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TV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2024) 리뷰 : 숙박업 나이트메어


  1.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줄거리
  2. 퍼즐 맞추기 드라마
  3. 치명적인 ‘치명적인 척’
  4. 전체 줄거리 & 결말
  5. 개구리는 쿵, 소리를 들었다
  6. 종합평: ★★★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펜션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줄거리

외딴 숲 속에 있는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영하(김윤석)는 어느날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수수께끼의 여자 손님(고민시)를 만난다. 그녀가 하룻밤 묵고 떠난 후, 심상치 않은 흔적을 발견한 영하는 그녀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의심한다.

한편 아내와 함께 레이크뷰 모텔을 운영하고 있는 상준(윤계상). 어느날 모텔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는 자신의 실수로 연쇄살인범이 모텔에 왔다고 생각해 크게 좌절한다. 

영하의 펜션에서 여자 손님이 떠나고 1년 후 그녀가 혼자 다시 찾아온다.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대하는 그녀에게 영하는 혼란스러운데….

퍼즐 맞추기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에는 여러가지 시간대와 시점이 혼재되어 있다. 레이크뷰 모텔 사건은 90년대에 있었던 일이고, 영하의 펜션은 현재 시점이다.

작중 인테리어 스타일이나 등장하는 휴대폰 등을 보면 시대 배경을 대충 짐작할 수 있고, 레이크뷰 모텔 사건 때 갓 순경이었던 보민이 강력반 출신 팀장이 되어 돌아온 것으로 두 시간대의 연결고리가 명확해진다. 하지만 ‘몇 년 전’이라는 자막처럼 직접적인 언급으로 알려주지는 않는다. 중간에 뚝 끊고 갑자기 전혀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도 빈번하기 때문에 지금 이게 아까 장면의 다음에 벌어진 일인지 과거에 있었던 일인지 스스로 파악해야 한다.

나날이 저능해져가는 장르물에서 이렇게 불친절한 대접은 오랜만에 받는 기분. 하지만 바로 그것이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의 가장 큰 매력이 된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술래 경찰

드라마는 뭐든 편하게 말해주지 않는다. 영하는 살인을 의심하지만, 이에 대한 근거는 커다란 캐리어, 화장실의 락스 냄새, LP의 핏자국 정도로 상당히 간접적인 정황 증거뿐. 진짜 죽였나..? 왜지? 그런데 왜 또 펜션에 왔지? 게다가 중간중간 나오는 레이크뷰 모텔 사건은 펜션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거의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이 불친절함은 후반부에서 추진력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게 밝혀진다. 5화까지는 전개가 지지부진하고 밸런스가 썩 좋지 않은데, 그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져 하나의 완전하고 빈틈없는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은 근래 보기 드문 고오급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8화짜리 드라마가 6화에 이르러서야 흥미로워진다는 것은 장점이 아니야.

중반부는 의미심장하게 폼만 잡는 성아와 답답한 행보만 보이는 영하의 미적지근한 대립이 끝없이 이어질 뿐이고, 뭔가 할까말까할까 한다. 푸른 기가 도는 화면과 현악기가 불안하게 울리는 음악은 내내 훌륭하게 긴장감을 고조시키지만, 알맹이 없이 뻥카치는 것도 한두번이지 5화씩이나 질질 끄는 건 무리가 있다.

(특히 이게 한번에 전회차가 공개되는 넷플드라는 걸 생각하면 더욱.)

퍼즐은 3시간이면 맞출 수 있는데.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고민시 움짤

치명적인 ‘치명적인 척’

이 드라마의 가장 핵심 인물은 펜션에 찾아온 수수께끼의 미친 여자, 유성아다.

영하의 일상을 뒤흔드는 그녀는 종잡을 수가 없고 위험한 침입자다. 자연재해, 개구리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 말하자면 그 유명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쉬거와 <미저리>의 애니 윌킨스에 팜므파탈 끼를 한 국자 정도 섞은 셈이랄까.

고민시의 똑단발과 짙은 화장, 가슴이나 등을 훤히 드러내는 의상은 치명적인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그러나 그 강렬한 캐릭터가 움직이는 게 어쩐지, 뮤직비디오나 영상 화보처럼 느껴진다.(솔직히 몇몇 장면에선 ‘이 장면 따서 움짤 만들어~!’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함)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살짝 꺾고 한쪽 눈을 머리카락으로 가리는, “나 치명적인 미친년이에요”를 강조하는 일차원적 연기는 묵직한 다른 배우들에 비해 조금 붕 떠 있는 듯이 보인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고민시 수영복 움짤

이쁘긴 오지게 이쁜데,드라마 보는 중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 “와 고민시 예쁘네”다. 두번째로 든 생각은 “이 장면 필요할까?”….

게다가 그녀의 설정은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배우의 비주얼은 그야말로 새파랗게 어린 느낌이라 다소 위화감이 드는 것은 덤.

드라마는 유성아가 타일 벽을 배경으로 테이블에 앉아있는 모습이나 토마토 소스를 쳐벅쳐벅 붓는 등 의미심장한 미장센을 아주 많이 동원하지만, 그만큼의 카리스마가 뒷받침되지 않다보니 비주얼 자랑 외에는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배역이 배우보다 더 크다는 느낌.

영하와 성아가 서로 붙는 장면에서의 긴장감과 케미가 상당하지만, 상대가 김윤석만큼 무게감이 있는 배우가 아니었다면 이 대립 구도는 헛웃음 날 정도로 가볍게 끝났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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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엔딩

전체 줄거리 & 결말

시간대를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그냥 과거와 현재로 구분해서 시간순으로 정리..

(과거)

레이크뷰 모텔은 연쇄살인마 지향철이 토막 살인을 저지른 모텔로 알려져 상준 부부는 모텔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가 없게 된다. 부부는 모텔을 처분하려고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고, 온 가족은 점점 심신이 피폐해진다.

결국 상준의 아내 은경은 토막살인 당한 피해자를 목격한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고 만다.

(현재)

영하는 다시 만난 성아에게 1년 전 아이를 죽이지 않았느냐고 따진다. 그러나 성아는 그가 1년 전에 신고하지 않고 펜션을 청소해 그녀의 살인 행적을 덮어주었다고 지적한다.

성아는 계속 펜션에 머무르며 인테리어를 바꾸는 등 멋대로 굴고, 영하는 그녀를 쫓아내려 갖은 수를 쓰지만 통하지 않는다. 성아는 파출소의 김 순경을 유혹해 김 순경은 오히려 성아가 펜션을 차지하게 돕는다. 그러나 김 순경이 성아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털어놓는 영하의 녹음기를 발견하자, 성아는 그를 살해한다.

영하는 TV에서 연쇄살인범 지향철에 대한 뉴스를 보고, 살인 사건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레이크뷰 모텔에 동질감을 느낀다.

그는 요양원에 있는 상준을 찾아간다. 상준은 요양원을 모텔로 착각해 계속 청소를 하고, 아들이 여전히 13살이라고 생각하는 등 과거의 기억에 머무른 채 살고 있었다.

영하는 뒤이어 폐허가 된 레이크뷰 모텔을 찾아갔다가 상준의 아들 기호를 만난다. 기호는 그를 경찰로 오해하고 제압한 후 급하게 자리를 뜬다.

기호는 상준의 친구 종두의 도움을 받아 지향철이 위독한 어머니의 병문안을 오는 것을 노려 그를 살해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챈 지향철은 저항하지만 기호는 준비한 총으로 그를 쏴 죽이고 탈출한다.

한편 모텔에 남아있던 영하는 기호의 계획을 짐작하고, 지향철을 죽이고 돌아온 기호가 자살하는 것을 말리며 오히려 그의 알리바이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기호의 총을 가지고 성아와 정면으로 마주하기 위해 펜션으로 돌아온다.

한편 성아는 자신의 전시회에서 자신이 그린 그림이 바꿔치기 당하고, 전남편이자 자신이 1년 전에 죽인 시현의 친부인 재식이 출소해 찾아오자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녀는 전시회에서 난동을 부리고 펜션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자신을 펜션에서 내쫓으려 하는 영하의 친구 용채를 쓰러뜨리고, 뒤이어 찾아온 영하의 딸 의정마저 공격한다.

(엔딩)

영하는 총으로 성아를 위협하지만, 의정을 어딘가에 숨겨놓고 인질로 잡은 성아와 협상을 하게 된다.

성아를 예의주시하고 있던 보민은 영하와 함께 계략을 꾸며, 영하가 성아를 상대로 시간을 끄는 동안 의정을 찾아낸다. 그러나 성아는 집안 배경을 이용하고 시치미를 떼면서 법망을 피해간다.

성아는 여권을 찾으러 펜션으로 돌아가는데, 그 때 버려진 총을 주운 재식이 나타나 그녀를 총으로 위협한다. 그리고 영하와 보민 역시 펜션에 도착한다. 영하가 말리는 바람에 보민의 제압은 실패하고, 결국 재식은 유성아를 쏴 죽이고 그녀는 펜션의 수영장에서 죽음을 맞는다.

보민은 지향철을 죽인 것이 기호라는 것을 알아내지만, 진짜 가해자를 놓치고 피해자를 잡고 싶지 않다며 기호의 진실을 덮어준다.

시간이 흘러 영하가 펜션에서 용채와 의정, 기호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엔딩.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윤계상

개구리는 쿵, 소리를 들었다

영하와 상준은 숙박업소를 운영하는데 미친 진상 손님이 찾아와 큰 위기를 겪는다. 그리고 둘 다 피해를 호소할 곳이 없다는 것이 공통점입. (이유는 다르지만)

영하는 자신이 성아의 범행을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켕기고, 성아가 딸을 해칠까봐 경찰에 말하지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는다.

상준의 경우 웬 미친 살인마에 의해 객실이 망가지고 큰 정신적 트라우마를 얻는다. 그리고 그 피해는 매스컴과 대중에 의해 확장된다. 연쇄살인에 대한 흥미본위의 보도와 소문이 이어지면서 그의 가족은 심각한 피해를 입고 무너져 간다.

그런데 아무도 그들이 피해자인 줄 모른다.

그렇게 큰 나무가 쓰러졌는데, 아무도 쿵 소리를 못 들었다고.

‘개구리’라는 키워드와 초반 회차 시작마다 반복되는 내레이션은 드라마의 주제와 이어진다. 뚜렷한 이유도 없는 악의에 피해를 입은 영하와 상준은 (상준의 말하는) 돌 맞은 개구리와 같다. 그런데 그들의 재앙은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주변에 그 소리를 들은 사람도 없다.

그들은 ‘피해자’로도 여겨지지 않는다. 분명히 피해를 입었는데도, 논의에서 완전히 소외된 채 힘든 시간을 보낸다. 드라마는 그 끔찍한 악몽에 대해서 그린다.

…그러나 이 악몽에 답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상준에게는 그를 아껴주는 친구가 있고, 영하도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작지만 끈끈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또 진짜 가해자와 피해자를 간파하는 경찰, 뒤늦게나마 반성하는 기자 등 그들을 알아주는 외부 인물도 있다.

상준은 영하에게 누가 당신의 일에 신경써 줄 것이라 믿지 말라는 슬픈 말을 남기지만, 다행히도 그에겐 (비록 그는 알지 못한다고 해도) 그를 신경써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영하는, 그 자신이 개구리이면서 다른 개구리를 신경써주는 데에까지 이른다.

영하는 마지막에 재식에게 “내 자식 일 아니라고 모른 척해서 미안하다.”라고 사과한다. 그는 성아의 살인이 ‘보이지 않았다’며 모른 척하려고 했고, 자신의 것만 지키는데 급급했다. 그러나 기호의 상실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모른 척하는 것을 그만둔다.

아무도 듣지 못했다고 해도 쿵, 소리는 분명히 났다고.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엔딩

종합평: ★★★

범죄의 배경이 되는 숙박업소가 공포를 자극하는 사악한 공간이 아니라 (<호스텔>같은) 오히려 피해를 받는 입장이 되는 것이 무척 신선했다.

영하는 분명히 펜션의 ‘주인’이지만, 이 공간의 주도권을 성아에게 완전히 빼앗기고 만다. 성아가 펜션 외벽을 칠하고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은 일종의 마운팅이다.

사실 숙박업소는 정말 ‘가만히 있다 돌 맞기 쉬운’ 곳이다. 기본적으로 낯선 사람에게 공간을 마음껏 내맡기는 사업이니까. 업체 주인은 여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이런 배경 설정이 드라마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돋보이게 하고, 수많은 스릴러물 속에서 유니크하게 자리매김한다.

특히 윤계상의 연기는 정말 깊은 인상을 남기며 이정은이 맡은 윤보민 역시 정말 독특하고 매력적인 경찰이다.

그러나 정작 스릴러의 전개는 다소 나사가 빠져있고, 특히 작품의 핵심이 되는 빌런의 카리스마에 대해서는 과대포장이라는 생각을 내내 지울 수가 없다.

카메라 연출에 제법 신경을 쓴 티가 팍팍 나고, 한껏 긴장감을 높여주는 음악도 좋다. 하지만 ‘의미심장함’과 ‘있어보이는 척’은 한끗 차이인데, 스토리의 템포가 별로 좋지 않고 고민시의 연기는 아쉬움을 크게 남겨서 결국 미장센이 “이쁘긴 한데 그래서 뭐”…가 되었다는 게 아쉬운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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