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Film

명탐정 코난 극장판 26기 흑철의 어영 리뷰

명탐정 코난 극장판 26기 흑철의 어영 포스터

명탐정 코난 극장판 26기 흑철의 어영

  • 개봉: 2023년 7월 20일 (한국)

코난 극장판이 진화중입니다.

종합평 : ★★★☆

흑철의 어영 줄거리

소노코의 초대로 휴양지인 하치조지마에 놀러오게 된 모리 탐정 일행과 소년탐정단. 아이들은 고래를 구경할 생각에 들뜨지만, 코난은 경시청의 시라토리 형사와 쿠로다 관리관을 발견하고 몰래 그들의 배에 올라탄다.

코난이 도착한 곳은 바다 한 가운데에 있는 인터폴의 시설인 ‘퍼시픽 부이’.
인터폴은 이 곳에서 전세계의 보안 카메라 영상을 연결하고, 최신식 생장 인식 시스템을 발동하기 위해 테스트 중이었다.

생장 인식 시스템은 인간의 노화를 예측해 어렸을 때의 사진만으로 수십년 후 나이든 모습을 찾아낼 수 있는 시스템. 연구원들은 장기 실종자 및 범죄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큰 기대를 걸고 있었지만….

퍼시픽 부이에서 검은 조직에 의해 생장 인식 시스템의 개발자인 나오미 아르젠토가 납치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나오미가 가지고 있던 ‘미야노 시호’와 ‘하이바라 아이’의 사진 때문에 검은 조직에서는 조직의 배신자인 셰리가 어려진 모습으로 살아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고, 하이바라를 노리는데….

베르무트와 버번

미션 007 코난

원작에서도 검은 조직과 국제 수사기관들이 얽히면서 점점 첩보물스러운 분위기가 진해지고 있지만, 이번 극장판은 기존의 <명탐정 코난>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기본적인 콘티는 명탐정 코난이 아니라 그냥 웬만한 첩보 영화 수준. ‘약물을 먹고 어려졌다’는 설정을 제외하면 만화적인 느낌도 매우 적다.

국제 기밀 시설에 꼬맹이가 들락거리는 것은 작품 전제와 관련된 것이니 그냥 넘어가고.

퍼시픽 부이에 모인 경찰들

‘추리’와 ‘액션’이 아니라 거의 순수하게 서스펜스를 강조하는 것도 특징이다. 중반까지 살인 사건이나 극장판 특유의 과장된 축구공 액션 없이 서스펜스를 유지하는 것이 꽤 볼 만하다. 

사건의 템포가 빠르고, 다양한 줄기가 모여서 다음 전개에 영향을 미치 짜임새는 역대 코난 극장판 중 톱급.

물론 이 만화가 원래 추리 만화라는 점에선 추리적인 요소가 거의 없고 <명탐정 코난>보다 007이나 미임파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많다는 건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작품을 즐기기 전 검은 조직에 대한 사전 지식이 상당히 많이 필요하다는 것도 입문 장벽.

“내 이름은 쿠도 신이치~”로 시작하는 오프닝에서 설명해주긴 하지만 인물 실루엣밖에 안 나오는 등 역대급으로 대충이고 버번, 키르, 베르무트 등은 사정이 워낙 복잡해서 미리 알고 있지 않으면 힘들듯.

전반적으로 정말 ‘아동용 국민만화’에선 갈수록 멀어지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코난이 여기까지 와버렸는걸.

검은색들의 하모니

처음엔 뭐 있어보였는데 알고보니 절반 이상이 스파이에, 하는 일은 족족 실패하는 검은 조직의 위상은 나날이 추락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극장판에서 나름의 포스를 보여준다.

특히 눈 깜짝할 새에 사람을 납치해 사라지고 잠수함이라는 상당한 규모의 시설은 조직의 위험성을 잘 드러내는 부분.

검은 조직을 다루는 에피소드는 이제 상당한 사전 지식이 없으면 따라가기 힘든 정도가 되었는데, 대신 원작의 떡밥과 팬서비스를 충실하게 넣어두었다.

검은 조직 조직원들인 워커, 베르무트, 버번, 키르
이 컷에서 충실한 조직원이 워커뿐이라니….

이번엔 경찰과 모리 탐정이 완전히 떨거지가 된 대신 검은 조직의 거의 모든 구성원들이 분량을 챙겼으며, 원작의 전개에 맞춰 교묘한 떡밥도 투척한다.

특히 아카이, 후루야, 키르, 베르무트가 각각 사건의 해결에 일조하고 어느 한 명이 부족해서도 안되는 짜임새는 꽤 좋았다. 코난이 주인공 보정을 받아 혼자 다 해결하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의 인물이 고른 비중을 가지고 전체적인 그림을 짜맞추는 구성으로, 현실감을 유지하면서 스토리의 완성도도 높아졌다.

이건 할로윈의 신부 때도 장점이었는데 더욱 업그레이드된 느낌.

막판 치트키인 아카이야 뭐 말할 것도 없고, 후루야는 여전히 유능. 심지어 조직원으로서도 공안경찰로서도 양쪽 일을 다 제대로 잘함… 프로 투잡러…

코난은 이젠 양손에 각각 아카이와 아무로 전화를 받아놓고 공개 통화로 전환해 둘이 얘기하게 만드는 등 조련 실력이 대단해짐(…) 

베르무트도 아주 오랜만에 신비로움과 매력을 발휘한다. 이렇게 멋있게 나오는 거 한 10년만인 듯..

특히 이번엔 그동안 병풍 신세를 면치 못했던 키르의 활약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하이바라나 나오미처럼 연약한 피해자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대의를 위해 꾹 참고,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더욱 세게 나가 상대를 몰아붙이는 모습은 그녀 자신의 서사와 맞물려 큰 인상을 남긴다.

진과 워커

다만 그에 비해 ‘진짜로 나쁜 놈들’은 여전히 후달린다.

럼은 멀찍이 떨어져서 신비주의로 이미지라도 챙겼지 워커는 정말 충실한 바보 똘마니고 진은 그냥 팀킬하는 광견.

눈을 무섭게 치켜뜨고 “다 죽인다” 이러는 게 통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그냥 서두르라는 이유로 키르의 어깨를 쏴버리는데 이젠 무섭지도 않고 이 새낀 이제 걍 웃김…

새로 등장한 핑가는 럼의 수하이면서 진의 (일방적) 라이벌이라는 신선한 포지션을 들고 나왔는데, 그에 비하면 작중 활용은 아쉽다. 

판타지스러운 변장술이 판치는 작품 속에서 그의 변장은 상당히 치밀하고 현실적이었고, 살인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고 증거 인멸을 매우 쉽게 하는 등 ‘범인’으로서의 포스는 제법이다. 묘하게 중성적인 목소리에 여유로운 싸패 성격, 진에게 열폭하는 모습 등은 꽤 임팩트가 있었고.

하지만 작품은 그를 제대로 소개하거나 깊이 다가갈 시도조차 하지 않으며 그냥 일회성 캐릭터로 소비해 버린다.

이렇게 또 찐조직원은 하나 줄어줄고….

명탐정 코난 극장판 26기 흑철의 어영 하이바라 아이

히로인 하이바라

이번 극장판은 명실상부 하이바라 아이를 위한 극장판이다.

하이바라는 시리즈 최고의 인기 캐릭터 중 한 명이자 매력적인 서사를 지녔지만, 반대로 국민만화에서 메인 캐릭터가 되기에는 조금 어둡고 복잡한 구석이 있다.

게다가 그녀의 서사가 진척되려면 작품 자체에서도 꽤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한동안 계속 일상적인 사건에만 엮이면서 가벼운 캐릭터가 되었..는데.

이번에는 왜 하이바라가 그렇게 매력있는 소녀인지 제대로 나온다.

어두운 과거에 대한 공포, 란에게 언니의 모습을 본다든가 자신 때문에 주변이 위험해지는 것을 꺼리는 면모 등은 이미 원작에서 나온지 오래된 부분이지만, 이번에 다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감으로써 오랜 연재 동안 희미해진 그녀의 캐릭터성을 다시 한번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한편으로 조직을 두려워하면서도 예전처럼 무작정 도피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코난과 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확실하게 인식하는 점은 변화하고 성장한 그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하이바라를 봐온 팬들에게는 감동의 쓰나미…

하이바라에게 안경을 씌워주는 코난
코난이 안경을 주는 것은 ‘지켜주겠다’는 결심

또 이번엔 하이바라와 코난과의 관계 역시 포인트.

사실 코난-하이바라 커플링은 어디까지나 팬들의 망붕으로 공식적으로는 이루어질 가능성이 결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둘 사이의 유대감과 동료 케미는 매우 매력적이고,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하이바라의 짝사랑은 여기에 애달픈 색채를 더한다.

공식 매체에서 팬들의 반응을 신경써서 떡밥을 뿌리느라 퀄리티가 낮아지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이전 코난 시리즈에서도 이런 적이 꽤 많았고.

하지만 <흑철의 어영>에서는 단순히 2차 창작용 떡밥이 아닌, 캐릭터성과 매력을 살리는 장치로 활용한다.

명탐정 코난 극장판 26기 흑철의 어영 속 코난

코난은 하이바라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녀를 지키고 되찾기 위해서 노력한다. 하이바라가 납치되자 초조해져서 평소의 그답지 않은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그래도 코난의 행동은 정말 인류애적이고(….) 사심은 1도 없지만..

가끔 코난은 건방지고 느슨한 면이 있어 작품내외적으로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 이번 편에서만큼은 타인의 목숨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거는 열혈 탐정이자 소중한 동료를 위해주는 마음씨가 빛을 발한다.

반면 하이바라는 코난을 동료로 인식하지만, 거기에는 연애 감정이 섞여있다. 앞서 언급했듯 이 불균형이 바로 ‘코하’ 커플링의 중요한 요소중 하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인공호흡을 해놓고 갑작스러운 키스 운운은 꽤 당황스러웠지만 다 끝나고 곱씹어보니 그런 점마저 하이바라만의 특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난과 란은 하이바라를 전혀(….) 연애적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지만, 하이바라는 항상 이를 의식하니까.

‘(키스를) 돌려주겠다’며 일부러 정신을 잃은 척하는 깜찍하게 영악한 면까지 그녀다운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코난은 코난입니다

역대 극장판 중 최고라는 평을 다시 한번 갈아치웠지만, 물론 코난은 여전히 코난이다. 일단 전세계 CCTV 통합이라는 미친 전제나 초딩이 인터폴 기밀 시설에 가서 빨빨거리면서도 돌아다녀도 깍두기 취급받는 건 넘어가더라도.

진이 간지를 챙기기 위해 인터폴 기밀기지가 있는 해역에 굳이 헬기를 타고 내려온다든가, 나오미를 설득하는 하이바라의 대사가 좀 뜬금없는 등 편의주의적인 전개가 많다. 

나름 현실적이고 묵직한 첩보물 분위기를 표방하고 있는 가운데 전형적인 코난식 액션이 좀 깨기도 하고.

특히 잠옷을 입은 여고생이 테라스에서 뛰어내려 차 보넷을 우그러뜨리고(….) 남자 조직원을 마구 몰아붙이는 장면은 좀 부끄러움…

살인 사건의 범인은 단서를 대놓고 주기 때문에 금방 눈치챌 수 있고, 모든 증거 인멸을 응 영상 조작~으로 끝내는 성의없는 트릭도 아쉽다.

하지만 ‘코난이라서’ 생기는 단점을 ‘코난이라서’ 나올 수 있는 장점으로 커버하려고 노력한 것은 좋게 평가할 만한 점.

다양한 캐릭터들의 매력을 소소하게 살려냈다. 주요 인물들은 물론, 키르가 나오미에게 자신의 과거를 투영하는 모습이나 하이바라를 놓치고 오열하고 코난에게 자신의 발명품을 맡기는 아가사 박사, 아이들을 대신 맡겨달라는 소노코의 모습 등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작화의 수준도 좋은 편이며, 3D는 역대급으로 자연스럽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25기에 이어 이번에도 로컬라이징이 안된 건 매우매우 아쉽네…. 더빙 수준은 좋은데 또박또박 들리는 한국어로 “신이치”라든가 “주일미군”이 나오니… 강수진님 목소리엔 남도일이 딱인데.

무엇보다 이상윤, 안기준(강준영) 등 검은 조직 관련 로컬명이 무척 좋은데 다시 못듣는 게 아쉬움… 저리비켜 이상윤

원작자가 그린 흑철의 어영 포스터

종합평

‘코난 극장판 중 역대 최고’라는 말은 들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정말 재밌었다. ‘최고의 코난 극장판’이라는 말은 취향과 작품의 방향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아껴두겠지만 극초기 극장판(1~5기), 25기 <할로윈의 신부>와 함께 톱급이라는 건 확실.

어떤 느낌이었냐면, 1년에 한번 나오는 코난 극장판으로 쓰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

….뭐, 1년에 한번씩 안 보면 이젠 섭섭하지만.

매번 이 정도로만 나와준다면 뭘 더 바라겠어.

댓글 남기기

Cabinet of Wonder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