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 솔직히 망작인 거 알면서 봤어.
하지만 <몬스터 헌터 서드>로 입문하고 월드와 아이스본을 팠던 헌터로서 언제까지고 안 볼 수는 없었습니다. 시간이 아까울 거 같아서 딴짓하면서 봤는데도 중간중간 너무 어이없어서 시선을 빼앗김….
영화 몬스터 헌터 리뷰 목차
줄거리
미 육군 레인저 소대장 나탈리 아르테미스(밀라 요보비치)가 이끄는 소대는 사막에서 행방불명된 동료들의 수색 임무를 맡는다.
그러나 수색 작업 중 거대한 폭풍에 휘말리게 되고, 폭풍을 지나자 사막에서 이 세상의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거대한 뼈를 발견하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다. 소대는 뿔이 달린 거대한 용(디아볼로스)이나 거대 거미(네르스큐라)같은 수수께끼의 생물체에 습격당하고, 처절한 사투를 벌이다가 결국 아르테미스를 제외한 전원이 사망하고 만다.
홀로 남은 아르테미스는 절망하지만, 처음부터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헌터'(토니 쟈)를 만나게 되고 그와 티격태격하다가 함께 디아볼로스에게 맞서기로 하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 영화 관객으로서
일반 관객으로서 ‘게임의 영화화’라는 말에서 중요한 부분은 앞이 아니라 뒷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화’.
원작이 뭐건 간에 영화는 볼 만한 영화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니 먼저 제가 <몬스터 헌터>에 500시간을 갈아 넣은 헌터가 아니라는 가정 하에, 일반 관객의 시점으로 이 영화를 비난.. 아니 비난이래. 비판해 보겠습니다.
이고깽이 아닌 이군깽

일단 ‘미군들이 사막 한 가운데서 폭풍에 휩싸여 거대 괴수가 날뛰는 이세계로 날아갔다’는 충격적인 설정. <몬스터 헌터>를 모르고, 이게 게임 원작 영화라는 걸 들으면 ‘원작 게임 설정이 이런가?’ 싶을 텐데 아니에요.
일단, 이런 이고깽-아니 이군깽은 몬헌을 잘 모르는 관객들이 쉽게 몰입하게 만들기 위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낯선 세계 속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이 세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채로 시작하는 게 세계관을 설명하기 쉬우니까.
그런데 그래서 몰입이 되냐?
아니거든요.
관객이 주인공인 아르테미스에게서 매력을 느낄만한 구석은 전혀 없고, 그녀가 군인이라는 점도 스토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안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헌터가 나타나고 밀라 요보비치가 옷을 갈아입으면 왠지 모를 부끄러움이 닥쳐옵니다. 기관총도 씹는 괴수에게 대검 들고 달려드는 장면이나 칼날을 맞부딪히면 불꽃이 튀는 쌍검은 너무… 공수치ㅅㅂ
몬헌의 의상 디자인이 원래 둔중하고 투박하긴 한데, 처음부터 다 같이 코스프레 월드였다면 이 세계가 원래 그렇다는 세계관이라도 유지가 되지 괜히 섞어버리는 바람에 초반에 나온 제법 ‘그럴듯하고’ ‘현실적’인 군인들의 모습과 대조되어 촌스러움이 강조됩니다.
장르의 끔찍한 혼종

영화 자체의 구성도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이게 <몬스터 헌터>라는 점을 잊어버리면(혹은 아예 모른다면), 초반부는 몬스터와 만나 공포에 질리고 도륙당하고, 주인공이 홀로 남는 처절한 서바이벌 영화처럼 보입니다. 뭐, 이건 이것대로 뭔가 괜찮았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낯선 세계에 떨어져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는 “우린 군인이야!” 밖에 없고, 스토리 진행은 별 이유도 없이 질질 끌립니다. 이 와중에 나타난 헌터는 말이 안 통해 답답함을 배가되고, 그와 티격태격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지루합니다.
헌터와 말이 안 통하는 건 이세계물에서 제법 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작중 이 세계에 대한 정보는 죄다 헌터가 손짓 발짓을 섞어서 설명해주는 것으로 한정되는데 이게 루즈한 연출과 맞물려 굉장히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나중에 유창한 영어로 말하는 대단장이 등장하는 편의주의적인 장면을 보면 사실 ‘현실성을 위한 설정’이라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지죠.

그리고 영화가 시작한 지 무려 한 시간이 지나 디아볼로스와 결전을 벌이는 때가 오면, 영화는 멋진 척 하면서 인게임 영상 안 보여주고 장난감 칼 든 연예인으로 때운 N모 회사들의 모바일 게임 CF와 다를 바 없는 얄팍한 판타지 액션으로 바뀝니다.
슬로우 모션을 난무해대는 쌍검이며 밋밋하게 짝이 없는 대검 등 액션 연출도 시원치 않습니다.
실제 게임에서의 모습이 다른 건 둘째치고, 그냥 봐도 전혀 멋있지 않습니다. 초반에 군인들이 기관총을 난사하다가 처절하게 죽어간 장면을 생각하면 번쩍거리는 쌍검이나 거대 도끼의 존재가 너무 촌스럽고 유치합니다.
엉성한 설정과 대충 넘어가는 급전개에, 긴장감과 몰입감을 모아줄 액션성도 없으니 후반부는 그야말로 와르르.
차라리 네르스큐라가 나오는 크리쳐 호러물로 밀고 나가는 게 더 인상적이었을 지경.
무엇이 문제인가 – 헌터로서
게임을 실사화하면서 ‘그럴듯하고 볼만한 영화를 만든다’는 가장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했다면, 기본 정체성인 게임을 드러내는 부분은 어땠을까요.
얼핏 보면 게임을 그대로 영화 속에 옮겨놓는다는 취지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처럼 ‘보입니다’. 몬스터의 CG나 로케 등의 비주얼은 상당히 신경을 쓴 부분이고, 실제로 게임과 똑같은 것들이 조금-아니, 꽤 있거든요.

영화에는 디아볼로스의 뿔이 파괴되는 것이나, 함정과 독을 사용하는 특유의 사냥 방식, 슬링어의 활용, 몬스터의 갈무리, 주방장의 요리, 고기 굽기 등 <몬스터 헌터>, 특히 <몬스터헌터: 월드>를 해봤다면 익숙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몬스터의 CG나 디아볼로스의 포효 소리가 게임과 똑같은 것도 ‘재현도’의 측면에서는 인정할만한 구석이 있어요. 하지만 게임이랑 똑같은 화면을 보고 싶으면 게임을 하겠지.
이 영화의 문제는 이 모든 재현들이 너무 사소하고 일회적이며 조각조각 나있다는 점입니다.
사라진 생태계

문제적인 장면은 여러 개 있지만 헌터로서 이 영화에 느끼는 황당함은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리오레우스한테 불을?
아니 근데 몬헌을 모른다고 해도 상식적으로 불 뿜는 용한테 불로 공격하는 것도 좀 이상하지 않나? 결국 영화에 나오는 용이 리오레우스랑 똑같이 생겼고 등장인물들이 몬헌 코스프레를 하고 있을 뿐, 실제로 <몬스터 헌터>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이나 중심 컨셉은 전혀 들어있지 않습니다.

<몬스터 헌터>가 “거대한 용을 때려잡는 게임”인 건 맞지만, 거대한 용을 때려잡는다고 다 몬헌은 아닙니다. 몬스터 헌터의, 특히 영화의 기반이 된 <몬스터 헌터: 월드>의 핵심 키워드는 ‘생태계’. 몬스터들은 강력하고 파괴적인 힘인 동시에 이 자연을 구성하고 있는 생태계의 일부죠. 그러나 영화 속의 몬스터는 그냥 미쳐 날뛰는 괴수일 뿐이고, 주변 환경과 어떤 유기적인 관계도 없습니다.
사전 지식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본다면, 영화 속의 세계는 황량하고 위협적인 생존 투쟁의 장입니다. 몬스터의 강력함과 주변 환경의 황량함만으로만 따지자면 이건 <몬스터 헌터>가 아니라 거의 <다크 소울> 수준이에요.
특히 리오레우스가 ‘탑을 지키는 불뿜는 드래곤‘이라는 지극히 인위적이고 기능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어이가 없는 부분.
밀려난 사람들
조사단과 헌터의 묘사 역시 피상적인 흉내에 그칩니다. 조사단은 그 목적이나 행동은 거의 전혀 드러나지 않는 코스프레 집단입니다. 게이머라면 <몬스터 헌터 월드>에 나온 대단장과 5기 조사단원들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환경 생물급 존재들. 이렇게 스토리와 설정이 엉성하고 대충인데 정성 들인 카메오 출연을 끼얹는다고 해서 그다지 달라지는 건 없어요.
게다가 헌터가 상당히 원시적으로 묘사되는 부분도 기분 나쁜 부분.
몬헌은 비주얼 컨셉에서 야성미를 강조하긴 하지만, 증기 기관을 사용하고 신대륙으로 대규모 탐사단을 파견할 정도로 기술력이 있는 문명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헌터는 ‘미개한 원시인’의 스테레오타입으로 묘사됩니다. 백인 주인공이 원주민에게 초콜릿을 주고 환심을 사는 장면은 진심 2020년대 영화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경솔합니다.
물론 이 경솔함 때문에 중국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터져 중국 흥행을 말아먹은 인과응보를 치르긴 했지만.
종합평: ★☆
종합해보면, <몬스터 헌터> 영화는 시원하고 화끈한 액션물을 기대하고 찾은 머글이나, 크아아앙 울부짖는 리오레우스를 보기 위해 영화를 보는 헌터 어느 한쪽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한 어중간하고 어설픈 작품입니다.
그나마 <몬스터 헌터 월드>를 플레이했다면 영화 내내 빙고 맞추는 느낌으로 게임 속 장면을 찾아보는 놀이는 해볼 수 있을 듯. 그러나 기본적인 컨셉과 세계관을 이해하지 못하고 겉핥기로만 만들어낸 이 껍데기 월드는 실제 게임과는 매우 큰 괴리가 있습니다.
그냥 한 시간 반짜리 라이브액션 CF를 본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