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조각들 (Pieces of Her)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 전 8화
- 감독: 민키 스피로
- 출연: 토니 콜레트, 벨라 히스코트 외
- 장르: 스릴러
- 개봉: 2022년 3월 4일
1화의 충격은 대단하지만, 그 이후로는 닉값대로 스토리고 캐릭터고 모두 조각조각나서 흩날린다.
★☆

목차
줄거리
평범한 30대 초반의 여성 앤디는 엄마 로라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식당에서 총기 난사 사건에 휘말린다. 911 전화 교환원으로 일하는 앤디의 복장이 범인의 눈에 띄는 바람에 범인은 그녀를 총으로 위협하지만, 그 순간 로라가 그의 앞을 가로막고 총기난사범을 순식간에 제압해 버린다.
그리고 로라는 순식간에 신문과 인터넷에서 ‘영웅’이 된다.
이 모든 광경을 직접 본 앤디는 큰 충격을 받지만, 로라는 무언가 숨기는 것처럼 서둘러 딸을 집에서 내쫓아버린다. 그리고 엄마에게 자신이 모르는 비밀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앤디.
그녀는 위험을 무릅쓰고 엄마의 과거를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미친 건 딱 1화뿐
1화를 보고 난 후에는 곧바로 그다음 화를 보지 않을 수 없다.
…. 아니,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총기난사범이 식당 안의 사람들을 마구 쏴 죽이는데, 갑자기 우리 엄마가 일어나서 살인마의 목을 따버렸다니까??!??!???
앤디의 평범한 일상이 완전히 뒤집어지고, 그동안 믿어왔던 주변 사람들이 모두 수상하다는 것을 깨닫는 초반부는 매우 충격적이고 몰입도가 높다. 그래서 3화까지는 후루룩 보게 되는데…
그다음부터는.. 뭐라고 할까…
그냥 별로야.
점점 더 캐릭터에 공감이 가지 않고, 긴장감이 너무 없어서 슬슬 시간이 아까워지기 시작한다.

드라마가 여러가지로 기본기가 되어 있지 않은데, 일단 시청자한테 정보를 안 준다. 이게 무슨 반전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정보를 숨기는 게 아니라, 그냥 시청자가 보면서 따라갈 수 있는 단서 자체를 주지 않는다고.
그래서 대부분의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은 매우 뜬금없다.
후반부에 앤디는 잊고 있었던 어렸을 적의 기억을 떠올리고, 로라와 앤디의 사이는 다소 복잡 미묘한 부분이 있다는 사실(마냥 사이좋은 평범한 모녀는 아니었다는 것)이 나오는데, 그 이전까지 앤디의 유년 시절이 어땠다거나 둘의 관계가 어떻다는 건 나오지 않는다.
근데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그게 엄청 중요한 것처럼 다뤄진다.
그나마 설명이 가능한 부분들도 뚝뚝 끊기는 편집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도무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드라마 전체가 뭐임?과 ‘왜 저러는 거야?‘의 반복.
하나의 스토리를 아주 조각조각 낸 다음 선풍기에 놓고 휙 날린 다음에 손에 집히는 것들만 모아서 대충 이어 붙인 느낌. 닉값하네.

전혀 알고 싶지 않은 주인공
주인공에게 상당히 정이 안 가는 것도 큰 문제다.
앤디는 정말 이해하기 힘든,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해하기가 불가능한 주인공이다. 여기에 배우의 시종일관 불안정한 우거지상은 이해할 수도 없는 캐릭터를 이해하고 싶지도 않지도 않게 만든다.
자신도 죽을 뻔한 대량 살상 현장과 엄마의 살인을 목격하고 패닉에 질려 덜덜 떠는 건 답답하긴 해도 현실적이고 당연한 일이라고 칠 수 있지만, 그러다가 갑자기 급발진을 한다. 중고차를 살 때 자신의 사정을 그럴듯하게 지어내지도 못하던 그녀가, 갑자기 치밀하게 변호사의 신분증을 훔치고 그로 변장해 교도소에 간다는 미친 짓을 저지름…
넋 빠진 얼굴을 하고 흐에에엥ㅠ 하던 주인공이 갑자기 저세상 시크한 스파이가 된 마냥 변장하고 립스틱을 바르는 엔딩이 좀 어이가 없다. 그런데다 심지어 청부업자와 범죄자들을 정말 쉽게 속여 넘긴다.
청부업자들이 차를 세운 사이에 몰래 트렁크에 들어가는 장면 같은 건 너무나 작위적이고 우스꽝스럽고, ㅅㅂ소년탐정단도 아니고 초반부에 긴박하게 조이면서 팽팽하게 끌어왔던 긴장감을 일시에 무너뜨린다.
이런 캐릭터는 한 명만으로도 곤혹스러운데 이 드라마에는 심지어 하나 더 있다.

전혀 알고 싶지 않은 주인공2
로라의 과거는 드라마의 핵심이지만, 입을 삐죽 내밀고 인형같이 서있는 과거의 로라에게서는 캐릭터의 매력이나 당위성 등을 전혀 느낄 수 없다. 드라마는 그녀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공감 가도록 만들어주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다.
로라의 과거와 현재는 하나도 연결되지 않는다. 배우들의 외모가 심하게 다른 데다 로라의 서사와 감정선이 이어지지 도 않는다. 과거의 로라가 연기를 못한다는 점은 둘째 치고, 대사나 행동, 심리적으로도 동일인물이라는 느낌이 없다.
(각각의 인물로 쳐도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는 건 덤)

로라 역의 토니 콜레트는……… 그렇다.
<유전>의 엄마.
연기력으로는 흠잡을 데가 없지만… 글쎄. 이 드라마에 잘 어울리는 배우인지는 잘 모르겠음…
배우의 얼굴과 연기는 로라가 많은 비밀을 가지고 있고 상당히 무서운 인물이라는 인상을 팍팍 주지만, 밝혀지는 진실(과 과거의 모습)은 그 인상과는 영 다르다.
솔까 배우의 포스는 무슨 냉전 시절 특수훈련받은 전직 킬러여도 납득이 가는 수준인데 밝혀지는 과거가 좀 엥… 이게 다야…? 싶고.
게다가 숨겨야 하는 비밀의 소유자이자 딸을 지키고 싶은 어머니라는, 로라라는 인물의 입체적인 면모를 제대로 담아내기엔 드라마가 턱없이 부족하다. 잘 쓰면 정말 깊이 있고 진중한 주제가 될 텐데 로라는 그냥 좀 싸패 같고 이기적이며 마지못해 딸을 상대해 준다는 느낌마저 준다. 시청자가 딸이면 약간 트라우마 올 듯;;

게다가 그런 로라와 상호작용하는 앤디는 연기력이 너무 후져서 모녀가 함께 나오는 장면은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조화롭지 않다.
특히 진실을 알게 된 앤디가 엄마와 다시 만나는 장면은 밋밋한 대사와 아무 감흥 없는 연기와 전혀 진행되지 않는 이야기로 인해 고통 그 자체…
뭐, 잘못은 이 모녀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요 인물인 ‘닉 하프’도 하는 짓에 비해 그 악마적인 카리스마와 얀데레적 면모가 전혀 인상적이지 않으며, 어이없는 최종 결전은 덤.
<너의 조각들> 엔딩 설명, 해석
…. 후. 다 본 게 아까우니 엔딩이라도 설명해 놔야겠다.
▶ 로라의 정체
로라의 본명은 ‘제인 퀠러’로, 거대 제약회사 소유주인 퀠러 가문의 고명딸이자 전도유망했던 피아니스트. 그녀는 급진 좌파 테러리스트인 닉 하프와 사랑에 빠지고, 아버지에게 반발하며 닉의 조직(변화하는 군대)에 합류한다.
그러나 닉이 오슬로에서 저지른 테러와 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한 제인은 닉에게서 도망쳐서 경찰에 자수한다. 제인은 FBI의 증인 보호 프로그램을 받아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고, 닉은 그대로 도주.
그러나 30년 후, 로라가 식당에서 총기난사범을 제압한 것으로 뉴스에 나오자 닉은 그녀를 알아보고 사람을 보내 목숨을 위협…하는 것이 드라마의 시작.
▶ 찰리의 정체
찰리는 제인의 증인 보호프로그램의 담당자. 로라의 친구인 척 그녀의 상황을 체크하고 보호하는 역할이었다. 앤디에게 자신의 정체는 물론 기혼이라는 사실을 숨긴 것은 FBI 규정 때문.
그러나 앤디가 태어났을 때부터 돌봐준 것은 사실이고, 제인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앤디를 소중하게 여긴다.
▶ 오슬로 사건
닉 하프는 1988년 오슬로에서 열리는 국제 경제 포럼에 참석한 (로라의 아버지이자) 제약회사 회장인 마틴 퀠러를 노리는 테러를 계획한다.
그는 먼저 포럼에 참석할 알렉스 메이플크로프트라는 교수를 납치하고, 퀠러사의 약물 때문에 남편을 잃은 그레이스 주노를 교수로 변장시킨다. 그레이스가 포럼에서 마틴 퀠러와 토론하는 도중 빨간색 페인트탄을 터뜨리고 그 광경이 생중계되도록 하는 테러.
그러나 본방 때 그레이스는 페인트탄이 아니라 진짜 권총을 꺼내 마틴 퀠러를 쏘고 자살한다.
단순 방송용 테러가 살인 사건이 되어버린 것.
이후 닉과 제인, 변화하는 군대 멤버들은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고, 그 과정에서 제인과 절친했던 둘째 오빠 앤드류가 총을 맞고 사망한다. 제인은 앤드류를 병원에 보내지 않은 닉을 원망하고, 닉과 큰오빠 재스퍼가 오슬로 사건에 대해 짜고 치는 음성이 든 테이프를 손에 넣는다.
제인은 지속적인 닉의 폭력에 시달린 후에야 겨우 도망치는 데 성공해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들어간다.
▶ 앤디를 공격한 사람들은?
맨 처음에 로라를 공격하다가 앤디한테 맞아서 죽은 남자는 닉이 보낸 사람이지만, 그 후로 앤디와 마이크를 노린 사람들(남녀 콤비)은 재스퍼가 보낸 사람들. 재스퍼도 뉴스에서 제인을 보았고, 오슬로 사건의 증거인 테이프를 얻기 위해 앤디를 공격한 것.
▶ 오슬로 사건의 진실
마틴 퀠러를 죽인(살인을 사주한) 사람은 닉이 아니다. 닉이 재스퍼와 짜고 오슬로 사건을 꾸민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계획은 정말로 페인트를 던지는 것이었다.
제인은 포럼에 들어가기 전 그레이스와 만나 그녀에게 아버지를 죽여달라고 부탁한다. 그녀의 핸드백 안에는 권총이 들어있었고, 그레이스는 이를 받아들이고 제인의 핸드백을 대신 들고 가 총을 쐈다.
앤디는 포럼 테러 영상에서 그레이스가 엄마의 핸드백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진실을 알아차린다.
제인은 닉을 죽이려고 했지만 앤디의 방해로 실패했고, 체포된 닉이 무슨 말을 할지 불안해 재스퍼에게 연락해 닉의 증언을 알아보라고 말한다. 그녀의 말대로 닉의 증언을 알아본 재스퍼는 아버지를 죽게 한 것이 제인임을 눈치채고, “또 연락할게.”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는다.
▶엔딩의 의미?
엔딩을 다 보고 이 드라마의 주제가 뭔지 한번 생각해 볼까.
제인은 자유를 손에 넣기 위해 아버지를 죽였으나 닉의 손아귀에 떨어졌고, 그에게서 간신히 도망쳐 나온 후에는 30년 동안 과거의 자신을 철저하게 숨기고 속이면서 가짜 인생을 살았다. 그리고 드라마 막판에 ‘자유로워지기 위해’ 닉을 죽이려고 하지만 앤디가 방해해서 죽이지 못하고… 이번엔 재스퍼가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자유롭고 싶었던 제인은 살면서 한 번도 자유로운 적이 없었고, 자유를 위해 한 일들은 모조리 역효과가 나 오히려 그녀를 더욱 억압했다.
하지만 제인을 동정하고 그녀에게 공감하기에는 (적어도 드라마에서) 그녀가 보이는 모습이 너무 이기적이고 행동이 과격하다. 그녀의 과거 심리는 제대로 표현이 되질 않는데 딸을 떨떠름하게 생각하거나 이기적으로 밀어붙이는 장면들만 강렬하게 남다 보니 ‘싫은 여자’란 생각밖에 들지 않음….
★☆
전반적으로 넷플릭스라서 나올 수 있는 졸작.
- 초반은 쩌는데 급속도로 지리멸렬한 전개
- 뚝뚝 끊어먹는 편집
- 공감가지 않는 캐릭터의 급발진
- 나쁘지 않은 배우를 나쁘게 쓰는 방법
- 뜬금없고 노골적인 베드신 (한 번임, 기대하면 그닥)
- 가끔씩 갑자기 힙스터인 척하는 브금
- 찝찝한 엔딩
보통 이런 드라마따리는 그냥 원산지에서 조용히 묻혀야 하는데 굳이 글로벌로 들고 와서 전 세계 시청자들의 시간을 낭비하는… 그것이 넷플릭스의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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