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이 (The Strays)
- 감독: 나다니엘 마르텔로-화이트
- 출연: 애슐리 매더퀴, 벅키 바크레이, 요르덴 마이리
- 장르: 호러, 스릴러
- 개봉: 2023년 2월 22일
‘계급 스릴러’에 편승한 야망작.
종합평 : ★★☆
<스트레이> 줄거리
명문 사립학교의 교감이자 부유한 가정의 아내,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겉보기에 완벽한 가정생활을 누리고 있는 니브.
마을의 자선 파티를 주최하며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상을 보내던 그녀지만, 그녀를 지켜보는 듯한 낯선 시선을 느끼면서 그녀의 행복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진심 이렇게 시작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500개 있음..
한편, 니브를 주시하던 흑인 남매 칼과 디온은 각각 그녀의 아들과 딸에게 접근해 가까워지고, 니브의 자선 파티에 모습을 드러내는데……

<겟아웃>을 보고 그린 연습작
이 영화를 보면서 10분도 지나지 않아 <겟아웃>이 생각난다. (그렇게 되어 있다.)
조던 필 감독의 <겟아웃>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고 잘 만든 영화다. 하지만 무엇보다 차별 이슈와 사회에 묘하게 감돌고 있는 위선을 스릴러/호러 장르로 풀어낸 시도가 이후의 영화들에 큰 영향을 주었다.
<스트레이>는 <겟아웃>에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을 굳이 감추려고 하지 않는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한 인종차별과 계급 정신에 대한 문제의식, 등장인물의 쾌활함(인 척하는 위선)에서 문득문득 느껴지는 불쾌함, 지나가는 말로 던지는 의미심장한 복선, 무엇보다 조던 필 감독이 핵심 주제를 나타내는 분위기, 특유의 팽팽한 긴장감과 건조한 연출을 흉내낸다.
그러나 정교한 완결성을 자랑하는 원작(?)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좀 허술하다.
일단 반전이랄 것도 없는 플롯과 부실한 캐릭터성이 문제. 니브가 가발을 쓰고 다니면서 계속 머리를 긁어대는 것은 너무 뻔한 상징이라서 재미가 하나도 없다.
(가발은 니브의 꾸며낸 자아를 상징한다. 칼과 디온의 등장으로 가발은 점점 불편해지며, 그녀의 정체가 곧 가발처럼 쉽게 벗겨질 것임을 암시.)

영화가 긴장감을 드높이는 연출은 제법 뭘 보고 배운 티가 좀 나지만,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 좀 투박하다.
니브는 곱슬곱슬한 ‘흑인스러운’ 머리를 감추고 백인처럼 말하면서 ‘부유한 백인 상류층’이라는 계급을 흉내낸다. 상당히 대놓고 나오는 부분이지만, 영화는 글로벌 관객들이 행여나 모르고 넘어갈까 봐 걱정되었는지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암시를 주고 작중에 직접 “백인인 척한다, 우리 집에서 흑인 관련한 건 다 금지다”라며 언급까지 따로 해줍니다.
… 이게 좀 과하다니까.
그리고 (나중에 후술하겠지만) 이런 아젠다가 스토리와 충분히 섞이지 못하면서 완성도가 낮아지는 것도 아쉬운 점.
뭐, 그렇다고 해서 영화를 보는 시간이 아깝다거나 심하게 못 만들었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뻔한 이야기를 꽤 쫀쫀하게 이어가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는 걸까?’ 하는 호기심과 흥미가 솟게 만들긴 한다.
절제된 설명과 분위기로 승부하려는 야망도 있고.
그러니까, 뭐라고 할까… 이건… 어떤 작가의 작품이라기보단 유망주의 특징에 가깝다. 누군가가 ‘<겟아웃> 만들기 전에 만든 단편 습작임ㅇㅇ’이라고 사기를 쳤다면 믿었을지도 모를…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주의※
※※반전과 엔딩 내용 있음※※
.
.
.
반전과 엔딩
반전이라고 해야 할까? 영화 시작부터 대놓고 나오지만.
원래 니브는 폭력적인 남편과, 수입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하는 가난한 생활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더 많은 것을 원한다‘는 욕망에 충실했던 그녀는 18년 전 남편과 두 아이를 버리고 도망쳐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몇 년이 지난 현재, 그녀에게 버림받은 자식들인 칼과 디온이 그녀의 주변에 나타난다. 그들은 자신들의 비참한 삶과 달리 풍요롭고 행복한 니브의 가족들을 복잡한 심경으로 지켜보면서 점점 니브에게 가까이 접근한다.
칼은 학교 청소부로 취직해 니브의 아들인 서배스에게 일탈을 가르치고, 디온은 니브의 남편 이언의 사무실에서 일하며 니브의 딸인 메리와 친해진다.
한편 누군가가 자신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에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니브. 그러다 자선 파티에서 칼과 디온을 발견하자 (자기 자식들인지도 못 알아보고) 이성을 잃고 그들에게 소리를 지르는데, 칼과 디온은 그녀를 “엄마”라고 부르며 그녀의 과거를 폭로한다.
과거가 다 들통난 마당에 니브는 눈물로 현재의 가족을 설득하고, 칼과 디온에게는 돈을 주고 달래며 그들을 돌려보내려고 한다. 남매가 돈 봉투를 받고 떠나자 니브는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날 밤, 칼과 디온은 니브의 집에 쳐들어와 자신들의 집처럼 굴면서 가족들에게 압박을 가한다.
니브, 아니지. 진짜 이름 셰릴과 가족들은 겁에 질려 그들이 시키는 대로 배달 음식을 주문하고 보드 게임을 하면서 기분을 맞춰주려고 노력한다. 칼이 운동방에서 이언을 살해하고 나오는 사이 셰릴은 주문한 음식을 가져온 배달원을 맞으러 현관으로 나간다.
그리고 칼과 디온, 그리고 서배스와 메리는 셰릴이 우버 배달원을 맞이하는 척 하면서 도망갔다는 사실을 알고 멍하니 현관을 바라본다.
………..그렇다, 엔딩을 보면 잠시 띠용하다.
개인적으로 엔딩 자체에 대해서는 꽤나 호평이었다. 매우 단순한 결말인 데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전개지만 끝나기 직전에야 ‘헉 맞다!’ 하게 만드는 미스디렉션이 상당히 좋았기 때문.
그거랑 영화의 문제점은 별개지만.
빤스런으로 완성되는 영화
엔딩을 보고 띠용한 감정을 추스르면, 그다음에 남는 것은 혼란이다. 이 영화가 뭐에 대한 이야기였지?

<스트레이>에는 영국의 인종과 계급 문제, 가족에 대한 드라마, 심리 스릴러적 요소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분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아주 잘 섞인 것도 아니고(<겟아웃>처럼!), 어느 하나가 주도적으로 중심을 잡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영화는 흑백차별에 대해서 뭔가 한 마디 할 것처럼 굴지만, 니브가 백인인 척하는 건 그녀가 더 높은 사위적 지위를 추구하는 데에서 오는 부산물이다. <겟아웃>에서는 인종차별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꿰뚫는 핵심이었으나 <스트레이>에서는 그렇지 않고, 오히려 주인공과 중심인물의 인종이 주제의식을 헷갈리게 만드는 데에 기여한다.

특히 칼과 디온의 캐릭터에서 이런 문제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칼과 디온은 니브의 피해자지만, 그들의 캐릭터성은 ‘엄마한테 버림받은 아이들’보다는 중산층 가정을 괴롭히는 악마적인 이미지로 재현된다.
칼이 서배스에게 담배와 폭력을 가르치고, 디온이 메리와 친구가 되어 페북 사진을 훔쳐보는 행동은 안타깝고 감정적이라기보단 소름 끼치게 그려진다. 나중엔 갑자기 급발진해서 소리 지르거나 반짝이는 생일 고깔을 쓰고 나타나 천진하게 협박하는 등 뻔한 ‘미친 살인마 클리셰’를 따르고 있는 것도 흥미롭지 않다. (솔직히 좀 무섭긴 했지만)
끓는 분노에 가득한 청년과 4차원스러운 행동을 하는 소녀라는 설정도 너무 얄팍하다. 그들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칼과 디온의 울분에 이입하거나 힘(계급)의 주체가 뒤바뀐 상황에 대한 카타르시스보다는 오히려 공포와 피해자에 대한 막연한 동정만이 느껴질 정도.
그런데 그렇다고 일상을 파괴하는 미친 침략자들이 가져오는 공포를 극대화하는 것도 아니다. 칼과 디온이 한껏 공포 분위기를 조장해 놓고서도 갑자기 엄마에 대한 울분에 초점을 맞추니 이게 뭐 하자는 건지 싶다.
무서워해야 하나? 안타까워해야 하나?
이건 가족 이야기일까? 계급에 대한 이야기일까?
영화는 이런 식으로 계급, 인종, 가족에 대해 질문을 던져놓지만 답을 내놓거나 적어도 내놓으려는 시도를 하기는커녕 빤스런을 해버렸다.

뭐, 작품 외적인 측면에선 말하다 말고 도망간 예의 없음과 무책임함을 나무랄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작품 내적으로는 이 빤스런은 상당히 합당하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오히려 셰릴에게 거의 유일한 선택지이고, 스토리상 개연성이 충분하며 가장 그럴듯한 결말이라고 볼 수 있다.
셰릴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기적이고 욕망에 충실하고 거짓말쟁이였으니까. 그녀에게서 칼과 디온에게 미안해하는 감정은 전혀 없다. 그녀의 목적이 오로지 당장의 위기를 벗어나 파괴된 일상을 다시 되찾는 것이라는 사실도 쉽게 알 수 있다.
종합평: ★★☆
<겟아웃>이나 <기생충> 이후로 사회적 계급 문제를 스릴러적 요소로 풀어낸 작품들을 아예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은 것 같다. 물론 거슬러 올라가면 옛날엔 리플리씨(<태양은 가득히>)가 있었지만, 약간 결이 다르고.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욕망과 사회적 위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작품을 보는 건 무척 불편한데, 여기에 스릴러적 재미를 더해버려서 계속 안 볼 수가 없는… 그런 포인트에서 감독들의 시니컬한 유머 감각이 느껴진다.
<스트레이>는 존경하는 선배님들을 따라하려고 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너무 설익었다.
그러나 노린 건지 아닌 건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과 영화 내용이 기가 막히게 일치해서(….) 오히려 엔딩의 빤스런이 영화를 완성시킨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