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 16 주절주절 플레이 감상

GAME

파이널 판타지 16 엔딩 배경 화면

이 포스트는 <파이널 판타지 16>을 플레이하고 느낀 이런저런 감상 조각을 모아놓은 것이다. 게임 전반에 대한 공식적(?) 리뷰는 여기.

※ 스토리 전반에 대한 스포일러 주의
※ 주관적, 러프한 감상

※ 필터링 없음

일단 후기

– 자잘하게 태클 걸 게 정말 많지만, 재밌었다.
– 솔직히 명작까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파판 시리즈 중 역대 최고.
– 엔딩곡이 사기다……….

파판16 조슈아의 폭주

초반부 (15세)

초반 분위기만큼은 정말 왕겜에 근접함… 거의 대놓고 피의 결혼식.

조슈아가 피를 뒤집어쓰고 멘붕하는 장면이나, 이프리트가 피닉스를 패버리는 장면은 정말 보기가 괴로울 정도. 초반에는 정말 수위가 높아서 깜짝 놀랐음…

그중에서 클라이브가 이프리트에게 하지 말라고 울고 빌다가 죽여버릴 거라고 외치는 절절한 연기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주인공 클라이브의 28세 시절 모습
얼굴이 너무 앳된데 머리는 산발이고 수염은 붙여놔서 어색….

중반부(28세)

피닉스 게이트 이후 13년이 지난 초반부. 하지만 그냥 “클라이브가 13년간 개같이 굴렀다”는 설정 한 줄 때문에 13년이 된 거지 사실 1년이었어도 3년이었어도 별 상관이 없음…

사실 이 파트는 게임이 진짜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한 기반을 깔아놓는 중간다리 파트라서 전개가 매우 작위적이고 훅훅 건너뛴다.

13년 전에 키우다가 헤어진 강아지를 전쟁 통에 나를 구해준 은인이 데리고 있어서 서로 알아보았다든가, 암살 임무를 맡은 상대가 어렸을 적 헤어진 소꿉친구인데 각성해서 나랑 같은 인간병기가 되어 있다든가 하는 부분은 운명이 아니라 작위다….

그리고 슬슬 초반부에 열심히 잡아놨던 ‘<왕좌의 게임> 분위기‘가 바닥을 드러내고, 진지하고 다크한 중세 판타지 작품에서 주인공이 직접 본인 입으로 “나는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거야!”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대악당이 된다고 해도 내가 만들고 말겠어.”같은 대사를 치면서 전형적인 JRPG의 본성(?)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불의 도미넌트에 대해 소소한 반전을 심어놓은 건 꽤나 좋은 부분. 클라이브가 유체이탈 화법을 써서 그렇지 솔직히 다 본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이프리트=클라이브인 게 뻔했고, 붉은 로브의 남자가 조슈아인 것도 눈치채기는 쉬운데 그 목적이나 전개가 예측 가능하면서도 예측 불가능… 처음엔 조슈아가 폭주한 클라이브를 적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그나저나 재미도 없는 사이드퀘 열심히 하다가 이 파트는 트로피에 전혀 영향이 없다는 걸 알게되고 멘붕….

파이널 판타지 16 시드

시드

시드가 시원시원하고 도움이 되고 존재감도 있어서 뭐 신경쓴 캐릭터란 걸 알겠는데 처음 만난 순간 “과거에 살짝 사연이 있고 조금 불량해 보이지만 올곧은 신념과 멋진 의리를 지닌 중년 남자인데 주인공의 성장을 전폭적으로 도와주고 감동적인 유언을 남기면서 죽을 예정”인 게 너무 한눈에 보임…

너무 뻔해서 도중에 ‘혹시 안 죽는 게 아닐까?’ 싶었기에 오히려 약간 반전이기까지 했음…

파이널 판타지 16 조슈아 로즈필드 어렸을 적 모습

조슈아

조슈아 애기때 진짜 너무 귀엽고………..

성장한 조슈아 로즈필드

개잘큼…

아무리 생각해도 파판16 최고 상남자는 조슈아다.

  • 어렸을 때 멘붕해서 폭주하긴 했지만 이프리트를 보고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정신차림
  • 이후 (교단의 도움은 받았으나) 병약한 몸으로 신분을 감추고 여행
  • 알테마를 아묻따 자기 몸에 봉인
  • 적국의 황자를 만나러 전쟁 막사에 쳐들어감
  • 매번 탱커를 자처
  • 클라이브가 숨 넘어가면 살려주고 정신줄 놓으면 잡아줌
  • 사랑하는 형이지만 병신같을 땐 한대 때림

그리고 몸은 약해도 뼈대는 은근히 굵직하고 키도 클라이브보다 살짝 작은 정도. 아버지의 유전자가 열일하셨다…

파판16 클라이브와 조슈아 일러스트

로즈필드 형제

사실 클라이브와 조슈아가 헤어져서 지낸 건 무려 18년이고, 같이 살아온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다.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고 해도.

클라이브의 목표(사람답게 사는 세상웅앵)와 조슈아의 목적(알테마를 저지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같지만 그 방식이나 사전 작업들도 달라서… 묘하게 거리감이 있을 때도 있는 게 흥미롭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은 역시 서로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형제.

어린 클라이브와 아기 조슈아 움짤

이 장면 진짜 너무 귀여웠음… 형이 동생을 보았을 때의 느낌이 어떤지, 왜 클라이브가 조슈아를 그렇게 지키려고 하는지 한큐에 납득하게 만든 신…

본편 시작할 때 좀 더 형제 서사를 쌓아줬으면 좋았을 텐데.

피닉스의 축복을 내리는 조슈아와 피닉스의 기사 클라이브
조슈아에게 윙크하는 클라이브

이런 장면 하나하나가 “조슈아는 내가 지키겠어!”같은 말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는데, 본편에선 오히려 직접적이고 유치한 대사로 다 못 살린 것 같아서 아쉽….

이걸 엔딩 때 풀어가지고 플레이어를 더 정신나가게 만들기나 하고... 스퀘닉스야….

클라이브와 조슈아의 어머니인 애너벨라

왕겜 따라가려다 다리 찢어진 것들

스토리에 디테일적으로 불만인 게 좀 많이 있다.

정치 싸움, 전쟁, 인종차별 이런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그 깊이는 얄팍하기 짝이 없음.. 특히 상브레크 관련해서는 <왕좌의 게임>을 많이 참조한 티가 나는데 진짜 어설퍼…

애너벨라는 늙은 왕 옆에서 오호홋 하는 쌍팔년대 사극 속 후궁 이미지와 기계적인 괴물 엄마에서 1mm도 벗어나지 않음..

사실 클라이브 때문에 멸시받은 게 쌓여서 ‘능력있는 아들’에 집착하는 건 나름 그럴듯한 동기였지만, 그게 암시도 복선도 없이 그냥 클라이브 앞에서 발작하고 디옹한테 어그로 끌다가 막판에 랩하는 걸로 끝임. 솔직히 로자리아 공국은 좀 살만한 분위기(?)로 보였기 때문에 멸시당했다고 지랄하는 게 더 이입이 안되고…

그리고 새로 시집 와서 군수권자+본인이 인간병기+제 1황자인 수양아들한테 깝친 건 멍청해도 너무 멍청. 너무 당당하게 디옹을 갈궈서 무슨 숨겨진 능력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진짜 애낳는 재주 말고 아무것도 없는 여자였다..

황제를 구워삶아서 전쟁 중에 능력을 인정받는 제 1황자를 패싱하고 어린 아들을 즉위시키는 엄청난 사건을 벌이는데, 이것도 황제가 믿는 점쟁이를 매수해서 제1황자가 배신할 사주다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 이건 그냥 올리비에가 없었어도 망국 각이었음

한편 디옹이 실수로 패륜을 저지르고 멘붕해서 폭주하는 것까진 ㅇㅋ 싶은데 그 다음에 바로 세력을 되찾는 것도 띠용하다… 디옹의 고뇌와 죄책감에 비해 너무 순식간에 원상복구된 상태로 나타나니 못 따라가겠음… 차라리 디옹이 모든 걸, 뭐 테랑스 정도 빼고 다 잃었지만 속죄하면서 차근차근 되찾아나가겠다고, 일단 단신으로나마 클라이브 일행에게 왔으면 진짜 괜찮았을 거 같은데.

스토리 진행을 위해 그냥 다 너무 날렸음……….

그 외에도 거상인 삼촌이 오랜 친구를 통해 전쟁 중인 남의 나라 군사권에 개입하는 것도 진짜 에바.

하여간 대체로 구축해놓은 세계관의 스케일이나 분위기에 비해 정치적 다툼이 너무 쉽고 빤한 수준. 상브레크는 그나마 뭐 있는 척이라도 하려다가 깜냥이 안되서 못한 거지, 철왕국하고 달메키아는 제작진이 대충 쓴 게 대놓고 보임…….

파이널 판타지 16 디옹 르사주

디옹 / 바하무트

후반부에 바하무트의 미친 활약상을 생각하면 디옹에 대한 인물 설명이나 합류하는 시점이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싶다. 막판엔 로즈필드 형제+은신처의 떨거지들(질 포함)이라는 구도가 되어서 걍 그 중 하나인 줄 알았는데 너무… 많은 것을 해주고 감……

근데 디옹은 소환수 뺏기고도(?) 거의 풀파워인데 질은 왜 남자 배웅하면서 눈물 찍하는 그냥 여캐가 되어버림…? 원래 시바가 제일 쓸모없긴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지만 자치령 박살 건이 그냥 “속죄하겠다” 한 마디로 끝난 게 너무 간단하긴 한데 속죄의 스케일이 너무 커서(….) 엔딩 보고 난 후에는 그냥 아무래도 좋게 되었다..

마지막 말이 멋있었음…….. 멋있으면서도 짠하고.

“이게 저입니다, 아버지..”

파판16의 동성애 커플

디옹의 연인이 남자라는 건 좋은 의미로 충격.

JRPG에서 동성애는 오타쿠 꼬시는 노림수로 쓰이거나 오카마같은 캐릭터로 개그화하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파판씩이나 되는 초대형 프랜차이즈에서 공식적으로 제대로 동성애 관계를 표현한 게 인상적이었다.

아니 일본이???? 진짜 깜짝 놀람… 뭐 요새 일본에서 담론이 활발한 덕분일수도? 디옹은 누가봐도 잘난 왕자님이고, 심지어 파판에서 가장 유명한 소환수 중 하나인 바하무트인데. 꽤나 상징적인 시도라고 생각.

…. 정작 서사가 너무 짧아서 사실상 노림수와 별 차이가 없어졌지만.

근데 나캄이 “미안하다” 이 한 마디를 너무 절절하게 연기를 잘해서 아… 그래 뭔가 사정이 있겠지… 납득해버림;;ㅠ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나캄 영식부터 출석도장 아니야? 왤케 자주 듣는 기분이지? 트레이(0)-시드(13)-산크레드(14)-레이브스(15)-디옹… 어, 맞네. 목소리가 고급져서 그런지 맡은 역할 중에 왕자/군지도자만 셋임ㅋㅋㅋㅋㅋ

입모양 싱크

그나저나 일본어 입모양 싱크 안 맞는 게 생각보다 엄청 거슬린다. 이런 거 신경쓴 적 없었는데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구나…

벗었는데 안 야함

파판치고 파격적인 수위를 자랑하는데, 피칠갑도 그렇고 18금이라고 나대는 게 너무 보기가 싫다. 사실 주인공의 하는 행동은 풋내나고 정치 싸움과 전략 묘사는 너무 유치한데 피 좀 튀기고 옷 좀 벗겨서 어른스러운 척함…

아니, 꼴리면 내가 아무말도 안하지.

근데 굳이 꼭 여기서 이래야 해?싶은 개연성과 추접스러운 연출이 합쳐져 보기가 싫음…

별 의미도 없이 툭하면 사창가와 창부 언급을 해대는 것도 그렇고 (그런 주제에 우리 주인공들은 순결함ㅋㅋ), 클라이브와 질이 바다에서 나와서 홀딱 벗고 있는 신도 므흣하기보단 민망하고 ㄹㅇ 일본 감성… 아침이 되어서 저희 떡쳤어요를 대놓고 광고하는 촌스러운 연출은 덤. 이때를 기점으로 안그래도 별 매력 없던 질의 존재감과 비중이 진짜 폭락해서 더욱 짜증.

그리고 바르나바스의 엄마 드립도 존나 싫었어… 어우 끔찍…..

파이널 판타지 16 베네딕타

여캐 대접

베네딕타는 온갖 남자 상대로 옷을 벗겨가면서 눈요깃거리로 삼는데, 질은 인질로 붙잡혀서도 장갑 한짝 안 건드리고 곱게 묶어놓는 게 제작진이 너무 하남자스러워서 좀 웃겼음.

나름대로 질이 가녀리기만 한 여캐가 아니라고 어필하기 위해 복수극도 넣었지만 그다지 와닿지는 않는다.

“난… 짐승이었어…”, “인간이길 포기하면서 살았어…” 이런 말을 하는데 작중 묘사된 걸로 보면 그걸 가지고 지금 인간이 아니었다 드립을 치는 거야?? 싶음…. 뭐 심한 일 당했나 싶었는데 결국 유린당한 것은 질이 아닌 다른 소녀들이었다는 언급까지 따로 있고.

당장 베네딕타의 묘사와 비교해봤을 때 대우가 엄청나게 차이납니다. 베네딕타나 애너벨라는 걍 남자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요부고. 딱 창녀 vs 성녀 프레임.

파판16 히로인 질

그래도 질은 중반까진 나름 ‘당찬 여성 동료’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홀딱 벗은 클라이브가 시바 뺏어간 다음부턴 걍 울면서 손 모으고 기도하는 병풍됨…. 그리고 그 장면 때 클라이브 진짜 별로였다.

도미넌트의 힘이 저주라는 걸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하면서 사전에 클라이브의 고뇌가 있었다면 모를까, 개인이 가지고 있던 강력한 힘이자 정체성을 사전동의없이 지가 떠맡는다고 가져간 게 남자로서 너무 최악…

그나마 그 다음에 조슈아가 죽빵 날려줘서 진짜 속이 시원했다. 병신같은 형새끼 질이 납득했겠냐? 니 좋다고 참아준거지!!! <-이 말이 너무 사이다였음ㅋㅋㅋㅋㅋ

하지만 조슈아도 진짜 형 너무 좋아해가지고… 사실 얘도 딱히 질을 생각해준 건 아님. 클라이브가 다 떠맡는다고 하는 게 걱정되고 빡쳤을 뿐….

트루먼쇼식 설명

대륙이 2개 나라가 6개씩이나 있는 거창한 세계관에 전쟁과 정치 싸움까지 엮어 놓았는데 그걸 스토리 중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질 못해서 등장인물끼리 트루먼쇼마냥 서로 설명해줌.

특히 클라이브와 질이 로자리아 왕국에 돌아가서 “이곳은 귀족들의 별장지야.” “예전엔 참 아름다웠지. 우리가 놀러오곤 했었어.” 라는 등 대체 듣는 대상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방백을 함ㅋㅋㅋㅋㅋ 어이x….

비비안의 역사 수업도 컨셉이 유치찬란한데 마치 서울 사는 한국인한테 “알고 있나? 이 도시는 500년 전 조선의 수도로 당시에는 한양이라고 불렸지.”라고 말하는 셈…

왕자 출신이고, 대륙 곳곳에서 베어러 해방 활동을 벌이면서 돌아다니는 클라이브가 아예 역사나 국제 정세에 깜깜한 것도 아닐텐데 너무 무성의한 설정이라고 생각함…

파이널 판타지 16 최종 보스 알테마

악역들이 너무 후짐

앞에서도 말했지만 베네딕타나 애너벨라 포함해서 모든 악역들이 너무 얄팍하다. 그나마 올리비에가 본색을 드러내면서 “너 망가뜨리느라 고생 좀 했다ㅋ” 하는 건 좀 섬뜩했는데, 그것도 잠깐이고… 알테마 본체(?)는 별로 그런 지략적인 느낌이 없다.

그리고 막판으로 갈수록 너ㅓㅓㅓㅓㅓㅓㅓㅓㅓ무 뻔하고 가오없는 대사만 뱉어서 창피해짐;

오로치(무쌍오로치의 오로치)처럼 변한 이후에 하는 대사들은 진짜 다 소름돋았다… 후져서…..

심지어 “왜 이러는 거냐!”라고 하면 자기 일족 역사부터 설명해주고 “뭘 할 생각이냐!”라고 물으면 “너를 붕괴시켜서 내 육체로 삼고 에텔을 이용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거다.”라면서 다 대답해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클라이브한테 별로 뭘 하지도 않았으면서 “큭… 이렇게까지 했는데 아직도 자아를 유지하다니..”냐. 나였으면 스파이라도 심어서 은신처에 핵부터 떨구고 질이나 가브나 바이런을 죽여서 절망시켰겠다.

솔직히 클라이브가 디옹보다 멘붕시키기 쉬울 거 같은데

클라이브가 갖고 싶었으면 좀 노오력을 해보라고.

파이널 판타지 16 오딘 도미넌트 바르바나스
오딘 갑옷 원툴… 갑옷 간지만은 인정….

그리고 최악은 바르바나스….

개폼잡는 존나쎈 중년 검객+수수께끼의 왕이라는 설정이 좀 에바고, 신비로움을 강조하다가 그냥 설명 다 날려서 뭐지 이 새끼…

비비안이 지나가는 투로 “늙지도 않고 40년을 통치”했다고 언급하는데 인간이 불로불사를 하면 보통 온세계 관심이 쏠려야 정상 아닙니까? 심지어 전쟁 치는 적국 수장인데???? 왜 아무도 신경을 안썼냐고???!

게다가 얘도 쓸데없는 말은 또 어찌나 오지게 많은지 바르나바스가 입털 때마다 핸드폰하면서 게임함… 

그리고 그게 무슨 말인지 단 한마디도 와닿지 않는 게 문제. “자아를 버리고 참된 세상을 만든다” 어쩌고 하는데 문맥도 동기도 파악이 안되니까 뭐 어쩌라고 싶음. 그리고 결정적으로 발루드 왕국에 들어간 순간부터 오딘 보스전까지 그 모든 전투가 너무 노잼.

일단 바닷속에서 벌인 1차 오딘전과 재의 대륙 건너가서의 2차 오딘전 사이의 간극이 별로 없기 때문에, 바르나바스의 강함이 좀 와닿지가 않는다. 1차전때는 클라이브가 단칼에 떡실신 당하더니 2차전에선 클라이브가 별로 어렵지도 않게 갑자기 한방에 때려부순다. 그 사이에 뭔가 클라이브가 성장하고 강해졌다는 느낌이 없는데.

뭐임? 시바를 얻어서 그럼? 시바는 제일 약한데?? 사랑의 힘임??????

게다가 타이탄이나 바하무트는 폭주한 모습이 도미넌트의 캐릭터성을 강화했는데 오딘은 그런 게 없다. 타이탄은 원래 미치고 무식하고 전투광같은 놈이었고. 바하무트같은 경우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던 디옹이 갑자기 돌변했으니 ‘아 뭔가 일이 있었구나’ 싶고, 또 그가 정신줄을 놓게 된 사건이 전투 직후에 설명이 되면서 납득이 간다.

인간성을 말살(당)했다고는 하지만 사실 자아가 완전히 죽진 않았으며, 전투광이자 마더콤스러운 과거가 있다는 떡밥 등 꽤 복잡한 설정인 것 같은데 그게 전혀 설명되지 않고,

캐릭터 묘사는 그냥 뻔하디 뻔한 광기 어린 웃음 소리와 “어머니…” 유언으로 때워버림…

(그리고 어머니랑 무슨 관계였는지 진심 알고 싶지도 않음)

파이널 판타지 16 가루다 보스전

보스전 감상

소환수 보스전은 1절 2절 뇌절까지 해서 너무 길긴 한데 그래도 뭐… 이 게임의 포인트니까.

가루다는 걍 튜토리얼. 미안하게 됐다, 베네딕타.

이프리트 보스전

이프리트전은 강한 페르소나 느낌…ㅋㅋㅋㅋㅋㅋ 조금 뻔한 감은 있지만, 수년에 걸친 자기 기만과 현실 도피라는 내적 갈등을 전투로 표현한 게 좋았음.

타이폰 보스전

타이폰전은 좋았다. 와 처음에 기어나올 때 ㄹㅇ호러라 너무 오싹하고 짜릿하고…ㅋㅋㅋㅋㅋ 뭐지??? 뭐지 이거??????? 어떡해???????

타이탄 보스전

타이탄전은 데메크4 st. 사실 1차전은 아무것도 없어서 맥빠졌는데, 2차전이 찐이다. 러닝 액션이 기발해서 현실 웃음이 터짐ㅋㅋㅋㅋㅋㅋ 어하하하ㅏㅋㅋㅋㅋㅋㅋㅋ하하하하핰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이때 브금도 약간 일렉? 덥스텝? 랩? 이라서 약간 부끄러우면서도 텐션 올라서 좋았다.

파판16 바하무트 보스전
아… 이 미친놈… 소리가 찐으로 나온 장면

사실 바하무트하고는 진짜 싸우고 싶지 않았는데… 예상대로, 아니 예상을 뛰어넘은 하드한 파이트였음… 체감상 한 시간… 클리어하고 드러누움… 그래도 연출 하나는 진짜 신경을 많이 써서 보는 맛은 있었다. 눈이 아팠어

꽃을 피우는 장면의 임팩트도 좋았고. 흰 꽃=황국의 상징=아버지의 신뢰=디옹의 프라이드. 이프리트전과 함께 인물의 감정을 전투에 반영해서 좋았다. 정작 감정 묘사는 너무 평이했지만…

막판의 우주전(?)에서는 뜬금없이 약간의 특촬 테이스트를 느꼈다. 이프리트가 좀 고지라같은 형체라서 원래 그런 느낌이 있는데 거기에 합체+우주 배경.

오딘전은 진짜 개노잼…………….

파판16 최종 보스인 알테마

알테마전은 오딘+바하무트전을 섞어서 가장 길고 가장 화려하고 가장 빡센데, 내 눈앞에서 조슈아가 진짜로….. 죽어버렸는데 이 새끼 조져야겠다는 생각 말고 뭐가 들겠어?

앞서 말했듯 점점 오로치처럼 변하면서 오히려 포스가 없어지기도 하고, 알테마와 클라이브의 신념 배틀은 (창조주에 대항하는 피조물이라는 꽤 흥미로운 컨셉에도 불구하고) 너무 유치해서 별 감흥이 없었지만…

하여간 최종 전투가 정말 최종 전투같기는 했다. 그건 게임이 가질 수 있는 큰 미덕 중에 하나.

파이널 판타지 16 벽화

이쯤에서 정리해보는 세계관 설정

세계관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알테마는 흑의 재앙을 피해서 발리스제아로 도망쳐온 일족으로, 발리스제아에서 마법이라는 ‘섭리’와 인간이라는 존재를 창조함. 그러니까 창조신.

마더 크리스털을 설치해서 대지의 에텔을 빨아들이고, 자신의 육체가 될 그릇을 완성해 강대한 힘으로 창세의 마법을 발동하는 것이 목표. 그리고 그 그릇으로 점찍은 게 ‘뮈토스(클라이브)’고, 소환수를 하나하나 먹여서 키잡하려고 했음.

문제는 원래 자기가 만든 무뇌 살덩어리여야할 인간에게 사념이 깃들어서 자아를 만들었고, 지들끼리 지지고볶고 살기 시작함. 뮈토스 역시 클라이브라는 자아’가 있어서 먹지 못했기 때문에, 알테마는 클라이브를 붕괴시키려고 한 것.

인간은 원래 알테마의 창조물이자 소유물이었기 때문에 알테마는 인간을 유의미한 생명체로 보지 않고, 감히 자아를 가진 것을 (주인에게 반항하는) 죄라고 말하면서 인간을 다 쓸어버릴 생각.

하지만 조슈아가 알테마 역시 생존을 위해서 도망쳐온 몸이고, 사념이 자아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결국 인간과 똑같다는 것을 지적한다. 알테마가 인간을 인정하지 않았을뿐 인간은 (자아를 지닌 생명체로서) 진화했다.

결국 최종보스전은 신에 대한 인간의 반란이며, 양립할 수 없는 두 종족의 생존을 건 전쟁.

파이널 판타지 16 조슈아와 클라이브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게임의 주제와 엔딩

‘자아’라는 키워드가 핵심.

뮈토스가 ‘클라이브’라는 자아를 획득하고 강화하면서 진정한 자유를 찾는 과정이 게임의 주제고, 그 과정을 통해 이 세계를 파괴할 운명이었던 뮈토스가 결국 세계를 해방시킨다.

클라이브는 현실도피를 하다가 ‘이프리트’를 받아들이면서 한단계 성장했고, 그 다음엔 ‘시드’라는 정체성을 물려받아 강해진다. 그리고 인류의 적인 알테마를 대적하면서 아예 (살아남고자 하는) 온 인류의 대표 자아(?)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작중에서 ‘자아’라는 걸 어떻게 해석하는지 살펴보면 꽤 흥미롭다. 요약하자면 여기서 자아는 ‘나’라는 주체적 인식과 욕망.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다.” “나는 무엇무엇을 하고 싶다.”

알테마는 이런 자아가 인간의 고통과 죄악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너무 강한 자아 때문에 패가망신한 사례로는 당연히 베네딕타, 후고, 바르바나스를 들 수 있겠다. 아예 알테마가 보여주는 환상 속에서 이들은 감옥에서 “나를 사랑해줘”, “나는 갖고 싶다”같은 질척거리는 욕망을 드러낸다.

하지만 자아 추구의 끝이 꼭 이렇게 찌질하게 끝나는 건 아니다.

디옹의 마지막 말이 “이게 입니다.”라는 것도 자아의 표현 그 자체인데, 끝이 비참했던 다른 도미넌트들과 다른 점은 디옹은 자아를 남에게 맡기거나 뭘 해달라는 식이 아니었다는 것, 당당하게 ‘나’라는 존재를 증명하고 갔다는 것.

(그래서 디옹은 환상 속 감옥에 안 나옴, 한번 자아 때문에 폭주하긴 했지만 클라이브처럼 그걸 인정하고 수용한 잘된 케이스라….)

조슈아는 뭐… 말할 것도 없고. 조슈아는 멘탈적으로 완전체.

다소 비현실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조슈아마저 고뇌하고 방황하느라 시간 잡아먹었다면 게임 전체 진행에 큰 지장이 있었을 듯. 그냥 로즈필드 형제는 클라이브가 몸, 조슈아가 정신으로 한 세트.

이건 사소한 뉘앙스의 문제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조슈아가 “내가 형의 동생이어서 행복했어.”가 아니라 “나의 형이 되어줘서 고마워.”라고 말한 것도 정말 좋았음…

다시 주제의식쪽으로 돌아가면, 결론적으로 <파이널 판타지 16>은 ‘자아를 인식하고, 인정하고, 주장하고, 반항하라‘고 말하고 있다. 페르소나!!

조슈아는 자신의 존재 의의를 인식했고, 질은 자신이 인형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였으며, 시드는 베어러가 차별받는 세계가 옳지 않다고 주장했고, 디옹은 자신에게 절대적인 존재인 아버지에게 반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클라이브는 이 모든 행동을 다 했고. (조슈아와 시드에게는 클라이브가 영향을 받았고, 디옹은 클라이브와 별개로 한 행동이고, 질은 오히려 클라이브에게 영향을 받았다.)

후반부부터 크리스털을 못 쓰게 되어 곳곳에서 문제가 생기고, 엔딩에서는 아예 마법이 없어져서 불편해하는 언급이 나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클라이브의 선택은 옳았다.

…..게임 본편에서는 너무 직접적이고 유치하고 추상적인 대사들로 이 주제의식이 잘 살아나진 못했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이야기였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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