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이
-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 전 6화
- 장르: 공포, 판타지
- 감독: 장건재
- 각본: 연상호
- 출연: 구교환, 신현빈, 김지영
- 공개: 2022년 4월 29일
전반적으로….어디서부터 뭘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드라마가 진짜 개발새발 철근만 대충 쌓아올려 지은 부실 건물 같은 느낌.
눈을 가린 저주받은 불상, 폐쇄된 농촌이라는 배경 설정은 꽤 매력적이지만, 드라마 자체는 밋밋하기 짝이 없고, 모든 전개가 작위적이고 멍청, 캐릭터는 비호감. 심지어 무섭지도 않다!
괴불처럼 묻어놔야 할 작품이다. 영원히.
종합평 : ★

괴이 줄거리
작은 시골 마을인 진양군에서 고려 시대 불상이 발굴된다. 진양군수 권종수(박호산)는 불상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불상의 눈이 가린 천을 치우고 군청 로비에 전시한다.
그러나 해당 불상이 단순한 불상이 아니라 저주받은 ‘괴불’이라는 것을 안 불교학자 일주 스님은 오컬트 전문가인 정기훈(구교환)에게 조사를 의뢰한다. 기훈은 진양군에 살고 있는 아내인 수진(신현빈)에게 도움을 청하고, 수진은 떨떠름해 하면서도 괴불의 문양을 해석한다.
한편 진양군에는 갑자기 새카만 비가 내린다. 대책을 의논하기 위해 군청에 모인 사람들. 그러나 갑자기 다들 폭력적으로 돌변해 서로를 죽이기 시작하는데….
수진이 진양군청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기훈은 역시 군청에 있는 아들을 찾아가려던 파출소장 한석희(김지영)를 만나 동행하기로 한다.

이 드라마의 유일한 장점
이 드라마의 장점은 딱 하나다.
짧은 거.
30분(오프닝, 크레딧 제외하면 더 짧은)짜리 6화니까 시간을 낭비해도 2시간 조금 넘는 정도. 와! 정말 다행이다.
전반적으로….어디서부터 뭘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드라마가 진짜 개발새발 철근만 대충 쌓아올려 지은 부실 건물 같은 느낌.
현관문과 입구까지는 그래도 멀쩡하다. 2화까지는 ‘뭔가 하려고 하는 게 있는 건가?’란 심정으로 봄.. 저주받은 불상, 폐쇄된 농촌이라는 배경도 꽤 그럴듯하고. 약간.. 신 하야리가미같은 느낌도 들고….사이렌?
그러나 이 소재와 배경에 비해 드라마 자체는 밋밋하기 짝이 없다. ‘저주받은 괴불이 사람을 미치게 해서 인물들이 고립된다’는 기본 줄거리 시작이자 끝이다. 모든 전개가 작위적이고 멍청.
통화량이 폭주해서 112에 신고가 안된다고 하는데, 그럼 진양군 밖에 있는 사람에게 전화해서 신고를 부탁해도 되는데 아무도 그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인터넷도, 통신도 아무것도 끊기지 않았는데 아무도 바깥에 연락을 안해. 기훈이 스님과 통화를 하면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는 것을 생각해보면 더 어이가 없는 부분.
게다가 군수나 용주는 그저 이야기를 전개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얄팍한 반동 장치일 뿐이고, 이들에게 휘둘리는 시골 사람들은 단체로 지능이 의심스럽다. ‘시골 어르신들이니까 순박하고 물정을 잘 모르시겠지’라는 편견과 비하로 넘어가야 하는 건가? 이 부분?
그리고 경찰인 석희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 통화를 하면서 무슨 상황인지, 지원이 필요한지 아닌지 제대로 묻지도 않는다. 전화를 받는 쪽에서도 ‘사람들이 미쳐서 서로를 막 죽인다’는 말 한마디만 했어도 대비는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거 없고.
인간들이 한심한 건 둘째치고, 오컬트의 중심이 되는 괴불도 포스가 없다. 사람을 미치게 하는 시간이 오락가락하는 작위적인 전개나 악귀의 정체같은 것도 그냥 빠르게 설명조로 넘어가는 배경 설정일 뿐.

스토리: 한심한 기량
드라마에서는 템포가 중요한 법. 하나의 이야기를 쪼개는 거니까 전체적인 균형을 생각하면서 다음 화로 연결해야 하니까. 하지만 <괴이>의 스토리 템포는 매우 나빠서, 그다지 길지 않은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전개가 심각하게 늘어진다.
주인공인 기훈이 사건을 인식하고 석희와 함께 진양군으로 향하는 게 3화 끝나기 5분 전이고, 괴불을 본 사람들이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걸 알게 되는 게 5화. 6화 중에. 참고로 괴불의 공격 방식이나 대응책은 다 스님왜건이 설명해줌
그동안 드라마가 한 거라고는 사람들이 좀비처럼 날뛰고 수진이 멍때리고 있거나 용주가 도경을 패거나 군수가 헛소리하는 장면의 반복뿐이다. 물론 각각의 사건 자체는 의미가 있는데, 이걸 두세번씩 반복을 하니까 문제라고요.
예를 들어 용주가 불쑥 사람을 죽이겠다고 난리를 치고-도경이 여기에 개겼다가-용주가 그를 패는 전개가 나오고 또 나온다. 또 수진의 환상도 처음엔 좀 긴장감이 있다가 (어차피 진짜가 아니라는 거 아는데) 자꾸만 반복되면서 결국 지루함을 유발하게 된다.
드라마 자체가 저능한 게 곳곳에서 티가 난다. 뭔가 할 것처럼 우산을 집어들고 나오더니 별로 무기로 쓰지도 않고, 사건이 일어날 것처럼 해놓고 상태를 원상복귀해 버리는 등 나사가 와르르. 그러면서 아이의 인형같은 아이템은 클리셰를 골수까지 빨아먹어요 아주.

캐릭터: 호감의 전멸
캐릭터가 망했는데 스토리가 사는 경우는 거의 없고, 스토리가 망해도 캐릭터가 사는 경우는 종종 있다만.
<괴이>는 전멸이다.
초반에는 의욕적으로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1화만 보면 거의 군중물… 하다못해 지나가던 택시 기사까지 뭔가 있는 것처럼 등장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변 인물들은 수진을 군청에 데려왔다 죽는 이웃집 아줌마나 파출소 후배처럼, 얼굴 도장 대충 찍고 죽을 용도로만 소비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심각하다기보단 산만.
주요 인물들의 행동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고 비호감인 것도 문제.
예를 들면 아이를 잃은 아픔을 겪고 이 때문에 스스로의 지옥에 빠진 수진과 그녀를 보호하려고 하는 도경은 분명히 시청자가 보고 아껴야 하는 인물이지만, 전혀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
용주는 분명 성격 삐뚤어져서 아무런 근거도 없이 사람 죽이고 싶어하는 깡패인데 묘하게 얘가 하는 말이 대충 다 맞음.(….) 반대로 마땅히 동정받아야할 수진은 저세상 민폐고, 도경의 정의로운 행동에는 당위성이 하나도 없어요.
악귀에 씌인 수진에게 죽을 뻔한 도경을 용주가 구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도경은 수진을 죽이려는 용주를 막는 요상한 전개가 아무렇지도 않게 이어진다. 도경과 용주의 과거를 봐도 납득이 가기는커녕 오히려 도경이 더 이해가 안가고 정이 떨어짐…
연출조차 캐릭터를 밉상으로 만든다. 수진이 멍하니 입을 벌리며 서서 멘탈이 나가는 장면도 한두번이 아니라 나중 불쌍하기는커녕 짜증이 나는 수준.
행동의 심각한 작위성도 짜증에 기름을 붓는다. 수진이 딸아이를 잃어버린 장면이 대표적. 갑자기 안전벨트가 안 풀리질 않나, 풀고 나와선 굳이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애를 불러세우고 애는또 그걸 그 자리에서 서서 돌아보고 손을 흔들다 차에 치임….. 한문철 나오면 불탈각
이건 비극이 아니라 가관임…….
그나마 막판엔 수진이 정신을 차리고 활약하긴 하지만, 이건 기훈이 민폐로 전락하고 그 사이를 수진이 만회하는 자리 바꿔치기에 불과하다. (참고로 석희와 도경은 괴불의 눈을 가린 종이가 떨어지자마자 다시 환상 속에 빠졌는데 수진은 그런 거 없이 회복하는 편의주의적 전개는 덤)
경찰관인 석희는 초자연적인 현상에 당황하면서도 기훈을 돕는 괜찮은 캐릭터가 될….뻔했으나 임마를 난무하는 어색한 대사와 나사빠진 행동으로 없느니만 못한 인물이 된다.
그나마 기훈은 답답함을 유발하지도 않고 유일하게 좀 낫지만 그건 그가 워낙 유능하고 빠릿하기 때문, 그러니까 나쁘게 말하면 그냥 대놓고 사건 해결을 위한 존재이기 때문.
중얼중얼 혼잣말을 해대는 유치한 캐릭터성은 전적으로 구교환이 살렸지만 텅텅 빈 서사는 뭐 어떻게 메꿀 방법이 없다.

심지어 안 무서움
백내장 낀 사람들이 낫이나 식칼을 들고 설치는 건 무서우라고 만든 장면일 터. 나중엔 예초기까지 등장하고, 살해 장면이나 노골적인 음향 효과는 대놓고 높은 수위를 자랑한다.
하지만 그게 굉장히….. 뭐라고 할까, 피상적?
자극적이긴 한데 이런 장면들이 불필요하게 길고, 공포스러운 설정(‘마음 속에 있는 자신의 지옥을 본다’)을 충분히 살리지 못해 무섭다기보단 굳이 쇼한다는 느낌. 순박한 농촌 사람들이 왜 하나같이 이렇게 억압된 기억들을 가지고 있는 건지는 둘째치고 모두들 몰개성하게 “죽어! 죽어!”만 외치니 그 심상을 짐작할 여지도 없다.
미장센이 인상적인 것도 아니라 그냥 흔하디흔한 좀비들에게 날붙이를 쥐어준 수준. 그리고 피해자들의 행동에도 개연성이 빠져 있으니 공포가 와닿지 않는다. 멍청함이 공포를 압도하고 마는 게 진짜 공포.

종합평 : ★
정말 어쩌려고 이렇게 답도 없는 걸 만들었을까, 티빙은?
물론 처음에는 괴불이라는 설정과 축축한 농촌 풍경으로 뭔가 그럴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정말 기본 줄거리 딱 한 줄(괴불이 발견되어 마을에 이상 현상이 일어난다)만 가지고 나머지는 대충 쌓아올려 안은 텅텅. 설정과 캐릭터의 빈약함은 도무지 뭘로도 채울 수가 없을 정도.
PS2 시절의 <사이렌>이 더 무섭다 ㄹㅇ로…
<곡성>, <사바하>, <손 더 게스트> 등 한국적 오컬트물의 포텐셜이 충분히 증명된 시점에서 오히려 이런 게 나왔다는 점은 아쉽기 짝이 없다. 그리고 심각한 전개에 비해 매우 성의없는 엔딩은 어이없게도 대놓고 시즌2를 홍보하는데, 귀불처럼 묻혀서 다시는 시즌2 안나오길 바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