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오브 더 데드
서늘한 알프스 풍경과 흥미로운 기본 설정에도 불구하고, 어설프기 짝이 없는 디테일과 극강의 비호감 주인공의 행보에 도저히 집중이 안된다.
★☆

목차
우먼 오브 더 데드 줄거리
알프스 산맥 아래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장의사로 일하는 블룸. 직업과 차가운 성격으로 인해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경찰관인 남편, 시아버지, 딸과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러나 여느 때와 같은 평화로운 아침, 출근하던 남편 마르크가 그녀의 눈 앞에서 뺑소니 차량에 치여 죽는다.
경찰의 수사는 미적지근하고, 남편의 수상한 마지막 행적을 발견한 블룸은 혼자 조사에 나선다. 그리고 마르크가 구해준 소녀 ‘둔야’를 만나 마르크의 사망이 사고가 아니라 살인이라고 확신하게 되는데…..
알프스의 스릴러
작은 마을의 비밀, 배우자(가족)를 죽인 범인에게 복수한다는 스토리 자체는 스릴러에서 아주 흔하다. 하지만 그게 어떤 나라의 작품이냐에 따라서 작품의 전반적인 맛이 달라진다. ‘고기를 빵가루에 튀기는 음식’은 뻔하지만, 돈까스와 돈카츠와 슈니첼이 다른 것처럼.

<우먼 오브 더 데드>는 오스트리아 드라마고, 메이드 인 서유럽이라는 특징은 그 자체로 작품에 알싸하고 오묘한 향을 더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드라마 문법이나 캐릭터들의 감정선 등이 굉장히 달라진다.
이를테면, 보통 이런 류의 스토리에는 주인공을 보조하는 탐정(혹은 형사) 역이 끼기 마련인데, 블룸은 범인 추적과 처단을 그냥 혼자 한다. 그리고 진짜 노빠꾸.…
하지만 유능하게 다 쓸어버리는 시원스러운 복수물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아 ㅆ… 이…이게 되나?’ 싶은 게 특징.
유럽발 스릴러물의 주된 특징 중 하나는… 뭐라고 할까….전반적으로 사람들이 모럴이 없고 급발진한다는 거. 하지만 이 드라마에 대한 찝찝한 감정을 단순히 문화 차이라고 해버리는 건 너무 불공평한 일이다.
<우먼 오브 더 데드>의 주인공인 블룸은 그야말로 쏘나타급 문제 인간이니까.

이 여자, 취조실에서는 어떨까
블룸의 기본 설정은 상당히 독특하고 심지어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녀는 직업상 죽음에 무덤덤하고, 염을 하면서 시체와 대화를 나누(는 환상을 보)는 버릇이 있다. 워낙 차갑고 폐쇄적인 성격이라 남편이 죽어서도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서 오해를 사지만, 사실은 남편을 정말 마음깊이 사랑하고 그의 복수를 다짐한다.
그러나 여기까지일뿐 이후 블룸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다.
블룸의 감정 묘사는 매우 부족하고, 그녀가 회상하는 마르크의 모습은 얄팍하기 짝이 없다. 남편을 그렇게 사랑한다면서 자신을 짝사랑하는 남편 친구와 썸을 타고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딸과 전혀 교감이 없는 모습은 유교 국가의 시청자로 하여금 점차 그녀에게 거리를 두게 만든다.
주인공에게 도덕적인 결함을 주고 거리감을 유지하고 ‘평범한 인간의 이중성’을 드러내는 게 유럽 드라마의 특징이기는 하지만, 블룸은 정말 호감형도 아니고 이입을 할 수 있을 만큼 평범하지도 않다.
여기에 유럽 드라마 특유의 무심한 연출과 성긴 전개가 더해진다. 두 아이를 둔 중년 여성이 갑자기 타이트한 가죽 재킷을 빼입고 남편의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한다거나,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미인계를 쓰려고 하는 부분은 보기 민망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주인공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무조건 주인공에게 편리한 스토리 전개가 펼쳐지며 카타르시스보다는 반감을 일으킨다. 블룸이 사건의 진실과 범인의 정체를 알게 되는 것도 대부분 우연이고, 각자 영향력 깨나 있다 하는 비밀 범죄 조직 멤버들이 너무나 멍청….
사람이 의자에 묶인 채 불탄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방화일지도 모른다’는 경찰 의견이 나중에야 나오는 수준에, 악당은 그녀에게 아주 천~천~히 죽는 약을 놓고 가버리는데 블룸은 팔 한번 움직여서 바늘을 떼어내고 반격한다. 친절하게 약의 정체가 뭔지도 알려줘서 쉽게 해독한 건 덤이고.
손바닥만 한 마을에서 같이 범죄를 저지르는 동료들이 하나둘씩 실종 및 사망하는데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는 악당들의 멍청함과 휴대폰 알림음을 안 꺼놔서 들키는 장면은 거의 개그.
사실 초반부에는 일반인인 블룸이 사소한 실수 때문에 위기를 맞고 또 극복해 나가는 것이 꽤 흥미진진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악당의 방심과 우연이 반복되자 긴장감은 급속도로 떨어진다. 게다가 나중에 가면 블룸은 사고만 치고 중요한 일은 다 다른 사람들이 해주는데, 무언가 있을 듯하게 묘사되지만 버려지는 페이크가 쓸데없이 많고 정작 좀 더 자세히 설명해야 할 부분은 얼렁뚱땅 대충 넘어간다.
엔딩과 반전 (*스포일러 주의)
블룸은 원래 고아로, 장의사인 양부모에게 입양되어 일을 배웠다. 그러나 양부모는 어린 그녀에게 부검을 종용하거나 관 속에 눕게 하고 관뚜껑을 닫는 등 정서적 학대를 행했다.
성인이 된 블룸은 양부모와 요트 여행을 갔을 때 그들이 바다에서 수영하는 틈을 타 요트의 사다리를 치워버리고 익사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때 도와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그녀를 발견하고 도와준 것이 바로 지나가던 미래의 남편 마르크. 마르크는 블룸이 부모를 살해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눈 감아주었고 결국 둘은 결혼한다.
그리고 현재. 블룸은 마르크가 몰래 숨겨두고 있던 소녀 둔야를 통해 남편이 동물 가면을 쓰고 어린 여성들을 고문 및 살해하는 비밀 범죄 집단을 파헤치려다가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비밀 범죄 집단의 배후에는 마을을 좌지우지하는 기업가 가문이 있다는 것도.
블룸은 결국 동물 가면들과 ‘집행자’까지 모두 죽이는 데 성공하고, 직업상의 이점을 이용해 시체까지 깨끗하게 처리해 버린다. 그리고 가족들+레차와 모여 앉아 하하호호 결말.
엔딩이 진짜 어이가 없음….
“사람을 이렇게 막 죽이고 다니면 안 돼요.”라는 레차의 한마디가 이 드라마의 핵심을 꿰뚫는 말.
일반인 여자가 손바닥 만한 마을에서 사람을 마구 죽이고 다니는데, 사랑하는 남편을 잃어서 한이 맺힌 마음이 이해가 가거나 시원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어이가 없다. 심지어 정보를 얻으려고 신부를 붙잡았으면서 홧김에 산채로 불을 질러버리는 데에선 정말 말잇못…
(나중에 그놈이 진짜 나쁜 놈이 맞다는 게 밝혀지긴 했지만, 죽일 당시에는 확증이 없는 상태였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죽을 만했다”는 한마디로 퉁친다.
아니, 동물 가면들이 다 죽을 만한 놈들인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찾아가 증거도 없이 일단 쳐죽이고 직업상의 이점을 활용해 시체를 훼손하고 유기하는 것이 정말 괜찮은 일인가?
도덕적인 기준은 제쳐두고서라도 작중에서 복수의 동기에 대한 표현은 빈약하고, 블룸은 너무나 손쉽게 선을 넘는다. (유년기의 트라우마를 감당하더라도 블룸이 원래 사이코패스 끼가 있다는 것은 은은하게 암시되긴 하지만. )
그리고 무엇보다 싸패 여주인공의 행보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는 홧김에 누굴 죽이고 그 뒷수습을 하느라 헤매는 과정이 주가 되기에 블룸은 상황 자체에 끌려가기만 하고, 늘 우연이나 레차의 도움으로 얼렁뚱땅 덮고 넘어간다. 근데 치명적인 척은 다하고.
결국 ‘시원하지 않은 복수’라는 최악의 결과물이 되었다.

종합평
사실 범인 및 범인과 관련된 인물이 누군지는 초반부에 나오고, 새로 추가되는 용의자들이나 이어지는 전개도 그리 놀랍지 않다. 솔직히 스릴러 짬이 좀 있다면 1화만 보고도 대략적인 스토리를 전부 다 때려 맞출 수 있음. 그 정도로 뻔한 얘기.
그러나 주인공이 저지르는 경악스러운 노빠꾸 행동과 악당들의 멍청한 헛짓거리에 정신이 혼미해져서 계속 보게 되는데… 엔딩은 그만한 가치가 없다. 다 보고 나면 대체 드라마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음..
남편을 잃은 아내의 처절한 복수라고 보기엔 온전히 감정 이입을 하기가 어렵고, 평범해 보이는 중년 여성 장의사가 사실은 미친년이라는 반전을 강조한다고 보기엔 그만한 카타르시스는 없고 오히려 매우 찝찝하고 비호감이다.
알프스 산의 스산한 분위기와 작은 마을 특유의 문제를 조명하는 것치고는 악당들이 너무 멍청한 데다 사건 마무리도 날림.
가끔 독특한 맛이 땡길 때 유럽 작품들을 찾아보곤 하고, 그 낯선 차이점을 즐겁게 지켜볼 때도 많은데 이번엔… 그럴 가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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