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가 죽었다
- 감독: 김세휘
- 장르: 스릴러, 범죄
- 출연: 변요한, 신혜선, 이엘
- 개봉: 2024년 5월 15일
고급 비건 브런치를 바란 건 아니지만, 결국 돌아온 건 편의점 소세지 맛.
종합평 : ★☆

그녀가 죽었다 줄거리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는 자신에게 열쇠를 맡긴 고객들의 집에 들어가 몰래 둘러보는 비밀스러운 취미를 가지고 있다.
어느 날 그는 편의점 소세지를 씹으며 비건 브런치를 먹는 척 인스타를 하는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에게 흥미를 가지게 된다. 그는 한소라의 주변을 맴돌며 그녀의 일상을 관찰한다.
한소라가 그의 부동산에 방문해 집을 내놓으면서 열쇠를 맡기자, 드디어 그녀의 집 안으로 들어가 보기까지 한다.
그러던 중 여느 때처럼 몰래 그녀의 집에 들어온 구정태는, 칼에 찔려 잔혹하게 살해된 한소라의 모습을 목격한다. 그는 자신이 범인으로 몰릴 것을 직감하게 되는데…..
※ 아래에는 엔딩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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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줄거리와 결말
구정태는 경찰에 신고하려다 자신이 범인으로 몰릴 것을 두려워해 그만두고, 그날 밤 부동산 고객들을 데리고 한소라의 집을 찾는다.
그러나 한소라의 시신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고, 집은 깨끗한 상태.
넋이 나간 그에게 한소라의 집에 몰래 들어가는 모습이 담긴 CCTV 사진과 “너지?”라는 협박성 메시지가 든 빨간 봉투가 배달되어 오고, 그의 어머니를 모신 납골당이 엉망이 되는 등 심상찮은 일들이 벌어진다.
구정태는 살인범 및 협박범을 찾기 위해 혼자 조사를 시작하고 폭로 전문 유튜버 ‘호루기’와 한소라에게 집착하는 스토커 이종학이 공모해 한소라를 죽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온 그는 두 명의 괴한에게 습격을 당한다. 간신히 빠져나온 그가 오영주 형사(이엘)와 함께 돌아왔을 때에는 한소라의 스토커 이종학이 목매달린 채 죽어있고, 아끼던 개미집도 산산조각나 있는 상태.
개미집의 흙 속에서 구정태가 찍힌 사진이 담긴 빨간 봉투가 발견되어 그는 완전히 한소라를 죽인 살인범으로 몰린다.
구정태는 도망쳐서 폭로 전문 유튜버 ‘호루기’에게 진실을 추궁하지만, 한소라와 사이가 나쁜 것처럼 보였던 호루기가 사실은 그녀와 짜고 치고 한소라에게 동정표를 얻어다 주는 동업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사실 한소라는 죽지 않았다.
그녀는 가족에게 손절당하고 술집을 전전하던 밑바닥 인생. 그러나 자살하기 직전, 자신이 병원에서 찍은 셀카를 보고 헌혈을 했다고 착각한 댓글을 보고 거짓된 이미지를 만들어 성공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한소라는 옆자리 사람이 자리를 비운 사이 명품 가방을 들고 사진을 찍거나, 유기견을 구조하고 선행을 하는 척하면서 인플루언서로서의 명성을 쌓는다.
그녀는 성공을 위해 유기견에게 독을 먹여 죽이고, 그녀가 술집에서 일했다는 과거를 폭로하겠다는 후배까지 죽이고 야산에 파묻는다. 그러나 곧 자신을 스토킹하는 구정태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가 자신의 과거와 악행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진 한소라는 이종학을 유혹해 그와 함께 구정태에게 누명을 씌워 잡아넣을 계획을 짠다.
구정태를 습격한 두 명의 괴한은 한소라와 이종학이었던 것.
구정태가 이종학의 얼굴을 보고 도망가 버리자 공범인 이종학을 살해한 후, 구정태의 창고에서 그가 자신을 납치 감금한 것처럼 꾸미고 경찰에 발견된다. 한소라는 가련한 범죄 피해자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지만 오 형사는 오히려 그녀에게 의문을 품게 된다.
도망친 구정태는 오 형사에게 자신의 스토킹 범죄를 포함한 모든 것을 털어놓고 스스로 미끼가 되어 한소라와 대면한다. 함정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한소라는 구정태를 죽이려 하지만, 현장에 들이닥친 경찰에 체포된다.
한소라는 감옥에 갇힌 후에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를 인터뷰하러 온 기자 역시 대중들의 천박한 관심거리를 대변하며 감옥에서 몸매 관리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구성태 역시 감옥에서 형을 치르고 나와 가뿐하게 다시 새 삶을 살아갈 것을 기대하지만 오 형사는 그가 죗값을 다 치른 것이 아니며, 자기 자신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영화는 끝난다.

도찐개찐 스릴러
일단 주인공이 별로다.
주인공이 남의 집에 들어가 관찰하는 걸 즐기며 스토킹을 하는 공인중개사라는 시점에서 이미 주인공에 정을 붙이고 이입을 하기는 글렀다.
집에 벽면 하나를 다 채운 개미집이나 몰래 들어간 집에서 작은 물건을 훔쳐 창고에 보관하고 감상하는 등의 취향도 매우 일반적이지 않다. 게다가 “안녕하세요. 저는 구정태입니다. 비어 있는 집에 몰래 들어가는 게 취미죠. 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식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방식도 오히려 주인공과 낯을 가리게 만든다.
변요한의 선량한 외모+찌질하면서도 묘하게 해맑은 면을 살려낸 연기력이 징그러운 변태도를 좀 낮춰줘서 그나마 계속 볼 수는 있지만.
한편 한소라도 그렇게 매력적이거나 강렬한 캐릭터는 아니다. 작품 내외적으로 좀 뻔한 면이 있어서 그녀의 인성과 실체는 금방 꿰뚫어볼 수 있다. 다들 SNS 원투데이 한 거 아니잖아.
진범 역시 쉽게 예상 가능하고, 역시나 비호감.
사실 자기도 떳떳하지는 못한데 더한 미친놈을 만나 고생하게 되는 이야기 구조 자체는 나름대로 흥미로운 구도다. 뭐 묻은 개들끼리 신나게 치고박는 것이 피카레스크의 미학인 법.
하지만 주인공과 범인 사이의 텐션이 너무 늦게 터지고, 개연성도 그닥이라 사실상 스릴러로서의 완성도는 딱 양산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범인을 예측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데, 앞서 이야기했듯 캐릭터가 그리 호감형도 아니고 감정 이입도 안되서 별로 쫄리진 않는다. 그냥 뭐… 니들끼리 알아서 해라… 이런 느낌.
영화가 중요 인물들을 비호감으로 만들어놓은 것은 이들 하나하나에게 이입을 유도하기보다는이들을 통해 ‘전체적인 그림’을 보라는 의도가 강하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관음증과 관종 기질, 그리고 그것들을 심각하게 악화시키는 현대 사회의 환경(SNS 등)에 주목한다.
…..문제는, 그 그림이 이 영화가 그리기에는 턱없이 크다는 것.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이 너무너무너무 많다.
일단 살인 사건 자체를 놓고 스릴을 줘야하고,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각심도 심어주고,
인플루언서들의 적나라한 실태도 고발하고,
비극적인 사회 계층 구조도 훑어야 하고,
도파민만 추구하는 눈먼 대중들도 비판하고,
할 게 너무 많아요. 하지만 원래 너무 많은 걸 말하려다 보면 이도저도 아니게 되는 법.
사실 구성태의 관음증과 한소라의 관종 기질은 현대 사회에서 거의 누구나 가지고 있는 시대적 질환이다. 영화를 보면서 자기 자신, 혹은 자신이 아는 누군가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캐릭터에 자극적인 설정만 있고 생기가 있진 않아서 그들에게 몰입하거나 영화가 말하려는 주제에 깊이 공감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들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나 자신이나 주변의 모습에 새삼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기보단 그냥 ‘요새는 이런 사건도 일어나는구나’ 싶을 뿐.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중간중간 디테일도 잘 챙기지 못했다. 범인에게 집중된 예상 가능한 서사, 범인이 지나치게 만능이고 경찰이 지나치게 무능한 구도는 스릴러의 집중력을 매우 떨어뜨린다.
이런 주제에 갑자기 ‘사이다’스러운 발언으로 교훈을 주려는 엔딩도 실망….

종합평 : ★☆
세상에는 너무 많은 스릴러 영화들이 있고, 요새는 ‘반전’ 만으로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기 어렵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는 법. 결국 작금의 스릴러 영화의 완성도는 반전 그 자체보다는 거기까지 얼마나 관객을 집중시키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그녀가 죽었다>를 보면서 비슷한 반전을 가진 영화를 최소한 2개는 바로 읊을 수 있을 정도.
뻔한 스릴러의 구조에 나름대로 최신 트렌드를 입히려고 했지만, ‘요즘 범죄’라는 시의성 외에는 그닥 눈에 띄는 점이 없다.
인간의 욕망과 SNS를 깊이있게 고찰하고 그려낸 것이 아니라 가장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부분만 꽂아 넣었기 때문에 영화를 압축하면 “동네 사람들 인스타가 이렇게 해로워요” 뿐이다. 그래놓고 엔딩은 설교조.
배우들의 연기나 좀 건질까 말까 하는데, 주요 인물들이 미드처럼 과장된 캐릭터성이라 여기에서도 호불호가 갈린다. 저는 불호…..
결국 정말 시간 남을 때, 별 기대없이 그럭저럭 보는 딱 그 정도의 영화.