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Film

독전(2018) 리뷰 : 있는 스타일, 없는 스토리

*이 리뷰에는 <독전>의 전반적인 줄거리, 엔딩, 반전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전 줄거리

나이도, 성별도, 본명도 불명, 수수께끼에 쌓인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의 보스 ‘이선생’. 10여 년 가까이 이선생을 추적해온 마약반 형사 조원호(조진웅)는 어린 정보원인 수정이 이선생의 조직에 잔인하게 살해당하자 이선생에 더욱 집착한다.

그러던 중 이선생의 조직에 속한 공장에서 의문의 폭발 사고가 일어난다. 조원호는 유일한 생존자인 서영락(류준열)을 만난다. 조직에서 바이어 접선 등의 실무를 맡고 있던 서영락은 이선생을 잡기 위해 원호에게 협력하겠다고 하는데…

있는 스타일, 없는 스토리

<독전>은 집념에 가득한 형사가 수수께끼에 쌓인 마약 조직의 보스를 쫓아간다는 흔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지만, 영화 자체가 그리 ‘뻔하지’는 않다.

포악한 약쟁이 부부, “기도합시다.”라고 말하는 미친놈이나 최고 품질의 마약을 만드는 청각 장애 남매 등 강렬한 설정의 캐릭터들이 줄줄이 나오고, 특유의 어둡고 날카로운 연출은 곳곳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연출이 만화적이거나 과한 건 아닌데, 과격한 캐릭터와 연기를 담담하게 담아내는 것이 유니크한 포인트.

하지만 이 까리한 포장을 뜯어보면…….

안엔 아무도 없어요?

여백과 공백

영화 내내 뭔가 심각한 것 같은 스토리가 펼쳐지고 있는데 좀만 침착하게 되짚어보면 별 내용이 없다. 보고 있을 땐 대충 “어어…” 하고 넘어가는데 좀만 생각해보면 “어?” 스러움..

마약반 형사가 10년 가까이 철저하게 쫓았는데도 이름도 나이도 성별조차 알지 못하는 ‘이선생’의 미스터리는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이선생에 대한 ‘여백’은 영화의 힘이 되지만, 최소한의 개연성이나 설득력도 없는 ‘공백’은 영화를 허무하게 만든다.

사실 이선생의 정체에 대한 반전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영화 외적으로 보면 솔직히 류준열이 너무 뭔가 있어보이는데다(…..) 내적으로 봐도 서영락만 있으면 모든 거래가 가능하므로.

그런데 세세하게 따져보면 10여년 전에는 미성년자였을 서영락이 어떻게 마약 조직을 일구어냈으며, 정체를 감추고 거대 조직을 어떻게 혼자 컨트롤하는지, 중국 길림성의 큰손 진하림의 정체는 어떻게 알았는지 등등 설명은커녕 짐작조차 힘든 부분이 많다.

조원호가 ‘진돗개’를 ‘라이카’라고 부르자 개가 퍼뜩 반응하는 반전도 그렇다. 이선생의 정체에 대한 암시이자 임팩트를 주기 위한 장면이지만 갑자기 왜 그가 라이카가 개 이름이라고 생각하는지 따라가기 힘들다. (반면 솔직히 눈치가 좀 빠른 시청자라면 ‘라이카’라는 마약 이름을 듣자마자 개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너무 쉽게 짐작할 수 있고)

한마디로 반전으로 인한 순간의 임팩트만 있을 뿐, 거기까지 닿는 논리나 개연성이 없다.

빈틈이 있는 건 스토리의 개연성 뿐만이 아니다. 서영락은 내내 감정이 있는지 없는지 오묘한 태도를 보인다. 그는 어머니가 죽었다는 소식보다 키우던 개가 화상을 입고 살아있다는 사실에 더 반응하고, 눈물을 흘리거나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없다.

조원호도 수정에겐 꽤 친근하게 대했지만 서영락에게는 경계를 풀지 않는데, 서영락이 팀장님을 믿는다는 말을 하거나 그를 구해주고 먼저 손을 뻗어도 완전히 마음을 주지 않는다. 서영락이 마약 때문에 괴로워하는 조원호에게 꿈꾼 거라며 진정시키는 장면도 나름의 위로인지 팩트 전달인지 헷갈리고, 조원호가 부하를 잃고도 서영락을 믿는 것도 진짜 믿어서라기보단 그가 정말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감정의 밀도가 낮아서 생기는 특유의 건조함이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묘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은 사실이다. (역시 여백의 효과) 하지만 여기에서 생략된 감정 교류와 심리 묘사는 둘이 마주하는 엔딩의 설득력을 크게 낮춰버린다. (이게 공백)

그러니까, 둘 사이에 흐르는 의심인지 의지인지 모를 긴장감 어린 기류는 알겠는데 이게 뭔가로 승화되지 않는다. 남는 건 왜 엔딩이 이렇게 되는 거야??! 라는 의아함뿐. 전반적으로 너무 빈틈이 많아서 답답하기까지.

연기 : 빈틈을 채우는 색채

그나마 이 빈틈을 채우는 건 배우들의 살벌한 연기력. 조진웅은 우직함으로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고, 김주혁과 진세연은 강렬한 MSG를 팍팍 친다. 특히 마약 복용 연기는 너무 실감나게 끔찍한 장면. 이게 15세라니 영등위 약 빨았니?

…그리고 물론, 류준열을 빼놓을 수 없겠지. 류준열의 조용하면서도 날카로운 눈빛은, 남은 샅샅이 꿰뚫어보면서도 자신은 결코 내보이지 않는 서영락 그 자체다. 호리호리하고 얌전한데도 분명 느껴지는 어떤 힘, 뭔가 잡힐듯 말듯한 감정의 흐릿한 그림자. 서영락은 스스로 정체를 밝힐 때까지(그게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고 해도) 잘 알 수 없는 인물이고, 정체를 밝힌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수수께끼를 남긴다.

류준열의 노련한 연기가 미친 사업 수완과 정보력, 철저함을 고루 갖춘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의 보스가 새파랗게 젊은 청년이라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설정도 꽤 그럴듯하게 만들어준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상당부분 빚지고 있다. 다들 노련한 배우들이라 텅텅 빈 설정 사이를 넘나들며 미스터리를 연기한다. 캐릭터의 입체성이나 현실성을 설득하는 대신 어떤 강렬한 한 부분(조원호의 집념, 진하림의 광기)만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서, 남은 빈틈을 오히려 포인트를 강조하는 여백으로 남겨버리는 것.

종합평 : ★★

<독전>은 스타일은 있는데 스토리가 없는 전형적인 영화 중 하나다. 둘 다 없는 작품이 수두룩하니 하나라도 있는 게 낫기는 하지만.

그런데 2편이 있다고…? 여기에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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