지만, 김무선은 살해당하고 자인과 서군은 포로로 끌려간 상태.

그는 동생과 매제를 구하기 위해 청나라 군대를 뒤쫓고, 청나라 특수부대인 니루를 이끄는 쥬신타(류승룡)와 마주치게 되는데….

최종병기 활 스틸

고질병: 이제부터 명대사 드갑니다

이제 13년된 영화라 장면장면에서 좀 옛날 티가 나긴 해도, 단순하면서도 강한 플롯과 괜찮은 캐릭터들이 적절하게 몰입을 유도한다. 왕은 항복하고 나라는 전혀 도와주지 않지만, 스스로 살길을 찾고 서로를 구하는 백성들의 생명력을 조명하는 주제도 나름 괜찮다.

그러나 중간중간 편의주의적 전개나 명대사를 말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판을 깔아놓는 경향이 있어 촌스럽고 지리한 부분이 적지 않다. 바로 목숨을 끊을 수 있었음에도 굳이 그만둬서 후환을 남기는 의문의 스포츠맨십이 대표적.

아무리 백성들의 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라지만 도련님과 아씨와 사냥꾼들이 죄다 인간 흉기급이라는 것도 그냥 깊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가야 할 부분.

게다가 상황으로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것을 꼭. 꼭. 꼭 직접적인 대사로 쑤셔넣는 건 개인적으로 정말 싫어하는데, 투박한 대사를 진짜 매번 목구멍에까지 꽉꽉 채운다.

그리고 어김없는 신파와 뻔한 내레이션도 못마땅하긴 했지만, 이건 뭐…… 10년도 넘었고, 한국 블록버스터 종특이기도 하고, 어쩌겠어….

최종병기 활 박해일 연기 리뷰

화살보다 날카로운 눈빛

대사가 굉장히 일차원적이라 대사 톤이 약간이라도 튀었어도 진짜 못봐줬을 텐데 배우들이 이걸 살린다. 특히 박해일은 눈빛만으로도 굽이굽이 흐르는 압록강만한 깊이를 만들어줌…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신은 혼례날 가마를 타고 떠나는 여동생을 말없이 지켜보는 장면.

사랑하는 여동생과 친구의 혼인에 축하는커녕 그 둘에게 막말을 해대는 게 걍 찌질한 오라버니 같았지만, 신분으로 인한 자격지심과 그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혈육을 떠나보내는 미묘한 외로움과 섭섭함 등이 전부 느껴진다.

한편 활을 든 그는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데, 매우 냉정하고 날카로운 사냥꾼의 모습. 작전을 짜고 지시를 내리는 것도 능숙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에게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같이 남아서 죽겠다는 동생의 뺨을 후려치면서 “난 반드시 살아돌아간다.”라고 말할 때, 그건 허세도 희망도 아니고 반드시 이루어질 팩트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관도 아닌 일반인이 적국 황자가 있는 막사에 쳐들어가고 특수부대원들을 다 죽인다는 게 비현실의 극치지만, 일단 박해일이 보통 사람처럼 보이지 않아서(….) 설득력이 있다.

활을 겨누고 앞을 쏘아보는 눈빛. 그것만으로도.

최종병기 활 김무열

김무열은 약간 맹한 도련님이면서도 진지하고 헌신적인 서군 역을 잘 살렸고, 문채원 역시 강단있는 자인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서군이 인간 사냥에 분노해 갑자기 각성하는 것이 다소 뜬금없게 느껴지긴 하는데 초반부에 나름대로 그의 무력과 약간 욱하는 기질에 대해서까지 암시를 걸어뒀다. 뼈대있는 집안에서 올곧게 잘 컸다는 인상은 순전히 배우의 덕이었고.

자인의 당당하게 살고 죽고자 하는 성격, 대놓고 살갑진 않지만 절절한 남매의 우애도 굉장히 설득력 있다.

쥬신타 역시 류승룡의 타고난 눈빛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포스 있지는 않았을 듯.

사실 자길 왜 안 죽였냐, 소중한 사람을 눈앞에서 잃어봐라 하는 쥬신타의 대사도 좀 뻔할 뻔자긴 하다. 사실 쥬신타와 남이 사이에 제대로 대사 티키타카가 안된 부분도 크고. 쥬신타가 자기 사람을 아끼는 인품이나 남이를 추적하며 악에 받치는 과정은 대사가 아니라 오히려 대사가 아닌 부분, 류승룡의 연기로 납득하게 된다.

그 외에 적절한 타이밍에 치고 빠져주는 주변 인물들도 메인 서사에 대한 집중력을 유지한다.

배우가 좋은 캐릭터를 만나는 경우가 있고, 캐릭터가 배우를 잘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최종병기 활>에서는 거의 모든 캐릭터가 전부 과분할 정도의 배우를 만났다.

최종병기 활 류승용 청나라 쥬신타 연기

액션: 흔들지 않아도 괜찮은데

활은 다소 정적인 무기라 그동안 액션물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인공이 쓰기보다는 서브 캐릭터용 무기라는 인상. 그러나 제목부터 ‘최종병기 활’인 이 영화는 활의 매력과 위력을 담아내며 활이 주인공의 무기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활은 원거리 무기라는 특성상 미리 계산을 하고 실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어찌보면 이 ‘액션이 없는 빈 시간’을 오히려 팽팽하게 조여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남이가 매복을 하고 니루들을 저격하는 후반부는 정말 활을 사용한 최고의 아웃풋 중 하나.

하지만 전반적인 액션신은 카메라가 정신 사나워서 짜증…

앞서 언급했듯이 활이 무기이고, 장르 자체가 추격전이다 보니 합을 맞춰서 싸우는 장면보다는 달리는 장면이 많은데, 액션 신에서 카메라를 일부러 마구 흔들면서 박진감을 주려고 한다. 문제는 이게 너무 과해서 나중엔 속이 안 좋아지기 시작.. 게다가 도망치는 인물의 정면 얼굴을 흔들면서 찍는 등 몰입도가 높아지긴커녕 ‘카메라맨이 뛰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어설픈 구도 때문에 더 깬다.

아포칼립토 표절 논란

<아포칼립토>와 전체적인 전개와 주요 장면이 비슷해 표절 논란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물론 배경과 인물의 차이도 크고, 줄거리도 똑같진 않다.

평화롭게 지내던 마을에 외적이 쳐들어와 포로로 붙잡히고, 숲에서 적들의 추격을 뿌리친다는 스토리는 누구나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적들의 인간 사냥, 사냥용 함정으로 적을 유인해 해치우는 장면까지도 클리셰라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클리셰라도 겹치는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고, 쳐들어온 적들이 포로의 목에 올가미를 걸어 끌고 다니거나, 낯선 외국어가 나온다든가, 주인공이 후반부에 매복을 해서 적을 처치하는 무기가 임시방편으로 만든 것이라거나 하는 세세한 장면까지 겹치면 좀 찜찜…

다른 작품을 소화하고 재해석하는 건 창작의 기본이기는 합니다만, 이건참고문헌을 생략한 마이너 카피. 요새 개봉했다면 좀 부끄러웠을 것 같다.

…..10년이 넘은 영화고, 이제와서 뭐라고 해봤자 어쩔 수도 없는 부분이지만.

최종병기 활 주인공

종합해보면 흥행할 만 했고, 좋은 배우들의 대표작 중 하나이기도 하다. 촌스럽고 약간 상도덕이 없다는 단점도 있지만 그 단점들마저도 대중성에 기여했다.

결국은 노리던 과녁을 맞추고야 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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