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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 인 보더랜드 시즌2 리뷰: 있던 장점이 다 사라진 후속작

넷플릭스 일드 아리스 인 보더랜드

살인 나라의 남자 앨리스

제목에서 보이는 대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비튼 설정이 특징.

게임에 빠져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고 있던 아리스는 친구들을 만나 외출한 어느 날, 시부야 한복판에서 불꽃놀이를 목격한다. 그리고 잠시 실내에 들어갔다가 나왔을 때 그들은 갑자기 아무도 없는 시부야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이곳은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계.
곳곳에서는 트럼프 카드의 모양과 숫자에 따라 각기 다른 규칙의 ‘게임’이 진행되고, 패자는 목숨을 잃는다.

게임에서 이겨서 일정 기간의 ‘비자’를 연장하지 못하면 즉결심판 당하기 때문에 결국 목숨을 걸고 게임을 계속 플레이해야 하는 상황.

아리스는 친구들의 희생으로 혼자 살아남고 한때 삶의 의지를 잃지만, 새로운 동료들과 만나 모든 게임을 클리어해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데…..

데스 게임을 다룬 작품은 매우 많고, 기본적인 구조나 전체적인 트릭은 다 비슷비슷하다. 여기에서 다른 작품과 차별화를 하려면 ‘게임 규칙의 디테일’이 중요.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특징은 트럼프 카드대로 게임 분야와 난이도가 나뉜다는 것(숫자가 높아질수록 난이도가 올라가고, 스페이드는 체력전, 클로버는 협력전, 다이아는 지능전, 하트는 심리전)과 플레이어들이 넓은 필드를 돌아다니면서 직접 게임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

이 특징으로 인해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마치 필드를 돌아다니면서 캐릭터를 조합해 미니 게임에 도전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 등장 캐릭터들의 특기 분야가 명확하게 나눠져 있고, 그걸 게임의 종류에 따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도 게임의 직업군을 연상케 한다. 

전투력에 자신 있는 우사기나 쿠이나는 주로 스페이드 게임을, 아리스 일행은 서로 모이면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는 클로버 게임을 선택한다.

주인공인 아리스는 육체적으로는 연약하지만 하드 게이머라서 판단력과 게임 감각이 좋다는 설정. 아리스의 강점은 게임 룰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발상의 전환과 특유의 정의감이다. 얼핏 봐서는 도저히 통과가 불가능해 보이는 게임을 아리스가 파훼하는 게 매우 통쾌하다. 

솔직히 시즌1은 꽤 재미있게 봤어요. 일본 특유의 오버스러운 스타일링과 연기는 뭐 그냥 나도 오타쿠니까 관대하게 넘어가고, 무엇보다 잔혹하고 복잡한 게임 설계와 그 파훼법이 상당히 흥미로웠기 때문.

트럼프카드 얼굴 그림 데스게임

그래서 저는 이제 한 단계 어려울 것이 분명한 얼굴그림(잭, 퀸, 킹) 게임이 시작되는 시즌2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랬었다.

폐허가 되어버린 시부야의 모습

시즌1보다 나아진 것

먼저 예의상 장점부터 말하자면 시즌2에 들어 게임 스케일이 커지고, 그럴듯한 세트장과 CG 활용이 돋보인다. 황폐화된 시부야가 식물에 뒤덮인 풍경이나 많은 엑스트라 등을 보면 제작비를 상당히 들였다.

게임 자체도 한층 더 복잡해졌다. 조건이나 규칙이 많아서 게임 룰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에 꽤 시간이 걸릴 정도. 시즌1에서의 몇몇 게임은 스케일과 관련 없이 발상의 전환만으로 클리어가 가능하거나 혹은 다른 곳에서 빌려온 트릭(전구 게임 같은)이 있었지만, 시즌2의 게임들은 전부 전용 세트장을 가지고 있고, 게임의 룰도 독창적이고 복잡하다.

게다가 이번 시즌에서는 대놓고 상대편-보더랜드의 ‘국민’이 등장해 본격적인 대결 구도가 이루어졌다. 게임이 좀 더 강렬하고 흥미로워지는 요소.

특히 치시야가 참여한 게임에서 복잡한 게임 룰과 그에 따른 치열한 심리전 전개가 빛을 발한다.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주인공 파티

시즌1에 있었는데 시즌2에 없어진 것

그러나 ‘스케일’을 제외하고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대표적으로…

긴장감.

시즌1에서는 누가 죽을지 몰라서 매번 쫄렸는데, 시즌2의 초반부는 대부분 아는 사람이라 ‘얘는 여기서 안 죽겠지’ 싶고, 심지어 시즌1에서 분명히 죽은 것처럼 보였던 캐가 여럿 살아서 등장한다.

게다가 드라마의 목적을 ‘교훈과 감동’으로 전환하면서 긴박감을 주는 순간의 연출도 너무 늘어지고 플롯 아머가 심하다. 스페이드 킹이 난사한 총에 엑스트라가 분당 30명씩 죽는 걸 지루하게 보여주면서, 정작 주인공 일행은 머리에 총을 맞거나 지근거리에서 자동소총을 수십 발 맞고도 안 죽고 기어서 수십 미터를 이동해 동료와 재회하는 미친 맷집을 자랑… 

심지어 게임에서 지면 레이저로 즉결심판 당하는데, 이번에는 악역(국민)들을 미화하느라 그들이 온갖 헛소리를 해대고 눈감고 폼 잡으면서 “이것이 죽음인가..” 이딴 말을 하면서 바람을 느낄 때까지 기다려준다. 

게임의 퀄리티와 전략성도 너프. 정확히 말하면 게임 자체는 괜찮은데 아리스가 플레이하는 방식이 너무나도 재미가 없다. 

스페이드킹은 게임조차 아니고(룰도 알려주지 않은 일방적 학살), 클로버 킹이나 스페이드 퀸 게임은 규칙이 상당히 잔혹하고 흥미로웠지만 아리스가 역경을 돌파해낸 건 우정과 근성에 기반한 거지 유효한 ‘계획’은 아무것도 없다. 

우정 놀이와 교훈질을 해대다가 데스 게임이라는 드라마의 기본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리스 인 보더랜드 시즌2의 치시야
개인적으로 시즌1에선 치시야 별로 안 좋아했는데 시즌2에서는 치시야만 기다림…

아리스가 나오는 부분보다 오히려 치사야가 혼자 플레이하는 게임들이 훨씬 재미있다.

치시야의 파트에서는 게임의 긴장감이 신파와 감성팔이를 이기기 때문. 치시야가 일부러 어려운 지능전을 골라다니는 경향이 있기도 하지만, 진짜 제대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그의 방식이 게임 자체에 집중하게 만든다.

게다가 치시야는 시즌1에서 아리스를 배신했던 적이 있고 나머지 일행과 상당히 거리를 두기 때문에 주인공 보정이라고 보기도 애매함… 또 자신의 속내를 거의 말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이고 유치찬란한 대사가 없다. 게다가 같은 게임에 참여한 상대도 다 만만치않은 미친놈들이라 매우 흥미진진.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주인공 아리스와 우사기

원래부터 없던 것

한편 드라마가 시즌1에서 가지고 있었던 나름의 신선함을 위의 이유로 잃어버리자, 원래 가지고 있었던 단점은 더욱 극대화된다.

그중 대표적인 하나는 유치한 대사와 오버스러운 연기.

왜 하나라고 해놓고 2개냐면 일드에서 이 두 가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 

대사가 개판이라 그럭저럭인 연기도 너프당하는 건지, 눈뜨고 보기 힘든 연기 때문에 문화적 허용으로 봐줄 수 있는 대사가 더 지리멸렬한 건지 모르겠음…

그리고 아리스 역의 배우는 놀라울 정도로 연기가 퇴보했다.

시즌1에서는 가끔 연기가 튄다 싶을 뿐이지 극단적인 환경에서의 절박함 같은 건 꽤 열심히 살렸는데, 시즌2에서는 등장 첫 장면부터 표정만 이상하게 일그러뜨리고 전혀 전달력이 없다.

전형적인 일본 감성
의상과 가발은 둘째치고 저 손짓과 눈 뜨는 방식과 표정과 대사 처리까지 총체적 난국

뭐, 문제는 아리스만이 아니고… 솔직히 일드에서 현실적인 연기를 바라진 않아. 그런 건 없어.

일본의… 뭐라고 하지.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영화, 드라마와 그냥 예능 등 방송 프로그램은 ‘캐릭터성‘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테이블 위에 팔꿈치를 대고 두 손을 깍지 낀 채 얼굴에 가져다 대고 있는 샤프한 안경남, 히메컷에 공주풍 의상을 입고 “후훗”하고 웃는 하라구로 속성의 여자.

어느 작품이건, 이름이 뭐건, 외모만 살짝 바뀌고 행동 패턴이나 대사나 특징이 다 똑같다. 한 명 한 명 독자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정형화된 ‘캐릭터성’밖에 없는 것.

여기에 “이것이 죽음인가…”같은 지극히 만화적인, 현실에서는 아무도 하지 않을 어색하고 유치하고 뻔한 대사들이 더해지면 더욱 괴로워진다.

“여기가 아닌 곳에서 만났더라면 친구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훗, 우린 이미 친구잖아?”

같은 소름끼치는 대사 수준… 

일본 소년 만화 같은 걸 좀 봤다면 대사 나오기 0.5초 전에 미리 읊을 수 있을 정도로 모두가 다 엄청나게 뻔하다.

아리스 인 보더랜드 시즌2 큐마 역의 야마시타 토모히사
시청각적으로 정말 스트레스…

없는 게 나은데 있는 것

사실 시즌1에서도 신파가 적지 않았고 주요 장면마다 갑자기 구구절절 사연 타임이 시작되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아리스와 그의 일행이 보더랜드에서 서로 목숨을 빚져가며 살아남는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

시즌1의 핵심은 ‘게임을 통한 생존’이었기 때문에 중간중간 찐한 감성팔이가 있어도 주제를 잡아먹진 않았고, 새로운 캐릭터를 소개하고 구축하는 과정이기도 했기 때문에 사연을 설명하는 부분은 넘어갈 만했음..

그런데 시즌2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매우 적극적으로 교훈을 전개해 나가기 시작한다.

… 문제는 그게 정말 설득력이 없다는 거.

이 드라마의 주제를 정리하면 ‘점점 서로에게 잔인하게 변하기 마련인 적나라한 환경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인간성을 유지하는 이들이 승리한다‘ 정도가 되겠지만, 

그것을 나타내주는 깊이 있는 대사도,
세련된 연출도, 
배우의 섬세한 연기도 없습니다.

“난 희망을 가지고 계속 살아갈 거야!” “이 세계에서 나는 사람의 따뜻함을 알았어.”같은 만화적인 대사가 둥둥 떠다닐 뿐. 

상황에 대한 어떤 심층적인 고찰 없이 모든 걸 추상적이고 유치한 대사로 대충 때우기 때문에 인물들에게 이입하기가 매우 힘들다.

또 보더랜드의 정체와 진실을 파헤치는 것을 드라마의 또 다른 큰 골조로 삼고 있으면서도, 그 탐색 과정은 그냥 국민들에게 물어보고 그들이 “응 그건 다 끝나면 알게 될 거야”라고 말하는 것의 반복. 미스터리물치고 매우 나태함

종합평: ★★

<아리스 인 보더랜드> 시즌1은 종종 튀는 몇 개의 단점이 있긴 하지만 꽤 신선하고 흡인력 있는 데스 게임이었다. 그러나 시즌2는 가끔 몇 개의 장점이 있을 뿐인 지루하고 유치하고 오버스러운 일본 드라마다.

지난 시즌을 재미있게 보았던 입장에서는 매우 실망.

이번엔 긴장감 있는 게임의 재미보다는 인물들의 감정 묘사와 교훈질에 집중했는데, 유치 찬란한 대사와 끔찍한 연기 수준 덕분에 그마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CG를 비롯해 화면 연출은 꽤 그럴듯하지만 스타일링과 작위적인 전개 때문에 좀 깎아먹고, 주인공 배우의 연기력 하향이 심각한 편. 

그나마 나름 꽉 닫히는 엔딩(좀 많이 작위적이고 유치한 감은 있지만)은 시즌을 완결짓는다는 느낌이라 찝찝한 느낌은 없고, 여배우들의 육체미와 치시야 주연의 게임은 시즌2의 얼마 안 되는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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