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편에 이어 바로 봐서 더 실감나게 별로였던 <독전2>의 리뷰.
독전2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 장르: 범죄, 스릴러
- 감독: 백종열
- 출연: 조진웅, 오승훈, 한효주, 차승원
- 공개: 2023년 11월 17일
주연배우를 포함해 전작이 가진 모든 장점을 다 망가뜨린 실패한 성형.
종합평 : ★

줄거리: 독전으로부터
2편 시작 시점은 전작에서 서영락이 브라이언 리를 고문하면서 이선생이라는 정체를 스스로 밝히고 용산역에서 그를 조원호에게 남겨두고 사라진 이후.
서영락(오승훈)이 사라진 후, 경찰은 브라이언 리(차승원)가 이선생이었다며 수사를 마무리하려 한다. 그러나 이선생이 따로 있음을 알고 있는 조원호(조진웅)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서영락을 추적한다.
서영락은 일부러 이선생을 사칭함으로써 ‘진짜’ 이선생이 나타나기를 유도하고, 이에 이선생의 정체를 보호하는 ‘큰칼’ 섭소천(한효주)이 나타난다. 서영락은 이선생을 찾아 그의 진짜 목적인 복수를 이루려고 한다.
한편, 서영락에 의해 심한 부상을 입은 브라이언 리는 서영락과 조원호의 앞에 다시 나타나는데…

태세 전환
<독전2>는 <독전>의 후반부 이후(이선생의 정체가 밝혀진 후)에서 엔딩 직전 사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전작 엔딩을 보충 설명하는 역할. 이런 걸 미드퀄이라고 한다.
그런데 2편은 <독전>의 주요 스토리와 설정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전작에서는 서영락이 이 선생이었다는 최대의 반전을 선사했다.
사실 젊은 청년이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 보스라는 게 비현실적이긴 했다. 설정을 세세하게 따져보면 말이 안되고. 형사가 이 선생을 8년 동안 추적했는데 20대인 서영락이 최소 8년 전부터 조직 보스란 이야기니까. 뭐, 대충 서영락이 원조 이 선생에게서 조직을 물려받았다거나 할 수도 있는데, <독전>은 그런 설명을 다 생략하고 배우의 서늘한 연기와 강렬한 캐릭터성으로 그 순간 그냥 “어어…”하고 넘어가게 만들었다.
그런데 2편에서는 갑자기 진짜 이 선생이 따로 있고 서영락이 일부러 이 선생을 사칭해 그를 끌어내는 게 목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1편의 내용을 또 다른 전개를 위한 거대한 빌드업으로 삼은 셈.
그러면서 엄청난 무리수들이 꽃피는데, 1편과의 설정 충돌이 얼마나 많은지 서로 부딪히는 소리에 머리가 아플 정도.
당장 길림성의 거대 바이어였던 진하림은 갑자기 이 선생 따까리가 되었고, 서영락과 조원호에게 속아 넘어갔던 브라이언이 갑자기 모든 걸 다 알고 있었다는 전개는 내가 1편을 본 게 맞는지 의심스러워지는 수준.
심지어 서영락이 제조 기술자라는 소소한 설정이나 장면도 달라져서 몰입을 저해한다.
이 선생에 대한 큰 떡밥을 해결하려다가 주변의 온갖 것들을 다 건드려서 엉망으로 만들어버림….

성형 실패
1편과 2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서영락의 배우가 류준열에서 오승훈으로 바뀌었다는 것. 후속편에서 주연 배우가 바뀐 건 드문 일이고, 특히 전작에서 그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면 더 심각한 사안이긴 하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님…
분명 류준열이 가진 특유의 카리스마가 서영락이라는 캐릭터를 살린 건 맞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1편의 서영락은 얌전하지만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어딘가 쎄한 인상이었다.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고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가늠이 안갔고. 그래서 그렇게 새파랗게 어린 그가 조직 보스를 자처해도 (현실적으로는 말이 안되는데) 왠지 얘라면 그럴듯 했던 것.
하지만 2편의 서영락은 아주, 매우, 지나치게 평범한 청년이다.
어머니가 불에 타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동료가 인질로 잡히자 갑자기 애원하는가 하면, 1편에서 상황을 조종하고 통제하던 유능함은 어디로 가고 매번 당하기만 한다.
심지어 동기조차 너무나도 뻔한 부모님의 복수.
감정이 넘쳐흐르고 독기로 버티는 서영락의 새로운 모습은, 막판에 자기 정체성과 복수의 허무함에 대해서 논할 때에는 나름대로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그 약간의 개연성이‘서영락’이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던 모든 매력을 맞바꿀 가치가 있었는지는 의문이 든다.
서영락과 조원호의 관계도 크게 달라졌다. 1편에서는 담담하고 모호한 연출 때문에 둘의 관계에는 계속 긴장감이 어려있으며, 이는 끝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2편에서는 갑자기 브라이언이 로맨스라고 비웃을 정도로 갑자기 절절함… 조원호에 대한 서영락의 무조건적인 신뢰는 명백하게 이상하고, 조원호는 서영락이 자신을 속이고 이용해 먹었다는 점을 알면서도 그를 챙긴다.
이로 인해 전작의 텐션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부하를 잃고도 서영락을 이용해서 이선생을 잡으려는 그의 미친듯한 집념이 퇴색된 것은 덤.
말나온 김에, 브라이언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야겠다.
약간 제정신이 아니라 위험하기는 해도 결국 서영락에게 완전히 넘어가버린 중간 보스급 캐릭터를 2편에서는 모든 것을 알고 전부 뒤에서 조종한 흑막으로 띄워준다. 개연성 문제는 둘째치고 가장 심각한 건 그가 그렇게 서영락도 이선생도 잡아먹을 정도의 포스가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거.
한번 크게 굴욕을 당한 캐릭터의 간지를 살리기는 정말 쉽지 않고, 영화는 이를 명백하게 실패했습니다.
진짜 이선생이 되려는 브라이언의 동기에 대해서도 나오지 않고, 진하림과 이선생에 대한 진실을 알면서도 1편처럼 행동했던 개연성도 설명해주지 못하며 캐릭터의 비주얼적인 요소도 비호감. 구부정한 자세나 헥헥거리는 숨소리를 들어주는 것도 힘들다. 그냥 진짜 총체적 난국.

그래서 다시, 이선생은 누구인가
<독전2>는 전작 캐릭터는 이상하게 재활용하고 신캐릭터에 비중을 두는데, 그게 바로 진짜 ‘이선생’과 섭소천이다. 하지만 이 신캐들이 전작의 캐릭터들을 압도하지 못해서 영화는 더욱 엉망이 된다.
1편 내내 ‘이 선생이 누구인가’로 영화를 끌고와놓고“사실 뻥이고 이제부터 진짜지롱”하는 태도도 매우 짜증나지, 심지어 그 중요한 이 선생의 정체와 결말이 허무하기 짝이 없다.
진짜 이 선생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은 카리스마도 카타르시스도 없는, 노잼 구간.
영화의 주요 인물로 부상한 섭소천(큰칼) 역시 문제다.
빌런이 추레한 긴머리 여자(인데 한효주인)라는 점은 좀 신선하지만 성별 빼고는 어디선가 본 것같은 뻔한 캐릭터로, 심지어 아빠한테 집착하는 정신나간 여자라는 실망스러운 설정이 절정.
섭소천이 1편에서 모두를 가지고 놀았던 서영락과 자본과 연줄이 빵빵한 브라이언 등을 모두 압도하는 강력한 빌런이라는 건 그리 와닿지 않는다. 그냥 건들건들 서서 삐딱하게 고개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 ‘나는 미친년 역할이야’라는 게 너무 뻔해서 흥미가 식고.
그녀의 행적은 1편의 진하림과 비교할 만 하지만, 진하림이 적당히 치고 빠져서 오히려 포스를 남긴 것에 비해 쓸데없는 과거 회상과 한심한 설정이 묘하게 잡몹스럽게 보인다. 이선생 앞에서 라오쉬라오쉬하는 연기도 너무 오버스러워서 오히려 인상을 쓰게 됨…
까놓고 말해서 한효주가 옷을 찢으며 상처투성이 근육질 몸을 보여주는 장면이 이 캐릭터의 존재 의의입니다. 편한 옷 입고 있었는데 굳이 왜 깠는지는 몰라도

멋 부려서 더 평범해진 연출
전반부는 그래도 ‘뭐 얼마나 바꿨나 보자’란 심보로 지켜보는 게 가능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심각하게 재미가 없어지는데, 연출적으로도 특출난 점이 하나도 없다.
전작도 무리수가 많았지만 담백하면서도 강렬한 스타일로 단점을 덮었고, 담담하게 클리셰를 파괴하는 것이 인정할 만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2편은 정말 뻔하고 천편일률…
예를 들어 부하 동료를 잃는 장면만 비교해 보더라도 차이가 심하다.
1편에서 팀 막내가 목숨을 잃어도 아랑곳않고 이 선생을 잡는 것에 집착하던 조원호의 모습은 섬뜩한 구석까지 있다. 조원호가 비인간적인 성격이 아니라는 것은 배우가 연기로 충분히 납득시켰기 때문에, 이런 담담한 연출은 오히려 인물을 풍부하게 만들고 입체성을 강조한다.
반면 2편에서는 비슷한 상황에서 죽은 부하의 아내가 한탄하고, 조원호가 묵묵히 그 말을 듣는 너머 장례식장에서 애기가 우는 연출도 너무 소름끼치게 뻔하고 짜증나고 신파적. 비혼 저출산 장려..
가족을 위한 복수나 동료애 등 주제 자체도 상당히 (영화와 어울리지 않는) 신파적인 걸로 바뀌었는데 여기에 연출도 뇌절을 하니, 영화 전체가 질척거리고 짜증나.
또 나름 카메라를 멋들어지게 굴려가며 찍고 나름대로 멋부린 연출이 꽤 있지만, 좀 오버해서 오히려 촌스러운 느낌을 준다. 특히 여자 용병이 힐을 신고 총을 들이대거나 굳이 손목을 쏴날리고 상대를 보고 씩 웃으면서 그 다음 머리를 쏘는 작위적인 연출은 하…깝깝하다….
액션도 물량공세로 밀어붙여서 대낮에 기관단총을 쏘아대고, 정글을 지프차로 헤치며 난리를 친다. 1편은 한국적인 배경(염전과 용산역 등)에서 치열한 마약 전쟁이 벌어지는 게 섬뜩한 점이었고, 그래서 이와 대비되는 노르웨이의 설원이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2편은 그냥 평범한 다국적 블록버스터.
(한국 배우가 작중 대사의 20% 가까이를 그냥 중국어로 하는 것은 글로벌함보다는 관객들의 몰입도를 떨어뜨리기까지.)
종합하면 있어보이는 척, 멋있는 척, 치명적인 척은 다하는데 그게 그만큼의 효과를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너무 뻔하고 지루해져서 지독하게…. 평범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평범하다는 건 욕이야.

종합평 : ★
<독전2>는 놀랍게도 전작 <독전>이 가진 모든 장점들을 전부 다 없애버렸다. 전작도 그리 훌륭한 명작은 아니긴 했는데, 후속작에게 이렇게 설정을 다 부정당해가면서 망가지는 수모를 겪을 정도는 아니었거든.
‘사족’이라는 말은 이미 완성되어 있는 것에 쓸데없는 부분을 덧붙일 때 쓰는 말인데, <독전2>의 경우는 원작의 상당 부분을 지워버리고 그 위에 개발새발 덧그렸다는 점에서 좀 더 치명적입니다.
결국 모든 것이 지독하게 평범해졌고, 있으니만 못한 속편이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얻는 교훈: 섣부른 성형은 안하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