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인전
- 장르: 액션, 범죄, 스릴러
- 감독: 이원태
- 출연: 마동석, 김무열, 김성규
- 개봉: 2019년 5월 15일
흥미로운 소재와 좋은 배우들을 가지고 중반부까진 그럭저럭 볼 맛이 나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단 한명의 캐릭터 구축에 크게 실패해서 모든 게 밍밍해졌다.
돌돔으로 매운탕을 끓였는데 고춧가루마저 덜 넣은.
종합평 : ★★
※ 악인전 리뷰와 결말 해석: 본 리뷰에서는 영화의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악인전 줄거리
어느날 밤, 인적이 드문 도로 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차를 뒷차가 들이받고, 앞차 주인은 이를 따지러 차에서 내린다. 우비를 뒤집어쓴 뒷차 운전자는 사과를 하는 듯하면서 다가와 그를 칼로 잔인하게 찔러 살해한다.
충남천안경찰서의 강력반 형사인 정태석(김무열)은 충남 일대에서 벌어진 일련의 살인 사건들이 연쇄살인임을 직감한다. 그러나 평소 문제를 일으키는 그의 성격 때문에 아무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
한편, 대규모 폭력 조직 제우스파의 두목인 장동수(마동석)는 비오는 날 홀로 운전을 해 집으로 돌아가던 중 가벼운 추돌 사고를 당한다. 동수는 크게 개의치 않으며 뒷차의 운전자에게 그냥 가라고 하지만, 그 순간 칼에 찔린다. 그는 결국 중태에 빠져 큰 수술을 받은 후 겨우 깨어난다.
소식을 들은 태석은 장동수 사건 역시 동일한 연쇄살인범의 짓이라 생각하고 그에게 증언을 들으려 하지만, 동수는 조폭 두목의 위신을 떨어뜨린 범인을 직접 잡아 죽이려 한다.
그러나 동수는 경찰의 정보를 얻기 위해, 그리고 태석은 독자적으로라도 연쇄살인범을 쫓기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한다. 단, 동수가 범인을 먼저 잡으면 그의 뜻대로 범인을 죽이고, 태석이 범인을 먼저 붙잡으면 체포해서 법의 심판에 넘기는 조건으로.
※결말 스포일러※
태석과 동수는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공조 수사를 하면서 연쇄살인마 K의 단서를 쫓아 그를 몰아넣는데 성공한다.
동수는 태석을 따돌리고 K를 납치해 잔인하게 고문한다. 그러나 태석은 동수를 쓰러뜨리면서까지 K를 구해내고, 결국 K는 경찰에 넘겨지게 된다.
그러나 태석은 심문 과정 중 K의 뻔뻔하고 비인간적인 언행에 큰 분노를 느끼고,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사형 판결조차 받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에 절망하는데…
재판 당일.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자신을 벌할 수 없다고 오히려 큰소리치는 K 앞에 그에게 칼에 찔렸다가 살아난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 장동수가 나타난다. 동수의 증언과 증거 덕분에 K는 사형 판결을 받는다.
그러나 장동수 역시 자신에게 걸려있던 불법게임장 등의 범죄 혐의로 체포당한다. 그도 역시 재판을 받고 교도소에 이송되는데….
사실은 태석이 동수를 찾아가 K를 심판하기 위해 자수하고 재판에서 증언해줄 것을 부탁했던 것. 이에 동수는 자신을 K와 같은 교도소에 넣어주는 조건을 걸었고, 태석은 이를 받아들인다.
그렇게 교도소에 들어온 동수는 자신과 눈이 마주친 K를 보고 웃는다. 그리고 샤워장에 혼자 있던 그 앞에 나타난다.
“사내 셋이 목숨을 걸고 게임을 했으면, 끝을 봐야지.”

The Gangster: 아는 마동석
‘험악하고 강인하지만 은근하게 인간미 있는’ 조폭 두목 장동수는 그야말로 마동석의 특기 캐릭터. 사실 이제 좀 식상할 때도 되었는데 이런 캐에 마동석은 워낙 사기적인 치트키고, 다른 인물들과의 케미도 좋아서 극에 설득력과 활기를 불어넣는다.
장동수는 원래 ‘악인’이고, 그의 목적은 처음부터 명백하게 살인이었다.
그러나 동수가 K를 피떡으로 만들어놓으면서 “넌 죽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가 단순히 자신을 찔러서 가오를 손상시켰기 때문만은 아나다. K가 죄없는 사람을 죽이고 살인에서 쾌락을 느끼는 모습은 조폭 두목임에도 웬만하면 선을 넘지 않으려고 하는 동수와 대비된다.
그는 약자에겐 손을 대지 않는다. 뒷차 과실 100%로 추돌 사고를 당하고도 그냥 가라고 하거나, 비를 맞는 여고생에게 우산을 주는 장면에서도 알 수 있다.

또한 친구라는 이유로 유상도를 봐주고, 태석이 마구잡이로 욕하고 달려들어도 귀찮아할 뿐 대충 제압하거나 자기가 맞춰주는 정도로 그친다.
특히 태석이 눈 앞에서 사람이 죽은 것을 보고 멘탈이 나가자 시크하게 그를 돌려보내고 뒷처리는 자기가 하는데, 건드리면 안될 사람과 넘으면 안될 선을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다.
그래서 태석도 동수에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스며들어서 매번 야, 너, 라며 하대하던 그가 무심결에 고개를 돌리고 술을 마실 뻔, 그러니까 장동수를 인정해 버리…ㄹ뻔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작은 인간성의 반짝임에도 캐릭터의 본질은 흐려지지 않고, 여전히 살벌한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마블리 이미지가 강하고, 어쨌든 장동수가 정태석한테 봐주고 들어가는 뉘앙스라 나름 젠틀(?)한 느낌인데 엔딩에서 감옥에 들어오면서 웃는 장면은 진짜 소-오-름.
와 진짜 조폭 두목같았음………진짜로 진짜……

The Cop: 진짜 악인전
<악인전>이라는 제목은 사실 초반엔 의아하게 느껴진다. 정태석은 상또라이긴 해도 나쁜 놈은 아니니까. 오히려 조폭의 회유나 뇌물도 안 통하고, 범인을 잡기 위해 모든 것을 거는 형사다. 그리고 그린 듯한 시발데레
김무열은 몸을 키워도 얼굴선이 얄상하고 눈빛이 날카로워서 늘 배역에 섬세한 뉘앙스를 주는데, 이번에도 형사답게 강건한 체격과 깡다구에 미워하기 힘든 매력, 일종의… 뭐랄까, 순진함? 을 담아냈다.
장동수는 아무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거물에 압도적인 무력까지 가지고 있지만 (심지어 나이도 위일 텐데) 태석은 동수에게 시종일관 하대와 쌍욕을 시전한다. 왜? 저 놈은 그래봤자 양아치 새끼고 난 경찰이니까.
그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형사라서 매사에 그렇게 당당하다.
그래서 그토록 바랐던 연쇄살인마를 체포하고 그는 피투성이에 너덜너덜한 꼴로도 환하게 웃으면서 경찰서에 들어왔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태석은 떳떳한 방법으로는 K에게 합당한 법적 처벌을 내릴 수 없다는 걸 깨닫자 결국 사건을 조작하고 위증을 교사한다. 그 대신 장동수가 K를 죽이는 것을 묵인하고 동조한다. 사실상 같이 죽인 거나 마찬가지.
동수를 차로 치어버리고 K를 구했을 때 태석은 “미안하다. (네가 K를 죽이게 내버려두지 않아서) 그래도 내가 경찰인데.”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동수의 조건을 들어준 순간, 정태석은 그의 경찰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

그래서 K의 사형 판결을 받아내는 재판 내내, 그 공로로 표창까지 받는 순간까지도 그의 표정은 굳어있다. 그 역시 이제 빼박 악인이 되었기 때문.
따라서 제목인 ‘악인전’의 의미는 엔딩에서야 완성된다.
모두가 나쁜놈인 이야기.

The Devil: 싸이코패스의 수치
앞선 형사와 조폭 두목의 서사, 그리고 이 영화를 완성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 이 악마다.
문제는
이 악마가
너무
별 거 없어.
K가 사람을 퍽퍽 죽이고 다닐 뿐인 살인 행적에 악마성을 느낄 여지가 별로 없다. (그렇다. 사실 사람을 죽이면 다 악마라고 해야 하지만 이놈의 현대 사회엔 ‘그냥 싸패’ 정도론 악마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의 악마성을 나타내는 아이템과 연출도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뻔하고 얄팍하다.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니까 책장엔 <양들의 침묵>이 있을 거고, 왠지 모르게 음산하게 어항을 잔뜩 방치해 놓고 있을 거고, 삐뚤어지기 전 가족 사진을 가지고 있을 거고… 뭔가 여기저기서 본 연쇄살인마 특징을 대충 짜깁기해놓은 것 뿐이고, K 본인의 동기나 광기가 크게 드러나는 부분이 없다.
김성규의 살벌한 연기력 덕분에 고문받으면서 실실 쳐웃는 건 조금은 오싹할 뻔 했지만, 그 상황에 삶과 죽음이 내 손에 어쩌구 라는 믿을 수 없는 저질 대사가 튀어나온다. 이에 비하면 장동수의 “좆같은 소리하네 시발새끼야”가 훨씬 수준높게 들릴 정도.
상당히 충동적으로 살인을 하고 다니는 주제에 지나치게 강하고 신출귀몰한 점도 오히려 푸쉬식. 모든 증거를 ‘지문 지웠다’로 해결하면 단가.
영화는 명백하게 “이놈이 악마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보는 입장에서 연쇄살인마 K는 무섭기보단 좀 짜증난다.
인물의 행동이나 심리 묘사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냥 붙잡혀서 형사 앞에서 맞을 소리 하는 걸로 ‘악마성’을 표현하니 이게 너무 짜친다. 그래서 동수가 개인적인 원한을 넘어 K에게 분노하거나 태석이 무너진 이유가 굉장히 약해져버리고 말았다. 결국 영화가 밍밍해지는데 가장 큰 원인.
레퍼런스로 <악마를 보았다>나 <세븐>, <양들의 침묵>을 들 수 있겠지만 전혀 못미침… 그 외에도 넷플릭스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싸패만 몇 천명인데 이렇게 별볼일 없는 싸패라니.
얘는 진심 싸이코패스의 수치임…

종합평 : ★★
일단 대단히 재밌게 시작하는 플롯에, 형사와 조폭 두목이 서로를 놀리고 엿먹이고 패고 통수치는 티키타카가 유쾌하다. <범죄도시>만큼은 아니더라도 사이사이에 유머가 섞여 있고, 특히 마동석과 김무열의 케미는 살벌한 분위기를 꽤 누그러뜨려 준다.
그러나 좋은 재료들을 무슨 인센스용 미니 라이터마냥 턱없는 화력으로 요리해 결과물은 밍밍…
전반적으로 영화 전체가 꽤 재미있고 볼만한 장면들 사이를 작위적인 전개로 대에에에충 이어놓은 느낌. 동수와 태석의 관계가 조폭과 형사들이 협업하는 것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도 조금 무리수가 있으며, 조폭 백여 명이 대열 갖춰 서있다가 형사의 지시에 넵! 하고 출동하는 장면같은 건 유치해서 곤란…
특히 K 관련해서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긴다.
태석이 대충 떠맡은 유괴 사건이 또 K가 저지른 짓이라는 것도 우연의 일치고, 장동수가 우연히 버스 정류장 옆에 서 있었는데, K가 우연히 그 정류장을 지나는 버스를 타고 있었다는 전개 같은 거.
이런 헐거움이 결국 매력적인 플롯과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서 스토리를 계속 이끌어나가는 힘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그냥 속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인 것도 아니니 정말 애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들과 좋은 연기가 있었다. 이렇게 좋은 재료들로 이것밖에 못 만들었어? 싶어서 화가 나다가도 그냥 주섬주섬 주워먹게 되는… 그런 밥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