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계+인 1부
- 감독: 최동훈
- 출연: 김태리, 김우빈, 류준열, 이하늬 외
- 장르: 액션, 판타지, SF
- 개봉: 2022년 7월 20일
사극과 판타지, SF를 몽땅 섞어서 비벼 놓았다.
고려시대 저잣거리에 양복을 입고 나타난다든가, 사람으로 변신하는 로봇, 한복을 입고 권총을 쏜다든가 하는 퓨전 시도 자체는 신선했다. 하지만 아무거나 막 비빈다고 다 맛있어지는 건 아냐.
종합평 : ★

외계+인 1부 줄거리
인간의 뇌에 죄수를 가두어두고 관리하는 외계 문명. 지구에서 탈옥한 죄수를 붙잡는 일을 하는 가드(김우빈)와 썬더는 고려 시대에서 탈옥수를 잡다가 부모 잃은 갓난아기를 구한다. 다시 현대로 워프한 가드는 아이의 처분을 고민하지만, 썬더가 인간에 대한 실험이라는 핑계로 결국 아이를 딸처럼 키우게 된다.
한편 고려시대, 도술로 지명수배범을 붙잡아 먹고 사는 도사 무륵(류준열)은 큰 현상금이 걸린 ‘신검’을 두고 천둥을 쏘는 여인 ‘이안(김태리)’, 삼각산의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 그리고 밀본의 우두머리 자장(김의성)과 엮이게 되는데…

비빈다고 다가 아닌데
고려 시대 초가집 골목에서 갑자기 지프차가 워프에서 튀어나오고, 짭 터미네이터와 짭 고스트가 등장해 촉수 외계인과 전투를 벌이는데 선글라스를 쓴 김우빈이 튀어나와 갓난아기를 구해주더니 차를 몰고 2012년으로 온다.
이것이 영화 시작 5분 안에 벌어지는 일이다.
영화는 사극과 판타지, SF를 몽땅 섞어서 비벼 놓았다.
고려시대 저잣거리에 양복을 입고 나타난다든가, 사람으로 변신하는 로봇, 한복을 입고 권총을 쏜다든가 하는 시대를 비튼 장면들이 포인트. 뭐, 이런 퓨전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다. 권총을 가지고 다니는 이안이 ‘천둥을 쏘는 처자’로 불리는 것도 꽤 좋았고.
하지만 아무거나 막 비빈다고 다 맛있어지는 건 아냐.
음식물 쓰레기통도 음식 다 섞여있어. 하지만 그걸 먹을 건 아니잖아.
일단 재료들부터 좀 함량 미달인 게, SF 쪽은 기본 설정에 신경써야 하는 장르임에도 매우 개발새발 대충이다. ‘외계인 죄수를 인간의 뇌에 수감한다’는 설정이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도저히 납득이 안가서 기술이 발전한 외계 문명이 너무 허접하고 저능해 보인다. 반면 에너지를 어쩌구저쩌구할 수 있는 신검은 지나치게 만능이라 오히려 뭐하는 건지 감도 안 잡힐 정도.
이렇게 배경부터 덜 완성되어 있는데, 아무런 설명도 맥락도 없이 각기 다른 시대의 장면들이 이어지기 때문에 집중력이 뚝뚝 끊긴다. 고려시대 객잔에서 얘기하다가 갑자기 현대의 초등학교가 나오고, 말하는 자동차랑 얘기하다 웬 밀교 본당에서 부적팔이를 하고 있으니 집중하기가 힘든 게 당연.
캐릭터를 소개하거나 충분히 잘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냥 ‘도술쓰는 허당 청년’ ‘촐싹거리는 프로그램’ ‘똘똘한 여자아이’ 정도의 캐릭터성만 가지고 막 엮을뿐. 작 중에서 핵심에 가까운 가드-썬더와 이안의 관계조차 대충 쌓아서 가드가 이안을 어떻게 키웠는지, 로봇인 그가 언제부터 이안에게 애착을 가지게 되었는지, 서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거의 전혀 드러나질 않는다. 그러니 갑자기 가드가 비장해져도 몰입이 될 리가.
중반 넘어서 두 시대의 이야기가 만나는 지점이 되면오… 싶긴 한데,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정말 조잡한데다 캐릭터에게서 별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거리를 두고 지켜보기만 할뿐.

어이어이, 이렇게 유치해도 괜찮겠어?
근데 사실 영화가 복잡한 것도, 난잡한 것도 괜찮아. 이런 것들은 작가주의적 선택이거나 나름의 독특한 매력이 되기도 하니까. 그런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문제점이 있으니………..
너무나.
진짜 너무.
재미가 없고.
유치하다는 것.
앞서 언급했듯이 장르가 다 짬뽕이고 구성이 복잡한 편인데, 스토리 진행은 날림이고 대사의 수준과 연출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유치하다. 일단 가장 중요한 설정과 상황 설명을 일일이 대사로 다 설명함…
특히 썬더는 내내 스피드왜건인데, 보면 다 아는 걸 “큰일 났다. 설계자가 각성했다. 적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라는 식으로 굳이 설명해 긴장감을 뚝뚝 떨어뜨린다. 나도 눈 있어 이 새기야….
심지어 악당 로봇도 “너를 탈옥시키겠다.” ”나는 가드와 함께 자폭한다.“처럼 꼬박꼬박 지가 뭘할지 미리 가르쳐주는 황당한 저능함을 보여준다.
음성 디렉팅은 어린이 드라마마냥 지나치게 또박또박하고 어색한데 대사 수준마저 저질이니 진짜 버틸 수가 없음. 곳곳에 ”그건 다음에 대화하자구.“ “어이, 넌 날 쫓아와야지.” 등 혼모노스러운 대사가 꼼꼼하게 들어가 있어 공감성 수치 오짐….
특히 인간과 외계인의 관계, 감정과 가족애에 대한 주제성 대사들이 미친듯이 유치해서 듣고 있기도 창피하다. “인간을 우습게 보지마!” 라든가, “감정이란 정말 대단해. 전투에서 이길 확률이 7%…8%… 점점 올라가고 있어!”………

기술 부족이 아닌 깜냥 부족
아무리 망작이라도 비주얼이 까리한 장면이 한두 개 있거나, 배우가 연기로 살리거나… 건질 게 하나라도 있는 법. 보통은. 근데 <외계+인>은 좋은 배우들 싹싹 긁어 모아놓고 뭐 볼만한 게 있냐? 아니요.
보는 내내 김우빈이 아깝다… 류준열 김태리는 그나마 낫지만… 이하늬는 왜 나왔으며, 소지섭을 이딴 배역에? 싶음.
액션 신도 눈뜨고 못 봐줄 정도. 사실 우리나라 CG 기술은 그리 후지지 않고, 작중 등장하는 CG 효과 자체는 기술적으로 나쁘지 않다. 몇몇 장면을 제외하면 영상 인력이 야근한듯 꽤 그럴싸. 문제는 연출이 진짜 너무 촌스러워서 웃길 정도라는 거.
사람을 펀치로 담벼락에 박아버린다든가 로봇끼리 치고박는 장면은 희한할 정도로 타격감이 없고, 경공 장면은 싸구려 중드만도 못하다. 붉은 연기가 퍼지는 화면도 무섭거나 강렬하다기보단 한심하게 보일 뿐.
그나마 무륵이 부채에서 물건을 꺼내는 도술 정도는 독창적이었고, 소환수 고양이가 아저씨들이라는 건 좀 신선한 포인트. 하지만 그 고양이들이 자주 등장하면서도 그리 매력적이라는 느낌도 아니라 되려 아쉬운 점.

종합평 : ★
보면서 제일 많이 한 생각:
진짜 못 만들었다………..
이 영화가 망했던 건 SF라서도 장르를 여러 개 퓨전해서도 그래픽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도 아니다. 그냥 유치한 캐릭터들을 그저 나열만 해놓고 단순하고 얄팍한 설정을 떠들어대면서, 보는 이에게 공감성 수치를 느끼게 할뿐. SF나 퓨전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창피함 2배.
2부작이라는 게 제일 기가 막힌 부분이다. 주제에 뭐라고. (별로 궁금하지도 않지만) 클리프행어로 끝나는 엔딩은 관객에게 2시간만 더 허비하면 좀 더 나은 걸 주겠다고, 한번만 더 믿고 2부를 봐달라며 사정한다.
…그래서 2편을 보면 좀 나을까? 진짜로?
“외계+인 1부(2022) 리뷰: 혼란하다 혼란해”에 대한 1개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