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바운드
- 감독: 장항준
- 출연: 안재홍, 이신영, 정진운, 김택 외
- 장르: 스포츠, 드라마
- 개봉: 2023년 4월 5일
2012년 단 6명의 선수(예선 2차전 이후 부상 이탈로 5명)로 협회장기 대회에서 준우승을 기록한 부산 중앙고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장점: 이게 실화다
단점: 이건 영화다
종합평 : ★★☆
리바운드 줄거리
한때 유수한 명문 농구부를 자랑했으나, 이제(2011년)는 학교 입장에서 애물단지가 되어버려 폐부 위기에까지 처한 부산 중앙고.
중앙고 농구부 출신인 강양현이 초짜 코치로 부임하고, 열심히 부원들을 모아 전국대회를 목표로 훈련을 한다.
하지만 부족한 학교의 지원, 적은 부원 수, 잘 봉합되지 않는 팀 분위기 등 어려움은 아직 많은데………
과거엔 잘 나간 적 있지만 폐부 위기에 직면한 농구부, 빠듯한 인원수, 초짜 코치, 서로 안 맞아서 다투는 라이벌, 1학년 천재의 등장, 결정적인 순간 발목을 잡는 열악한 지원 환경과 과거의 부상….
이건 뭐 써놓고 보니 진짜 거짓말 같네.
근데 실화야.

<리바운드>는 현실이 써준 초기 각본을 바탕으로, 풋풋한 주연 배우들과 적당히 코믹한 분위기, 스피드감 있는 경기 화면을 넣었다.
스포츠팬에겐 소중한 ‘뻔함’
사실 <리바운드>가 뻔한 건 당연하다. 왜냐하면 스포츠는 바로 그 뻔한 것 때문에 보는 거니까.
돈 많고 선수 많은 팀이 무조건 이기면 스포츠를 무슨 재미로 보겠어? 영원한 승자는 없다, 승부는 끝날 때까지 모른다,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 그런 희망이 스포츠를 보고 우리 팀을 응원하게 만든다.
바꿔 말하면 약팀이 힘을 모아 어려움을 딛고 승리하는 스토리의 그 ‘뻔함’이 스포츠에 있어선 가장 소중하다.
따라서 <리바운드>가 실망스러운 건 스토리가 뻔해서가 아니다. (심지어 이 이야긴 실화라고)
다만 그 아름다운 이야기를 ‘아 좀 뻔한데’로 느껴지게 만드는 투박한 대사와 얄팍한 연출 때문.

실화를 뛰어넘지 못한 영화
이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 전개와 인물의 심리 묘사는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라는 한 줄에 의지합니다.
- 이중인격처럼 갑자기 막 변하는 코치의 심리에 대해 전혀 나오지 않고
- 교장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너무나 뻔하고 얄팍한 캐릭터성뿐인데도
- 아무런 단서 없이 인물들의 내외적 갈등이 갑자기 다 풀리고
- 중앙고가 더 좋은 환경을 지닌 다른 농구부를 압도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풀어내지 못한 주제에
“그래도 이건 실화니까”라고 관객이 스스로 납득하면서 보게 만든다.

이건….스포츠 영화치고 너무 치사하다.
영화라는 매체가 마땅히 가져야 할 각본의 개연성과 심리 묘사 연출 없이, 그냥 실화만 믿고 막 만들었다. 특히 심리 연출이 거의 파멸적인 수준인데, 대체 이 인물들이 왜 이렇게 마음을 바꿨는지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갑자기 어떤 암시도 없이 독재 모드로 전환하는 양현의 심리는 깊게 나오지도 않고 나중에 초심을 되찾는 단서도 너무 뻔한 데다, 초반에 중앙고가 보잘것없는 학교라는 이유로 입부를 거부했던 기범이 왜 갑자기 슈퍼멘탈짱캡틴이 되어 멘붕한 코치를 오히려 토닥여주고 중앙고의 모든 것을 짊어지는지, “농구가 싫다”라고 했던 규혁이나 경기에 못 나가도 꾸준히 농구를 해온 재윤이 사실 얼마나 농구에 진심인지,
이런 것들이 거의 전혀 나오지 않는다.
또 인물 간의 균형도 별로라서 양현의 성장기는 깊이 있는 고찰 없이 약간의 코믹과 애교로 돌파하려는 게 뻔히 보인다. 기범-규혁이라는 매력적인 관계성을 만들어놓고도 뭔가 좀 김이 빠지는 모양새인데다 다른 팀원들에게는 충분히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지 못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농구”라는 스포츠 자체에 대한 언급이다.
선수들이 농구를 하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농구가 무엇인지, 얼마나 즐거운지, 그들이 얼마큼 농구에 미쳐있는지가 제대로 나오질 않는다. 근데 그게 바로 스포츠물의 핵심이고 이번 실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그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농구를 했다는 것.
그러나 <리바운드>는 ‘부산 중앙고가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 있었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가장 강력한 동기, 아무도 몰라줘도, 너무 힘들어도, 발목이 망가져도 농구를 하는 그 이유에 대해선 제대로 표현되지 않고 대충대충 감으로 짚고 넘어가는 느낌.
농구에 대한 베이스 없이 ‘인생의 리바운드’에 대해 열변을 토해봤자 표면을 헛돌 뿐.
한 번의 위기를 겪고 다시 선수들을 모으는 과정 역시 별 개연성도 몰입감도 없고 맥이 빠진다. 귀여우니 봐줬다. 그냥 애들이 순하고 착하고 농구를 좋아해서 그렇다고 내가 이해를 해야한다.
한마디로 영화가 스포츠가 빚어낸 스토리에 숟가락만 얹으려고 한다는 거.

터지지 않는 쾌감
농구는 워낙 템포가 빠르고 격렬한 스포츠라서 경기 장면을 연출하는 게 어려운데, <리바운드>의 경기 장면 자체는 나쁘지 않다.
농구의 룰을 거의 모르는 사람이 봐도 대충 이해할 수 있고, 스피드감이 있으면서도 선수들을 분명하게 조명하는 등 경기 관람은 쾌적하다. 실제 해설위원이 직접 해설해 현장감을 높이기도 했고.
그리고 경기가 팽팽하게 이어지면서 결정적인 점수가 나려는 순간…!
갑자기 화면이 전환되면서 교실 안에서 소식을 듣고 좋아하는 학생들의 반응이 나온다.
이겼대.
아니 존나 어이가 없어서…………
그야말로 완벽하게 짜증 나는 카타르시스의 삭제다. 작중에서 꽤나 여러 번 경기를 치르는데도 경기의 마지막까지 제대로 나오는 장면이 단 한 번도 없다.
경기에 열이 오르고 → 갑자기 학교로 화면 전환 → 이겼대!!! 우아아ㅏ아와아ㅏㅏㅇ악!! 이게 3번쯤 반복되니 뭐하자는 건가 싶다.
이건 마치 9회 말 역전 쓰리런이 터져서 이긴 경기를 7회까지 중계하다 마는 것과 비슷하고, 배구의 5세트를 그냥 생략해 버린 거나 마찬가지. 관객은 한창 경기에 열중하며 부산 중앙고를 응원하다 도중에 의자째로 뒤로 발사된다.
주변에선 이겼다고 다들 좋아하는데 집중과 몰입의 흐름이 깨져서 도무지 이해가 안 가.
사람들이 스포츠에서 사랑하는 것은, 그동안 모아 왔던 카타르시스가 한 번에 뽷!!!!!!!!! 터지는 순간이다.
휘두른 배트가 정확하게 야구공을 맞추고 공이 뻥하니 날아간 순간, 골키퍼와의 1:1 상황에서 찬 공이 그물망을 흔들고, 호루라기 소리와 동시에 농구공이 림을 맴돌다 골 안에 들어가는 그 순간.
그 순간 미쳐 날뛰는 도파민과 함께 “이겼다!!!!!! 우와아ㅏㅏㅏ아ㅏㄱ!!!”을 외칠 수 있는 것이 스포츠팬의 특권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 결정적인 순간, 그 중요한 권리, 그 모든 카타르시스를 압수해 간다.
결국 영화에 ‘절정’이 없어.
그리고 엔딩은 한술 더 떠서 최악.
“우리들의 모험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급의 장면에서 뜬금없는 노래와 함께 매드무비 식으로 끝이 난다. 영화 속 장면이 그대로 실화 뉴스 사진으로 대체되고, 자막으로 주절주절 부산 중앙고는 이랬고 선수들은 저랬고를 늘어놓기 시작. 그 앞장면에서 모아 왔던 그 모든 에너지는 분출되지 못한 채 그대로 푸쉬식 소멸하며,
그때까지 ‘스포츠 영화’였던 것이 한낱 서프라이즈나 실화탐사대 수준의 ‘재연극’으로 전락합니다.
<포드 v 페라리> 역시 실존 인물과 사건을 다룬 영화였지만, 각색과 극적인 과장을 통해서 작품 안에서 충분히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하고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포드 v 페라리>는 실화가 아니었더라도 명작이다.
하지만 <리바운드>는 실화라는 것에만 너무나 얽매여있고, 결국 실화의 재연 외에는 어떤 가치도 보여주지 못한다.

종합평
개봉 전부터 같은 농구 영화로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쫓네마네 했지만 결과는 제법 명확하다.
실제 부산 중앙고의 경기는 <슬램덩크>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의 걸작이다.
하지만 <리바운드>는 그보다 훨씬 못하다.
… 뭐 잔뜩 싫은 소리를 써놓은 것 같지만, 그래도 소소하게 볼거리는 있었다. 깊이는 없어도 가볍고 기분 좋게 볼 수 있고, 캐주얼하게 농구 영업을 당하기 좋음.
비록 깊게 발전하지는 못했지만 팀원들의 케미도 좋았고,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날 정도로 귀엽고 풋풋한 몇몇 장면들도 있다. 무엇보다 좋은 스포츠 경기 이야기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법.
그것이 실화든 재연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