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TV

사냥개들(2023) 리뷰 :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넷플릭스 사냥개들 포스터

감독의 전작인 <청년경찰>은 보다가 도중에 그만둔 쓰레기 영화라서 진짜 이거 볼까말까 겁나 고민했는데 봐서 다행입니다. 사람은 발전을 하는구나…

넷플릭스 사냥개들 리뷰 스토리

사냥개들 줄거리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복서 김건우(우도환)는 시합에서 맞붙은 상대인 홍우진(이상이)과 친해지게 된다. 성실하고 착한 건우와 활발하고 능청스러운 우진은 곧 절친한 사이가 된다.

그러나 카페를 운영하던 건우의 어머니가 코로나 시기를 노린 대출 사기에 걸려 큰 빚을 지게 되고, 사채업체 대표인 김명길(박성웅)에 의해 가게가 엉망이 되어버리고 건우도 크게 다친다.

우진의 도움을 받아 빚을 갚을 방법을 찾아다니던 건우는 병원비가 없는 사람들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최태호(허준호) 사장을 만난다. 최사장의 호의로 건우와 우진은 그의 손녀 차현주(김새론)를 도와 불법 사채업자를 잡는 일을 하게 되는데…

사냥개들 우도환 이상이

클래식 버디 케미

‘성실하고 맹한 동생과 약간 날티나지만 의리넘치는 형’은 좀 뻔하긴 하지만 효과적인 클리셰. 최사장이 건우와 우진에게 “너희 둘은 꼭 같이 붙어다녀라”라는 말을 하는데, 정말로 그 말대로 둘은 꼭 같이 있어야 하는 세트를 이룬다.

건우는 진짜 바른 생활 청년인데, “힘든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어요.”라는 등 요즘 애들치고 대사나 행동이 다소 비현실적. 사실 캐릭터 메이킹적으론 좀 성의없어 보인다 싶을 정도긴 하지만… 우도환의 진심어린 연기가 이걸 다 살렸다.

건우랑 밥 한 번 먹은 거 가지고 사람들이 다들 ‘너무 좋은 청년’이라고 푹 빠지는데 그걸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음. 정말… 정말 좋은 애야….

사냥개들 움짤
진짜 둘이 같이 있을 때 하는 짓이 너무 귀여움…….

우진은 요령없는 건우를 어르고 달래며 도와준다. 특히 우진의 능청스러운 개그는 작중에서도 건우의 멘탈을 잡아주고 분위기를 유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

우진의 과거나 배경은 건우에 비해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는 대신 건우를 향한 그의 의리와 애정이 강조된다. 배우인 이상이의 눈빛과 행동에서 동생을 아끼고 지켜주려 하는 마음이 아낌없이 드러나는데, 이게 무척 좋았음..

너무나 한 세트라서 오히려 각 캐릭터가 독립적으로는 불안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어쨌든 이 둘의 케미가 드라마의 가장 즐거운 포인트 중에 하나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너희 꼭 붙어다녀야 해. 앞으로도.

사냥개들 우도환 복싱 근육

액션: 몸으로 말해요

주인공 둘이 복싱 선수라는 점에서 복싱 기술이나 맷집이 액션의 뼈대가 되리라는 건 당연히 예측 가능하……..지만, 실제로 보면 기대와 예상을 뛰어넘는다.

와. 와ㅡ……..

사냥개들 우도환 움짤
사냥개들 움짤

복싱은 그냥 주인공들의 파워 설정으로 붙어있는 게 아니라 “복서의 심장” 등 꽤 핵심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으며, 복싱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복싱을 더한 격투 스타일’이 아니고 ‘복싱으로 격투하는’ 거.

특히 더킹하는 스텝이 너무 심장을 파고듬….

또 초반에 건우는 복싱 기술만으로 열댓명을 때려눕히지만 무기나 박치기 등 예상치 못한 공격을 꽤 맞는데, 선수이기 때문에 오히려 실전형 다구리에 대응이 늦는 모습이 현실성을 더한다.

그리고 이런 ‘약점’은 포텐셜이 되어 발전할 방향으로 제시되고, 점점 효율적인 제압에 익숙해지는 모습을 통해 건우진의 성장이 가시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8화의 쇼핑몰 신은 건우진의 싸움 기술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파워 자체도 상승했다는 것을 너무나 분명하게, 어색하지 않게, 그 자체로 강렬하게 보여준다.

사냥개들 우도환 이상이 운동 금육 움짤
사냥개들 우도환 이상이 근육 움짤

무엇보다 우도환, 이상이가 몸을 진짜 진짜 진짜 잘 만들어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을 몸이 그 자체로 액션에서 진정성을 발휘한다.

멋들어진 연출로 가릴 필요도 없이, 확실하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 몸이 액션의 뼈대를 탄탄하게 잡아주는 것.

사냥개들 박성웅

또 건우진의 복싱 이외에도 다른 액션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 다채로운 보는 맛도 있다.

일단 최사장부터 왕년에 복싱 경력자고, 박성웅..아니 박성웅이래. 김명길도 킥복싱에 나이프 파이팅을 상당히 잘함… 칼잡이 형님들의 프로 액션은 잠깐 장르 달라진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살벌하고.

각각의 캐릭터가 사용하는 격투기나 액션적인 특성(킥복싱, 검도, 기동 액션 특화 등)을 분명히 드러내는 방식도 액션물로써 굉장히 매력있다.

다만 ‘복싱 선수로서 싸운다’는 느낌이 강했던 건우가 점점 사냥개의 싸움박질 방식에 익숙해지는 모습이나, 사채업계의 살벌하고 끔찍한 광경을 액션으로 잘 풀어낸 것치고 그걸 스토리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부족. 귀한 액션에 조금 초라한 스토리. 이 문제는 나중에 따로 후술하겠지만…

사냥개들 류수영

비법은 정성

줄거리나 초반부만 보면 캐릭터를 중심으로한 발랄한 사이다 전개를 예상하게 되지만, 의외로 꽤 다르게 흘러간다. 독창적이란 얘기는 아니고.

특이한 점은 호흡이 되게 길다는 점? 전개가 느리고 모든 신이 꽤 길다. 근데 필요없이 늘어지는 느낌은 아니고, 뭐라고 할까… 생략이 없는 느낌.

1화를 통째로 배경 빌드업에 쓰고, 인물 간의 관계를 구축할 때에는 아예 작정을 하고 자리를 깐다.

사냥개들 건우진 움짤
이 때쯤이면 절친되어 있는 거 인정….

예를 들어 건우와 우진이 1화에서 처음 만나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친해지는데, 권투 얘기로 시작해서 서로 알바 얘기, 군대 얘기로 넘어가면서 계속 이어지는 장면이 꽤 길다. (시청 시간) 약 10분 뒤면 건우와 우진의 부모님이 뭐하시는지, 둘이 무슨 알바를 해봤는지, 둘이 어떤 성격인지 전부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최사장과의 면접이나 악당들끼리 서로 술을 따라주고 마시며 기싸움 하는 장면, 건우, 우진이 현주랑 셋이 같이 밥을 먹는 장면 등도 신이 하나하나 꽤 길다. 앞으로 펼쳐질 전개의 개연성과 인물들의 관계성을 초기 투자로 미리 구축해 놓는다고 할까.

그래서 건우와 우진이 당장 사채업자들을 쫓아다니며 호쾌한 액션을 펼칠 것 같은데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 어떤 의미로는 1~6화까지가 몽땅 빌드업인 셈.

그러나 약간 뻔한 스토리와 캐릭터라도 이렇게 정성을 들여 보기 때문에 이야기의 힘이 강해진다. 특히 ‘왜 얘네들 얘기까지 봐줘야 하나’ 싶었던 조연들도 다들 투자받은 빌드업으로 이야기의 전개에 한 몫씩 한다.

여러가지 부족한 점이 있다 해도, 정성은 언제나 부족한 점을 채우고 남는 법.

사냥개들 리뷰 스토리

판타지의 부작용

이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굉장히 비현실적이다.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했던 코로나 시국을 매우 적극적으로 배경에 활용하고, 액션적인 측면에서 현실감을 살리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그냥 판타지.

건우는 둘째치고 ‘착한 사채업자’ 최사장이 진짜 비현실의 끝판왕임… 이 사장님은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받는 아픈 사람들에게 이자 없이 돈을 빌려주고, 착한 애가 사정이 딱하다고 1억을 현금빵으로 내준다.

…….흠. 김명길은 있을 법한 개새낀데 최사장은 판타지라는 점이 세상 참 거지같네.

어쨌든. 베테랑 배우 허준호의 연기는 매우 설득력이 있지만, 그의 존재는 작중의 현실적인 배경이나 현재 한국의 현실에 비춰봤을 때 솔직히 당황스럽고 유치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 최사장의 존재는 착한 할아버지가 원하는 거 다 사주고 다 해주겠다는 소공녀식 판타지에 가깝다. 문제는 이게 칼잡이들이 등장하고 분위기가 어두워지면서 이질감이 심하게 두드러진다는 것.

최사장의 밑에서 일했던 칼잡이 양중과 두영은, 지금 아무리 평범하게 살고 있어도 여전히 빼도박도 못하는 범죄자고 결국 다시 그 판으로 돌아와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특히 두영은 건우와 우진에게 잘못 걸리면 복서로서의 인생이 끝난다고 경고했고, 그의 처절한 결말 자체가 이 바닥에 발을 담그면 빠져나가기 힘들다는 걸 알려준다.

그러니 최사장이 ‘(프로 시켜서 사람 좀 죽이고) 일 다 잘 마무리되면 우리 다같이 로마로 여행갈까?^^‘하는 대사가 상식적으로 좋게 들리지는 않는다. 상황과 맞물리지도 않고.

건우가 복싱이라는 꿈과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지만 범죄) 사이에서 고뇌하는 장면도 거의 없다시피 한다. 마지막엔 건우가 본인 스스로 “형, 나 사냥개가 된 것 같아.”라고 말할 정도의 심경 변화는 있는데 그게 거의 드러나질 않음..

7화 이후 각본의 문제는여러가지 부분에서 좀 심각한 편. 일단 김명길이라는 메인 보스를 사냥하기 위한 준비가 매우 부실하기 짝이 없고, 초중반에 강조했던 주인공의 높은 도덕성도 애매하게 뭉개진다.

그렇다고 선과 악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뒷세계의 논리가 부각되는 것도 아니라 주인공들은 진짜 짱 착한데 어쩔 수 없이 나쁜 일도 해야 하지만 이게 그렇게 나쁜 짓은 아니야! 라는 유치한 어거지.

하지만 이걸 그냥 100% 각본가나 제작진 탓으로 돌리기는 좀 그렇다. 아시다시피……. 그 사건이 있었기 때문.

다 된 밥에 걔 뿌리기

음주운전으로 큰 논란을 일으킨 김새론이 맡은 차현주는 너무나 중요한 역할이었다. 드라마 방영 전에 터지고 통편집 못하고 그대로 나온다고 해서 또 한바탕 시끄러웠는데, 드라마를 보면 진짜 편집으로 어떻게 될 캐릭터가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음…

그나마 후반부에 겨우 분량을 잘랐는데, 진짜 말도 안되게 어색한 방식으로 사라진다.

만약 논란을 모르고 보는 입장이라면 뭔 드라마가 이 따위야? 싶었겠지만 사정을 알고 있으니 오히려 제작진의 노력이 짠해 보이는 수준…

7화부터 새로 각본을 썼는데, 문제는 여기가 딱 스토리가 급물살을 타면서 절정 부분으로 가는 타이밍이라는 거. 7,8화의 전개는 이질적이고 많이 부족하다.

이게 다 사고친 배우 한 사람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솔직히 영향이 없을 것 같지는 않음…

나머지 배우들의 열연으로 터진 옆구리를 어찌어찌 잘 봉합하긴 했지만, 어색하게 끼워맞춰진 새 캐릭터와 묘하게 나사 빠진 구석이 상처처럼 남아 씁쓸하다.

사냥개들 이상이

종합평 : ★★★☆

<사냥개들>은 스토리적인 부분에서 좀 유치하고 비현실적인 판타지가 튀는 부분이 있긴 해도, 충분한 매력이 있는 액션 드라마다.

복싱을 주요 소재로 하면서, 복싱의 근성 넘치고 끈기 있고 땀내나는 특성이 전투신과 이야기 자체에 잘 녹아들어 있는 것이 가장 튼 매력. 주연 배우들의 연기와 액션, 특히 우도환과 이상이의 노력이 정말로 이 작품을 빛나게 한다. 반대로 작품에 크나큰 민폐를 끼친 배우도 있지만.

7, 8화의 다소 엉성한 부분은 단순하게 비판하기엔 좀 마음이 아프긴 하다. 시즌2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번에는 가진 것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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